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공 황태자’ 박철언 비자금 수상한 검찰과 국세청
‘6공 황태자’ 박철언 비자금 수상한 검찰과 국세청
  • 홍준철 기자
  • 입력 2013-08-26 10:36
  • 승인 2013.08.26 10:36
  • 호수 1008
  • 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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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님 상심 커…” 검사 후배가 돕고 챙기고

[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박철언 전 정무장관의 수백억 원대 비자금이 재차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검찰이 5공 전두환 전 대통령의 추징금 전액 환수 원칙과 함께 6공 노태우 전 대통령이 미납된 추징금 완납 소식이 전해지면서 ‘6공의 황태자’로 불렸던 박 전 장관이 조세 포탈의혹에 대한 세무당국의 대응 여부가 주목받고 있다. 수백억원대 비자금 의혹을 받았던 박 전 장관은 자신의 재산은 180억 원 뿐 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박 전 장관의 측근인 A씨는 ‘말도 안된다’며 올해 청와대와 국세청에 박 전 장관의 조세포탈관련 의혹을 제기 했다. 더욱이 박 전 장관의 자금을 관리했던 인물로 알려진 B씨까지 A씨에 가세해 세무당국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 전모를 알아봤다.

- 제보자 A씨 “두 권력 기관이 결탁해 각본대로 세무조사”
- 박철언 “비자금·탈세 의혹 등 소명 된 것…문제 없다”


사건은 2009년 강모 여교수의 180억원 횡령 사건으로부터 시작된다. 당시 국세청은 원금 172억 원에 대해 조세 포탈에 따른 세금으로 79억 원을 박철언 전 정무장관에게 통보했다. 박 전 장관은 검찰 수사를 통해 180억 원중 하나은행으로부터 64억 원, 강 교수로부터 40억 원 도합 104억원을 돌려받은 상황이었다. 발단은 박 전 장관의 측근인 A씨가 박 전 장관의 차명계좌를 관리해왔다며 강 교수를 검찰에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그는 돈의 출처 역시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중 일부라고 주장했다. 또한 A씨는 박 전 장관의 800억 원 상당의 비자금중 일부라고 지적했고 국세청에 이 비자금에 대한 20년 넘게 조세 포탈한 혐의가 있다고 세무조사를 의뢰했다. 하지만 국세청은 조세 소멸 시한법(5년)에 따라 신고한 2009년 5월을 기준해 2003년 한해분만 징수, 3,500만 원을 추징금으로 박 전 장관에게 부과했다. 또한 검찰은 강 교수가 관리한 180억 원 상당의 돈에 대해 국세청에 79억 원만 통보했다. 이에 대해서 A씨는 검찰과 박 전 장관 그리고 세무 당국간 유착 의혹을 제기했다.

수백억 조세포탈 신고 국세청 1억7천 과세
8월22일 [일요서울]과 만난 A씨는 박 전 장관의 최측근 B씨의 말을 빌어 당시 상황을 묘사했다. A씨는 박 전 장관이 검찰 수사를 받을 당시 “검찰 한 인사가 ‘선배님 200억 상당의 전 재산을 도둑맞아 얼마나 상심이 크시냐’”며 “‘저희들이 국세청에 통보할 비자금 금액을 좀 줄여서 통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검찰 관계자는 “‘국세청에 통보하기 전에 선배님께서 먼저 비자금을 자진 신고하면 정상참작이 되어 징수될 세금이 조금이나마 감면 된다’면서 조언까지 해줬다”고 A씨는 전했다. 이후 국세청은 비자금 800억 원에 대한 증거자료를 무시하고 강 교수에게 79억 원을 근거로 박 전 장관에게 그동안 누락된 종합소득세와 가산금을 합쳐 1억3천만 원을 부과했다. 그것도 박 전 장관의 친인척 6명에게 나눠 부과함으로써 추징금의 부담을 덜어줬다. 박 전 장관측이 세무당국에 낸 세금은 총 17,500만원뿐 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A씨는 “검찰이 조직의 선배님으로 부르며 직권을 남용했다”며 “국세청은 국가 재원의 근간이 될 세금을 제대로 징수하지 않고 직무 유기를 했다”고 토로했다. 결국 A씨는 올해 박근혜 후보가 당선된 이후인 2월18일 서울지방국세청에 박 전 장관의 비자금 내역서와 함께 과세를 정당히 해달라는 요청서를 보냈다. 하지만 국세청에서 답변은 “제출한 자료는 관할세무서로 이송 처리했다”며 강남 세무서로 사건을 이첩했다고 회신했다. 또한 국세청은 “과세자료는 대내외적으로 보안유지가 매우 중요한 사항”이라며 “상대방 및 관련인에게 그 내용이 알려지는 일이 없도록 각별히 유의해 달라”고 당부까지 했다.

