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잘못으로 떠넘기고 책임 회피 교사가 응급조치도 안해…”
“아이 잘못으로 떠넘기고 책임 회피 교사가 응급조치도 안해…”
  • 이지혜 기자
  • 입력 2013-08-26 10:34
  • 승인 2013.08.26 10:34
  • 호수 1008
  • 1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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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선수 꿈꾸던 A군, 우유 포함된 카레 먹고 쓰러져

▲ 알레르기 쇼크로 현재 뇌사상태에 빠져있는 김찬희(11)군
[일요서울|이지혜 기자] 지난 4월 3일 낮 1시께 인천광역시 연수구 송도동 소재 OO초등학교 운동장에서 A(11)군이 쓰러졌다. 쓰러진 A군은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뇌사판정을 받았다. 원인은 그날 점심메뉴로 나온 ‘카레’였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1인당 17.7%가량의 우유가 섞인 카레’였다. 평소 육상과 축구를 좋아하고 국가대표 태권도 시범단으로 활동하던 A군은 ‘유제품 알레르기’가 심했다. A군의 아버지 김모씨는 A군이 우유 섞인 카레를 먹은 후 담임선생의 후조치가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처음 알레르기 반응이 왔을 때 적절한 대처가 있었다면 지금이랑 전혀 다른 상황이 됐을 것이라고 주장하며 담임교사인 B씨를 고소했다.
그러나 학교 측은 A군에게 카레를 먹지 말라고 주의를 줬기 때문에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지난 7월 경찰은 B씨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리고 사건을 검찰로 송치했다. 현재 당사자인 A군의 입은 굳게 닫혀있으며, 언제 열릴지 예측도 할 수 없는 상태다.

축구선수 꿈꾸던 A군, 우유 포함된 카레 먹고 쓰러져
담임교사 불기소… “면밀히 못 살핀 학부모도 책임”

김 씨는 사고가 발생했던 지난 4월 인천연수경찰서에 담임교사 B씨를 업무상과실치상 죄로 고소했다. B씨는 담임교사로서 관련 법령(초중등교육법 제20조, 인천광역시교육청 교원복무지침 중 교원의 임무, 학교급식법 제13조)에 따라 업무상 학생을 보호, 감독할 의무를 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성실히 수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남길 거면 처음부터 받지 마라”

김 씨에 따르면 김 씨와 아내는 ‘A군이 유제품 알레르기가 무척 심하다’는 것을 학기 초에 미리 담임교사에게 고지했다. A군의 담임선생인 B씨 역시 학부모를 상대로 ‘2013 학생상담기초조사서’를 교부, 회수했다. 학생상담기초조사서에는 담임교사가 숙지하고 있어야할 학생들에 대한 기본적이고 중요한 사항이 기록된다.

김 씨는 ‘선생님께 당부할 내용’ 란에 ‘계란과 유제품 알러지가 있어서 함유된 음식은 피해야해요. 접촉도 안돼요’라고 명시했다. B씨는 이 부분에 밑줄을 그으며 숙지했다.

사고 당일 점심메뉴는 카레라이스였다. 또한 그날은 ‘잔반 없는 날’이였다. B씨는 학생들에게 반찬을 남기지 말라고 이야기했다. A군에게도 “오늘은 카레가 나왔으니 받았다가 남기지 말고 아예 처음부터 받지 마라”고 말했다. A군은 처음 배식에서는 카레를 받지 않았으나 맨밥을 먹던 중간에 다시 일어나 카레를 받아왔다.

B씨는 카레를 남긴 A군에게 “카레 받지 말라고 했는데 받았네?”하고 물었다. A군은 “어떤 카레는 괜찮은데 이건 먹으니까 입주변이 가려워서 안 먹을래요”라고 답했다. B씨는 A군에게서 안 먹으면 괜찮아 진다는 대답을 듣고 A군을 보냈다. 축구를 하기위해 운동장으로 달려간 A군은 30분도 채 되지 않아 쓰러졌다.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A군은 뇌사판정을 받았다.

이에 대해 김 씨는 “B씨가 A군에게 카레라이스에 우유가 들어간 사실을 분명하게 알리고 섭취 시 알레르기가 발생할 수 있으니 먹지 말라고 지도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잔반 없는 날’에 맞춰 음식을 남기지 말 것만을 강조해 보호, 지도의무를 소홀히 한 과실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B씨가 점심식사 후 A군에게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난 사실을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부모에게 연락을 하거나 병원에 데려가는 등 그 어떠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방치한 것은 업무상 과실이라고 주장했다.

김 씨는 “아비로서 뇌사상태로 사경을 헤매고 있는 A군이 어린 나이에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생각하면 미안함 마음에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심정”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B씨는 A군에 대한 모든 조치를 다 했고, 이번 일은 A군의 잘못으로 인해 벌어진 일이라고 주장하며 모든 책임을 A군에게 돌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알레르기 있는 사람 식후 운동 하지 말아야

OO초등학교를 담당하는 인천동부교육지원청 관계자는 “급식으로 나온 카레에 우유가 포함돼있다는 사실을 미리 공지했다”며 “학부모가 면밀히 살피지 않은 것 같다”는 입장을 보였다. 급식에 포함된 첨가물에 대해 공지를 했기 때문에 가정에서 확인하고 그에 대한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관계자는 “사고 당일 담임선생은 물론 부모도 먹지 말라고 이야기를 했으나 A군이 몰래 가져다 먹은 것”이라며 “담임선생 역시 식품 알레르기가 있기 때문에 알레르기 학생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급식을 남긴 A군이 B씨에게 “괜찮다”고 똑똑하게 말했으며, 바로 운동장으로 달려 나갔는데 누가 그런 A군이 아프다고 생각했겠냐“고 주장했다.

지원청에서는 A군의 사고가 식품 알레르기뿐만 아니라 운동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운동을 하지 말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A군이 식후 운동을 해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

지원청 관계자는 “이는 어떻게 보면 가정책임이다. 자녀교육의 가장 큰 책임은 가정에 있지 않은가. 부모님의 심정은 이해하지만 사고의 원인을 외부에서 찾는 것은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 김 씨가 담임교사인 B씨를 고소한 것에 대해서는 “학교 측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말해도 부모가 믿지 못하고 있다. 차라리 잘됐다고 생각한다. 경찰 조사에서 B씨의 잘못이 없다는 것이 나오면 부모도 인정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계속해서 학교 측에서 A군의 면회를 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사실 파악을 위해서는 학교를 믿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해당 고소건을 담당한 인천연수경찰서는 지난달 B씨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리고 사건을 검찰로 송치했다. 담당 수사관은 “김 씨의 주장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B씨가 A군에게 ‘알레르기가 있으니 (카레를)먹지 마라’, ‘양호실에 가자’고 말한 것을 들었다는 학생의 증언도 나왔다고 했다.

또한 A군이 씩씩하게 운동장으로 달려 나간 CCTV화면도 확인했으며, 의사들 역시 당시 상황으로는 알레르기 쇼크까지 올 줄 몰랐다고 말했다고 한다.

담당 수사관은 “무척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A군이 일어나 진술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학생들이 B씨의 진술이 맞다고 증언했기 때문에 B씨에 대한 혐의는 입증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A군의 아버지 김 씨는 “B씨는 누워있는 아이에게 ‘지금 시험기간인데 너는 시험 안 봐서 좋겠다’라고 말하며 웃는 등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을 보였다”며 “모든 책임을 아이에게 떠넘기는 B씨는 선생의 자격이 없다. 반드시 죄를 밝혀 처벌받고 신성한 교단에서 격리돼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지혜 기자 jhook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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