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0억 원 이중지원 학자금 논란 내막
1600억 원 이중지원 학자금 논란 내막
  • 박시은 기자
  • 입력 2013-08-26 10:29
  • 승인 2013.08.26 10:29
  • 호수 1008
  • 2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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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묘하게 바뀌는 말 애꿎은 학생들 ‘발동동’

[일요서울|박시은 기자] 한국장학재단(이사장 이경숙) 측의 부실한 행정으로 학생들이 장학금으로 받은 돈을 다시 재단에 돌려줘야 할 상황에 처했다. 그동안 한국장학재단은 국가장학금 관리소홀, 부실운영으로 논란이 돼 왔다. 이런 와중에 이중 지원 장학금과 학자금 대출 액수가 16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혈세 낭비 논란이 가중됐다. 그런데 재단 측의 사후조치는 학생들로부터 모든 책임을 지게 해 더 이해하기 힘든 행태를 보이고 있어 [일요서울]이 한국장학재단의 실태를 파헤쳐봤다.

국가장학금 지급기준 논란…책임 떠넘기기 급급
“어려운 학생 돕겠다고 해놓고 더 빚지게 만드는 것”

한국장학재단이 가정형편이 어려운 대학생들을 위해 도입한 국가장학금으로 학생들의 목을 옥죄고 있다. 재단 측 관리 부실로 장학금을 이중 지원한 학생들에게 “등록금보다 추가된 금액을 학자금 대출 상환으로 갚지 않았으니 이중 지원 금액을 해소하라”며 그 책임을 고스란히 떠넘겼기 때문이다.

지난 1년간 한국장학재단이 이중 지원한 장학금과 학자금 대출 규모는 16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12만 5000명에 달하는 학생들이 받을 수 있었던 혜택을 놓치게 만든 금액이다. 그런데 재단 측은 이에 대한 사후 조치를 “학생들은 이중 지원받은 장학금을 한 달 안으로 일시 상환하라”며 무리한 독촉을 하는 것으로 처리하고 있다.

이중지원에 해당해 피해를 봤다는 대학생 A씨는 “무려 1년 전에 받은 장학금이 이중 지원이 됐다며 상환을 요구받았는데 납득할 수 없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A씨는 2013-1학기 지원으로 받은 국가장학금이 이미 이중 지원으로 분류돼 학자금 대출을 거부당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올 초 대출을 거부당한 이유는 2013-1학기 장학금으로 받은 금액 중 개인통장으로 입금 된 일부 금액이 대출 상환으로 이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들었었다. 만약 지난해 2학기 장학금이 이중지원으로 적용돼 있었다면 왜 이 때 함께 알려주지 않았는지 의문이다”며 “당시 학교 측도 재단 측도 아무런 말이 없었고, 설명도 상세히 해주지 않다가 이제와 교내장학금으로 받은 금액을 국가장학금처럼 당장 갚으라고 하니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국가장학금은 가정형편이 어려운 대학생들을 위해 도입된 제도다. 하지만 지난 6월 감사원의 발표에 따르면 부모의 금융자산이 87억 원인 대학생이 소득 4분위로 분류 돼 있고, 아버지의 연간소득이 7000만 원에 이르는데도 국가장학금을 타간 사례가 빈번하게 적출됐다.

또 지난해 2학기에 국가장학금을 받은 서울 강남 거주 대학생 9004명의 가구소득을 확인한 결과 이중 18%인 1629명은 고소득 부모의 자녀 등으로 수급자격이 되지 않는 것으로 밝혀져 국가장학금 관리에 총체적인 문제가 있음이 드러난 바 있다. 일찍부터 학생들 사이에서는 “고소득층에 속하는 친구도 받은 국가장학금을 왜 나는 받지 못했는가”하는 의심 섞인 불만들이 적잖았던 것을 생각해볼 때 이번 감사 결과는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

한국장학재단 측은 “대부분의 장학재단에서 장학금을 주는 기준을 ‘소득’으로 하고 있어 한 학생에게만 장학금이 집중되는 현상을 막고, 최대한 많은 학생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기 위해 이중지원 방지를 하고 있는 것이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애초의 서류심사에서 이 같은 문제를 발견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구축돼있는 인프라가 없다”며 “인력 부족 등의 내부 문제가 곪아 터진 것”이라는 견해도 존재했다. 애초에 장학금을 지급할 때, 지급한 후 ‘이중 지원’에 대한 문제를 찾지 않아 받아도 되는 돈인 줄 알고 받았던 대부분의 학생들만 난감해진 상황이란 것이다.

