[소비자고발] 소비자는 ‘봉’…후안무치 제과업계
[소비자고발] 소비자는 ‘봉’…후안무치 제과업계
  • 박시은 기자
  • 입력 2013-08-26 10:42
  • 승인 2013.08.26 10:42
  • 호수 1008
  • 3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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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량 줄이고 가격 2배나 올려 “과자를 샀나 질소를 샀나?”

[일요서울|박시은 기자] 시중에 유통된 과자류 가격이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 최대 7배 넘게 올랐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또 과자의 1회 제공량이 제조사 제품마다 각기 달라 소비자들이 실질적인 섭취량을 파악하기가 어렵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소비자의 혼동을 최소화하고자 1회 제공량과 총 제공량을 함께 표기하도록 하고 있으며 영양성분표시도 함께 기재하도록 권고하고 있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의무사항이 아니라는 이유로 대부분 이를 지키고 있지 않다”고 말한다. 소비자들 또한 “기습적인 가격 인상, 줄어든 용량으로  과자가 아니라 기업의 이득을 챙겨주는 도깨비방망이를 사주는 것 같다”며 불만을 토로한다.

대형마트·소매점에 따라 같은 제품도 다른 가격
소비자가격 표시 권고 사항 업계 대부분 무시

“천원 줄게 과자 사먹고 놀다 와”는 옛 말이 됐다. 언젠가부터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질소를 샀더니 과자가 들어있더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했고, 과자 가격은 꾸준히 고공행진 중이다.

부산 YMCA와 인제대학교 소비자학과 동아리가 공동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과자 가격이 최근 9년간 소비자물가보다 7배나 올랐다. 2004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7%였던 것을 기준으로 생각해 보면 최대 200% 상승한 수치다.

그동안 업계는 원가 상승을 이유로 가격을 올려왔지만 용량은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 폭리를 취해 온 제과업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일례로 ‘새우깡’의 가격은 9년 전 보다 대형마트에선 370원, 소형마트인 일반슈퍼마켓에선 500원이 올라 각각 95%와 125%의 가격 오름세를 나타냈다. ‘오잉’과 ‘꼬깔콘’은 각각 810원과 800원이 올라 200% 대의 가격 상승률을 보였다. ‘스윙칩’과 ‘포카칩’, ‘오징어 땅콩’은 각각 50%에서 70%대의 상승률을 보여 상대적으로 가격 상승폭이 작게 느껴졌지만 과자의 용량을 10~20g 씩 줄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밖에 ‘홈런볼’도 용량은 9g 줄어들고 가격은 175%나 폭등한 것으로 조사됐다.

판매되는 과자의 용량과 원재료, 가격차이 등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제과업체들의 폭리 현황이 포착됐다. 같은 제품인데도 대형마트와 소형마트(일반 슈퍼마켓) 중 어디서 판매되느냐에 따라 용량과 가격 등이 제각각 다르게 나타났다.

특히 대형마트는 대용량 포장이나 묶음 판매로 과잉소비를 부추기거나, 대형마트 사이에서도 포장단위를 다르게 해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었다.

일각에서는 “업체들이 가격인상을 손쉽게 하기 위해 가격 표시를 꺼리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오픈프라이스(제조업체가 아닌 유통업체가 소비자 가격을 정하는 것)를 폐지하면서 권장소비자가격을 표시하도록 권고했지만 식품업체들은 “의무사항이 아니다”며 이를 지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주부 A씨는 “아이들 둘을 키우면서 과자 값이 만만치 않아 부담스럽다”며 “요즘은 포털사이트 검색을 통해서 아이들에게 건강한 간식을 만들어 먹이는 쪽을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대학생 B씨는 “같은 값을 주고 살 수 있는 과자의 양이 확연히 줄어들다보니 내가 질소를 사는건지 과자를 사는건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그는 “간식용인 과자 값이 밥값을 뺨치고 있다”며 “원재료 가격이 오를땐 ‘이때다’하고 신속하게 움직이면서 원가가 다시 안정이 되도 올라간 가격은 내려올 줄을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해당 업체들 중 대부분은 “현재 이 사안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 중이기 때문에 특별히 할 수 있는 말이 없다”며 대답을 회피했다. 일각에서는 이런 태도를 두고 “소매점 등 거래처에서 자유로운 가격 변동을 위해 가격 표시를 꺼리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반면 롯데제과의 한 관계자는 “정부에서 권장 소비자가격 표시를 권고한 후로는 가격 표시를 붙이고 있다”며 “현재 자사 제품들의 가격은 소비자가 체감하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표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과자 원료들이 해외에서 들여오기 때문에 원료 가격이 올라가면 업계에서도 올릴 수밖에 없다. 오히려 기업 내부에서는 가격 인상을 제대로 하지 못해 어려운 상황이다”고 말했다.

회사별 제각각 제공량 “나눠먹으면 돼”

뿐만 아니라 스낵류 과자의 1회 제공량이 제조사, 제품마다 각기 달라 소비자들이 실질적인 섭취량을 파악하기가 어렵다는 지적도 논란이 되고 있다. 소비자문제연구소 컨슈머리서치에 따르면 농심, 롯데제과, 빙그레, 삼양, 오리온제과, 크라운제과, 해태제과의 46개 과자를 조사한 결과 포장지에 표시된 영양성분 표시의 1회 제공량 기준이 최소 30g에서 최대 98g까지로 모두 제각각이었다.

한 봉지 전체를 1회 제공량으로 표시한 경우는 각 회사당 1개 제품 정도인 8개 제품에 불과했고, 나머지 28개 제품은 모두 1/2~1/3 가량만 1회 제공량으로 표시하고 있었다. 한 봉지 안의 내용물을 나눠서 먹어야 한다는 소리다. 통상적으로 과자류의 제품은 개봉할 경우 보관의 어려움, 눅눅함 등을 이유로 한 번에 다 먹는 경우가 많다. 판매 제품의 용량이 과거에 비해 줄어들어 나눠 먹기도 애매한 양임을 고려해볼 때 업계의 행태는 ‘꼼수’라 할 수 있다.

식품 등의 표시기준에 따르면 과자류의 1회 제공기준량은 30g이며 20~59g 범위 내에서 제조사가 임의로 1회 제공량을 정할 수 있다. 때문에 제공기준량이 업체와 제품마다 달라 소비자들이 영양성분을 제대로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열량, 당류·포화지방을 제제해놓은 기준도 한 봉지를 1회 제공량으로 할 경우와 1/3봉지를 기준으로 할 경우에 따라 고열량·저영양식품 해당 여부 결과가 달라진다.

업체별로 각기 다르게 정한 1회 제공량에 따르면 고열량·저영양식품에 속하는 제품은 단 한 개도 없었지만 한 봉지를 1회 제공량으로 기준할 경우 크라운 콘치, 롯데 치토스, 크라운 콘초, 크라운 못말리는 신짱, 롯데 도리토스 나쵸치즈, 해태 신당동 떡볶이, 농심 조청유과, 롯데 쌀로별 오리지널의 제품이 기준치를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전체 46개 중 절반가량인 22개가 고열량저영양이 우려되는 식품군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7개 제조사 중 모든 제품의 영양성분표에 1회 제공량과 총 제공량을 함께 제공하고 있는 곳은 빙그레 뿐이었다.

식약처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스낵을 고를 때 섭취하는 영양성분량에 대한 혼동이 있을 수 있다”며 “이를 최소화하고자 1회 제공량과 총 제공량을 함께 표기하도록 하고, 총 내용량이 많을 경우 1회 제공량과 총 제공량의 영양성분표시를 함께 기재하도록 권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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