A씨는 “두 권력기관이 결탁해 각본대로 처리한 세무 조사를 개인이 진실을 밝혀낸다는 것은 맨 땅에 헤딩하는 꼴”이라며 “무엇보다 국세청은 세원 확보 및 조세 정의에 반하는 세무 행정을 할 수 있는 지 묻고 싶다”고 격분했다. 특히나 그는 “국세 기본법 제81조 13항의 규정에 따라 ‘제보자에게 비공개함은 정당하다’는 세법의 맹점을 활용해 조세 형평에 어긋나는 일이 벌어졌다”고 토로했다. 또한 A씨는 3월20일 청와대 민정실에 이같은 내용의 진정서와 함께 과세자료, 강남세무서의 탈세 제보 처리 답변, 서울지방 국세청 중간 회신을 첨부해 제출하기도 했다.

국세청→강남세무서→감사원→국세청 ‘돌고돌고’
한편 A씨의 탈세제보 관련 강남 세무서는 4월4일 답변을 통해 “국세기본법에 의해 중복조사가 가능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아 과세에는 활용하지 못한다”고 답변을 보내왔다. 이에 대해서도 H씨는 “검찰이 줄여서 통보한 79억 원도 본인이 제보한 800억 원 비자금의 일부인데 어떻게 추징금이 이분되어 부과 될 수 있으며 조세 소멸 시한법 적용에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복조사 대상에 해당되지 않아 과세자료로 활용 할 수 없다고 한 것은 국세청 스스로 세무처리에 문제가 있음을 자인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A씨는 강남세무서의 답변에 불응해 차명계좌에 따른 불법 증여세 관련 지난 6월중순에 조세포탈 재조사 요청서를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에 재차 제출했다. 요청서에서 그는 “경제 민주화에 따른 갑과 을의 관계도 재정립되는 시대에 유독 국세청만 슈퍼 갑을 고집하며 철밥통을 끝까지 보호한다면 박근혜 정부의 신뢰와 원칙에 역행하는 길”이라며 “한 점 의혹 없이 재조사를 해달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국세청에서는 지난 2월18일 회신과 토씨하나 틀리지 않게 똑같은 내용으로 6월27일날 회신했다.

결국 A씨는 감사원에 민원을 넣고 “박 전 장관 비자금 관련 서울지방국세청에 제보한 적이 있다”며 “문제는 국세청이 우월적 직위를 이용해 기득권층을 비호하고 조세포탈 신고에 따른 포상금 제도하에서 제보자의 권리와 인권을 유린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결국 감사원은 지난 7월4일 민원접수 처리 통보장을 보내와 “국세청에서 조사할 사항으로 판단되어 국세청으로 하여금 이를 조사.처리하고 그 결과를 회신하도록 했다”고 답변을 보냈왔다. H씨는 “감사원이 강남세무서가 아닌 서울지방국세청에서 조사토록 한 게 그나마 다행”이라며 한줄기 희망을 놓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국세청과 2009년부터 2013년 오늘까지 갑론을박하면서 세무 박사가 다 됐다”면서 “세무 당국이 조세포탈 근절을 위해 포상금 제도를 공표하며 시행하고 있는 것은 전형적인 전시행정이자 탁상 행정의 표본”이라고 쓴소리를 보냈다.

