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모가 아이를 낳고 난 후 몸조리를 하도록 전문적인 시설을 갖춘 곳, 바로 ‘산후조리원’이다. 그러나 일부 강남 소재 고급 산후조리원에서 갓 태어난 신생아를 상대로 ‘성형 마사지’를 진행하고 있어 비난이 일고 있다. 강남 엄마들의 극성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에서부터 엄마로써 할 수 있는 행동이 아니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골격도 제대로 잡히지 않은 아기의 코와 얼굴에 성형 효과를 위해 마사지를 하는 것은 효과가 없을뿐만 아니라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전문가 “골격도 잡히지 않아 효과 없고 위험”
적은 돈으로 성형 효과?""강남 엄마들 도 넘었다”
지난 22일 서울시 강남구에 위치한 어느 산후조리원. ‘최고’의 관리를 받을 수 있다고 홍보하는 이곳은 기본적으로 산후조리 2주에 500만 원이 넘어가는 고급 산후조리원이다. 이곳에서 산모들은 영양가 풍부한 식사를 제공받고, 전문 의사들과 상담을 받는다. 또한 전문 마사지사에게 전신마사지서비스와, 육아를 위한 강의도 제공된다.
산후조리 프로그램에 대해 문의하자 가슴 마사지 및 요가 수업, 발마사지, 모유수유 강의 등의 프로그램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이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프로그램은 바로 ‘베이비 마사지’였다.
골격 안 잡힌 지금이 기회
“베이비 마사지를 통해 예쁜 아가에게 오똑한 코와 볼록한 이마, 갸름한 얼굴형을 만들 수 있습니다. 2주 동안 배우면 집에서도 충분히 혼자 지속적으로 하실 수 있어요.”
골격도 잡히지 않은 아기이다 보니 걱정된다는 질문에는 “오히려 그게 더 좋다. 골격이 잡히지 않았을 때 미리 잡아놓는 거다. 한번 잡아놓으면 그대로 성장한다. 나중에 성장한 후 성형수술을 하면 돈도 많이 들지 않겠나. 오히려 지금이 기회다”며 설득했다.
근처에 위치한 다른 산후조리원 역시 마찬가지였다. 성형 효과가 나는 마사지 프로그램에 대해 문의하자 상담사는 “고급 마사지 제품으로 아기 얼굴을 집중적으로 마사지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성형과 비슷한 효과를 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기시절부터 관리가 필요하다. 수술이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안전하다. 태어날 아기를 위한 선물이라고 봐도 좋다”고 설명했다.
비용에 대해 문의하자 별도로 지불하는 금액은 없으며 기본료에 포함돼 있다고 홍보했다. 이곳처럼 지불 비용 없이 마사지가 진행되는 곳도 있는가 하면 십만여 원의 추가 비용을 요구하는 조리원도 있었다.
원래 기존의 베이비마사지는 영·유아기에 있는 아기들의 건강과 성장발달 및 인격 형성에 도움을 주고, 엄마와의 스킨십을 통해 유대감을 형성하는 목적으로 진행됐다. 출생 후 가장 먼저 발달하는 촉감은 아기의 주된 의사소통 수단이다 보니 부모와 아기의 소통을 위해 터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부모의 손놀림으로 아기와의 신체접촉이 친밀해지면, 아기와 편안한 관계가 형성되며, 안정감을 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베이비마사지가 ‘성형 마사지’로 변질돼 성행하고 있다. 마사지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산모들이 ‘위험하지 않고 효과가 좋다’는 조리원의 말을 믿는 것이다.
산후조리원에서 만난 A씨는 “요즘에는 외모도 경쟁력이다. 나중에 커서 성형 수술을 시키는 것보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기시절에 큰 돈 안들이고 효과를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듣는 것이 훨씬 유익할 것”이라며 “아가와 산모의 건강이 최우선인 산후조리원에서 추천하는 프로그램이라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산모 B씨는 “아기 시절에도 예쁜 아기와 못생긴 아기는 구별된다”며 “이왕이면 예쁜 아기가 좋지 않겠나. 아기도 나중에 고마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약하고 예민한 시절 스트레스만 쌓일 것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결코 곱지 않다. 가장 어리고 연약한 신생아에게 엄마로써 할 수 있는 선택이 아니라는 의견이 다수다.
출산까지 한 달 남은 어느 산모는 “조리원 나오면 혼자 한다고 해도 복귀될 텐데 부질없는 짓”이라며 “게다가 신생아한테 그게 무슨 짓인지 모르겠다. 한참 약하고 예민한 아기 얼굴에 그런 짓을 했다가는 아기 스트레스만 더 쌓일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산모는 “조그마한 아기 코가 손에 잡히지도 않을 것”이라며 “돈 많은 사모님들이 하다하다 이제는 신생아까지 괴롭힌다. 나중에 아기한테 좋지 않은 결과로 돌아올 수도 있을 텐데 생각이 짧은 것 같다”고 비난했다.
이런 내용을 접한 네티즌 역시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신생아 성형 마사지 같은 행동은, 해주는 조리원이나 하는 부모나 모두 ‘아동학대’로 처벌해야 한다. 신생아는 두개골도 말랑하고 뼈도 약해서 무척 위험하다”, “제발 정신 좀 차리고 삽시다. 부모 자격도 없는 사람들이네”, “이런걸 믿는 게 더 신기하다. 성장 중 생활태도에 따라서 변하는 얼굴을 신생아때 어떻게 만든다고…”, “성형 마사지라니 이런 비정상적인 짓에 속아 넘어가는 정신 나간 사람들은 당연히 일부겠지?”
성장 습관이 중요
신생아 성형 마사지에 대해 전문가들은 “효과가 있겠느냐”는 반응이다. 어느 성형외과 의사는 “그런 것도 있냐?”며 당황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과연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대답했다.
다른 성형외과 관계자 역시 “신생아에게 성형 마사지를 한다는 말이냐?”고 되물은 뒤 “태어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갓난아기에게 마사지를 한다고 성형효과가 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영유아 시절에는 두개골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는다”라며 “성형 용도가 아니더라도 얼굴에 마사지를 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영·유아기와 성장기에는 생활 습관에 따라 얼굴이 변한다. 마사지보다는 좋은 습관을 들이기 위한 교육이 중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지혜 기자 jhook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