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반도주 속출…헬스·요가업체
야반도주 속출…헬스·요가업체
  • 이범희 기자
  • 입력 2013-08-26 10:40
  • 승인 2013.08.26 10:40
  • 호수 1008
  • 2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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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 공사·임시휴무’ 문자 받으면 ‘불안’

▲ <뉴시스>

‘불황 직격탄’ 맞아 경영 악화…피해는 소비자 몫
기구 방치·트레이너 이동 잦으면 일단 의심해야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소비빙하기’가 심각수준에 이르렀다. 정부는 최근 경기가 살아날 기미가 보인다고 낙관하지만 부자는 눈치 보여 안 쓰고, 중산층은 돈 없어 못 쓰는 바람에 소비 현장 분위기가 냉랭하다. 이런 가운데 불황을 못 견뎌 하루아침에 폐업하고 야반도주하는 헬스장과 요가의 사례도 속출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심지어 문 닫는 전날까지 회원을 모집해 이용료를 선불로 낸 회원들의 피해가 크게 늘고 있지만 업체가 이미 망해버린 터라 피해자들은 구제받을 길도 마땅치 않아 애만 태우는 실정이다.


유명 포털사이트에 ‘헬스장 야반도주’를 검색하면 의외로 많은 사연이 소개된다. ‘헬스장 요가 1년 치 등록했는데 먹튀! 야반도주’,‘헬스장이 또 망했다’ 등 제목만으로도 피해를 유추할 수 있는 글들이다.
실제로도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 구청에 접수된 헬스장 폐업 건수는 2010년 4건에서 지난해 14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영등포구도 2010년 2건, 2011년 1건에서 지난해 8건으로 늘었다. 그나마 이 업체들은 양심껏 폐업신고를 한 업체들이다. 비공식 폐업한 업체를 취합하면 그 숫자를 가늠하기 어렵다고 한다.

속앓이 사례 빈번

[일요서울] 취재진이 만난 A(28)씨의 사례도 이 글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A씨는 지난 4월 대학교 근처에 있는 B휘트니스 센터에 여자친구와 함께 등록했다. 이곳은 헬스와 요가, 골프 등을 한꺼번에 할 수 있어 지인들은 물론 일반인들의 출입이 잦은 곳이었다.
또한 학교에 3개월 특가 20만원 전단지까지 돌려 일반회비보다 4만 원 가량 저렴했다.
여자 친구와의 데이트도 함께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어 운동과 사랑을 함께 할 수 있어 기뻤다. 하지만 이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어느 날 A씨에게 문자 한통이 날라 왔다.
“인테리어 공사를 위해 잠시 휴업을 하겠다”는 내용이었고, 이 문자를 끝으로 이 휘트니스센터를 찾지 못하게 됐다.

A씨는 “문자를 받던 날 오전에 과 친구가 등록을 했다. 오후에 들렀을 때 운동집기를 꺼내고 있어 대대적인 인테리어가 진행되는구나 싶었다”며 “이런 식으로 폐업이 진행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서울 여의도의 한 피트니스센터도 ‘긴급 전기점검으로 3일간 임시 휴무한다’는 문자를 보내곤 사흘 동안 모든 운동기구를 빼돌린 뒤 폐업했다.
피해 회원은 700∼800명이나 되고 피해금액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진다. 
게다가 문 닫기 전날까지 할인을 미끼로 적극적으로 회원모집을 해놓고 야반도주하는 바람에 하루도 이용하지 못한 채 돈을 날린 회원들도 적지 않다.

‘연 회원 가입 시 제주도 2인 왕복항공권을 드립니다’라는 프로모션과 유명연예인과 정치인이 주로 이용하던 곳이기에 더 많은 피해자가 양성됐다. 위치도 여의도 기계회관 건물 지하에 있어 직장인들도 상당수였다. 
일부 언론을 통해 피해사실이 알려진 후, 많은 피해자들이 이곳을 찾아 망연자실했다는 이야기가 소개됐을 정도다.
한 언론이 피해자의 인터뷰를 통해 소개한 내용을 요약하면 지난 주말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긴급 전기점검으로 휴무를 한다’는 문자가 왔다고 한다. 그런데 오늘 아침 갑자기 폐업을 한다며 개인물품보관함에서 짐을 빼가라는 문자가 왔다. 전형적인 휘트니스센터의 먹튀 수법이다.
피해 남성은 “처음 왔을 때 강사가 8~9명 정도는 돼 보였는데 최근 들어 3~4명밖에 안 보였고, 일부 운동기구나 선풍기가 훼손돼 있는데 계속 고쳐지질 않아서 좀 이상했다. 하지만 이렇게 갑자기 도망갈 것이라는 생각까지는 전혀 못했다”고 말했다.

한 헬스장 업자는 “등록기간이 남은 회원들과 고가 헬스기구 때문에 정상적으로 폐업하기도 쉽지 않아서 야반도주가 빈번하다”고 전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이용권 할인을 받기 위해 현금으로 계산한 회원이 많은데 이 경우 보상받기가 어렵다. 경찰 수사를 기다리거나 민사소송을 하는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개인당 피해액도 크지 않아 소송을 벌여도 시간에 대한 또 다른 피해 그리고 돈을 돌려받을 수 있을지 없을지 몰라 피해자들은 그냥 가슴앓이로만 마무리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A씨는 “민사소송이라도 진행하고 싶지만 큰돈이 아니라 억울한 마음을 억지로 다잡고 있다”며 “이미 망해버린 업자에게 (이용료를) 돌려받을 수도 없을 것 아니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예금자 보호도 안 되는 사각지대여서 현실적인 보호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업계의 지적이 당연시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skycros@ilyoseoul.co.kr

* 헬스장 선별 5개명

1. 10년 이상 된 헬스장을 찾아라.
헬스장 자체가 수익을 잘 낼 수 없는 구조다. 그래서 2~5년 사이에 대부분 망한다. 10년 이상 운영을 했다면, 나름 수익을 낼 수 있는 노하우가 있다는 것이다.

2. 너무 싼 가격에 혜택이 빵빵한 곳은 일단 의심해야 한다.
헬스장들끼리 경쟁이 붙어서 제 살 깍아먹기식 경쟁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회비에 비해, 혜택이 지나치게 많을 경우 망할 확률도 그만큼 크다.

3. 트레이너가 자주 바뀐다면 빨리 그곳에서 벗어나라.
트레이너가 자주 바뀌는 건 돈 문제일 가능성이 크다. 2개월~6개월 정도 나름 열성적으로 가르치던 트레이너가 교체되는 일이 잦다면 결론은 하나로 압축된다. 경영악화라는 것이다. 

4. 구·시립 또는 동사무소 주민센터 헬스장이 안전하다.
나랏돈으로 해서 망할 일은 극히 드물다. 그리고 대부분이 훌륭한 시설에 비해 회비도 저렴하다.

5. 불가마 사우나, 찜질방과 붙어있는 헬스장을 찾아라.
헬스장에서 손실이 나더라도 모 업체의 안정적인 수입이 이 손실을 보충해줘서 비교적 안전하다. 다만 모 업체의 경영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이 점을 유의해야 한다.
<네이버블로거 스트롱곤 발췌>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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