한편 [일요서울]은 8월23일 A씨의 검찰과 박 전 장관 그리고 세무 당국간 유착 의혹 관련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박 전 장관에게 전화를 시도했다. 어렵게 통화가 이뤄진 박 전 장관은 “검찰이 봐주고 국세청이 세금을 감면해줬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며 “해당 기관에 알아보면 다 알 수 있다”고 반박했다. 또한 그는 “그동안 비자금건이나 재산, 탈세 의혹 등 검찰과 국세청에서 다 소명된 일이고 다 해명했던 것”이라며 “올해 초 박근혜 대통령 인수위에도 제보를 했지만 아무 일도 없었다”고 답했다. 특히 그는 A씨관련 “그동안 내 사무실에 와서 자필로 쓴 반성문만 대 여섯 번이 넘는다”라며 “친한 사이만 아니면 벌써 검찰에 고발했을 것”이라고 안쓰럽다는 태도를 보였다.

mariocap@ilyoseoul.co.kr
 

“선친 유산·부인·형·동생·지인 다합쳐 180억”

박철언 전 장관을 잘 아는 A씨는 <일요서울>과 만난 자리에서 박 전 장관의 숨겨놓은 재산이 550억 원 상당이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박 전 장관은 각종 언론을 통해 자신의 재산은 180억 원이라고 반박했다. 박 전 장관은 23일 <일요서울>과 인터뷰에서 “A씨의 주장은 매번 있었던 일이고 돈을 뜯을 려고 하는 것”이라며 “이미 지난 2008년 민형사상 소송에서 모두 해명이 됐던 것이다”고 반박했다.

또한 재산 관련 강 교수를 고소하면서 드러난 180억원외에 숨겨놓은 돈이 없다고 주장했다. 박 전 장관은 “YS 시절에도 샅샅이 뒤졌는데 나온 게 없다”면서 “2008년 검찰 수사에서도 비자금이 없다는 게 증명됐다”고 항변했다.

한편 박 전 장관의 180억 원 재산관련 잘 알고 있는 최측근 B씨는 A씨에게 180억 재산 관련 “2008년말부터 2009년초에 법원에 제출한 준비 서면에 잘 나와 있다”며 “당시 준비서면에는 선친 별세 후(1983년) 받은 유산 현금 5천만 원을 30년 동안 복리로 계산해 50억 원을 모았고 부인 현경자 전 의원 역시 결혼 당시(70년 1월) 부친(현진택, 2007년 별세)으로부터 지참금을 받아 모은 돈이 30억 원이며 통일복지재단 운영을 위해 형 박모씨 20억 원, 동생 박모씨 15억 원, 모친 10억 원, 장모 10억 원 등을 기부받았고 나머지 40억 원 상당의 돈은 가까운 지인들로부터 대가성 없는 운영비 명목으로 기부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박 전 장관은 크게 부인하지 않았다. 박 전 장관은 “당시 재단에 협찬과 기부를 받는 것은 불법이 아니었다”고 짧게 답변했다.

차명계좌 신고포상금 최소 5천만원 최대10억원

2012년부터 국세청은 5억원 이상 고액체납자의 징수권 소멸 시효 기간이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했다. 또 차명계좌 신고에 대한 포상금제도도 신설했다. 특히 차명계좌 신고포상금제란 자영업자가 운영해온 비밀계좌를 신고받아 1000만원 이상 추징하면 회당 50만원, 1인당 연간 최대 5000만원을 지급하는 제도다.

이미 국세청은 이 제도를 운영함으로서 변호사, 세무사, 회계사, 공인중개사, 학원, 병·의원, 치과, 한의원, 골프장, 예식장, 유흥주점 등 이른바 탈세 가능성이 업종에 대한 제보가 잇따르고 있는 형편이다. 특히 A씨의 경우 박철언 전 장관에 대한 차명계좌가 사실일 경우 적잖은 돈을 국세청으로부 받을 수 있다.

국세청은 신고자가 차명계좌 보유 사실 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장부까지 입수해 제보할 경우 ‘탈세제보 포상금’으로 전환해 최대 10억 원까지 지급하겠다는 방침을 세워놓았기 때문이다. <철>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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