공지는 느긋 독촉은 사채처럼

뿐만 아니라 지난 6월 감사 과정에서 한국장학재단이 국민의 혈세로 하는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대출 및 장학금의 상환율이 낮아 감사지적 사항으로 처리가 되면서 학교 및 학생들에게 불합리한 부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처리가 되어야만 하고, 처리를 하지 않을 시에는 대출 및 국가장학금 수혜가 불가하다는 강제성을 띠게 됐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밖에도 현재 명시 돼 있는 이중 지원에 해당하는 설명이 충분하지 못해 학생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는 문제점도 수면위로 떠올랐다. 재단은 ‘등록금과 관계없는’이라는 표현을 통해 이중 지원의 예외의 경우를 설명하고 있다. 현재 예외에 해당하는 장학금은 생계형 장학금이나 멘토 장학금, 일회성 장학금 등이 이에 해당한다. 그러나 예외에 속하는 장학금일지라도 지급 명목에 ‘등록금’이라는 단어가 명시 돼 있다면 이중 지원에 해당하는 장학금이 된다. 현재 장학재단 홈페이지에는 단순히 ‘등록금과 관계없는’이라는 문구 외에는 이러한 사례에 대한 설명이 전무하다.

또 다른 피해학생 B씨는 “국가장학금을 제외하고 소속 지자체에서 주는 일회성 장학금을 받은 걸 이유로 이중 지원에 해당한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장학재단 측에 지자체 장학금은 ‘일회성’이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사안이 아니지 않냐고 항의해봤지만 정확한 답변은 없고 ‘어쩔 수 없다’, ‘공지를 이렇게 받은 상황이라 우리도 잘 모른다’는 책임 없는 대답만을 되풀이했다”고 말했다. B씨는 “개인적으로 정보를 찾고 노력해서 받은 타 기구의 장학금으로 문제가 되는 상황도 이해가 가지 않지만 학자금 대출을 막는다는 협박성 문자까지 받고나니 마치 사채 빚을 진 기분이다”며 “부모님은 현재 현금서비스를 받아서라도 갚아야하지 않겠냐고 하시는데 정말 답답하다”고 토로하며 행여라도 인터뷰로 인해 또 다시 장학금에 불이익을 당할까 이니셜 처리를 부탁했다.

또 다른 학생 C씨는 “어려운 학생을 돕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장학금이 오히려 더 빚을 지게 만드는 것 같다”며 “아무런 문제제기 없이 줬던 장학금을 1년이나 지난 후에 갑자기 다시 내놓으라고 해 다음 학기 휴학을 고려하는 상황이고, 무리를 해서라도 학교를 다니려면 제 2금융권을 이용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재단 측은 설명 불충분 논란에 대해 “이미 충분히 공지했던 사항이고 각 대학교들도 이 역할을 같이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재단의 책임만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등록금과 관련 없는 장학금에 대해서 이중지원을 통보받은 것에 대해서는 재단 측이 아닌 학교에 변경 등록을 요청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논란을 두고 유기홍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의원은 “무리하게 당장 환수조치를 취하기보다는 유예기간을 줘야한다”며 “한국장학재단의 잘못을 학생들에게 떠넘기는 것은 불합리한 조치다”고 말했다. 하지만 장학재단은 이미 상환한 학생들과의 형평성과 제도적인 문제 때문에 유예는 어렵다는 입장이어서 독불장군 한국장학재단의 태도에 대한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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