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이호진·이재현 회장 연이은 구속집행정지
김승연·이호진·이재현 회장 연이은 구속집행정지
  • 박수진 기자
  • 입력 2013-08-26 10:11
  • 승인 2013.08.26 10:11
  • 호수 1008
  • 2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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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우울증·신장이식…병명도 가지가지

[일요서울│박수진 기자]횡령과 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 수감 중인 이재현(53) CJ그룹 회장이 질병 등의 이유로 구속집행 정지 결정이 확정됐다. 앞서 이건희 삼성 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등이 법정에 설 때마다 보여줬던 ‘재벌구속-중병발병-구속집행정지’ 코스를 이 회장 역시 여지없이 보여줬다. 이들 대부분 반성은커녕 구속 상태를 면하기 위한 전술로 비춰져 이번 이 회장에 대한 구속집행 정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일요서울]은 그동안 재벌 총수들이 어떤 질병들을 이유로 구속집행 정지를 신청했고 이후 제대로 된 형 집행 기간을 마쳤는지 살펴봤다.

‘구속-중병발병-구속집행정지’ 코스, 굳어지나
구속집행정지 신청만 무려 4번 이상 한 총수는 누구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김용관 부장판사)는 지난 20일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구속집행을 3개월여 동안 정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재현 CJ그룹 회장

구속집행정지기간은 이날부터 오는 11월 28일 오후 6시까지로, 재판부는 이 회장의 신장이식 수술 예정일인 오는 29일부터 3개월가량의 회복기간을 고려해 이와 같이 결정했다.

이 회장이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샤르코-마리-투스(Charcot Marie Tooth Desease, CMT)' 병은 일종의 신경근육 질환으로 인간의 염색체에서 일어난 유전자 중복으로 인해 생기는 유전병이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CMT는 ‘손과 발의 발초신경 발달에 관여하는 유전자가 돌연변이로 인해 중복돼 샴폐인 병을 거꾸로 세운 것과 같은 모습의 기형을 유발하며 10만 명 당 발병률은 36명’이다.

CMT 환자의 증상은 발과 손의 근육들이 점점 위축되면서 힘이 약해지며, 발모양과 손모양의 변형이 발생한다. 이에 따라 환자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발, 손, 다리, 팔의 정상적 기능을 잃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앞서 이 회장은 CMT병 때문에 병역을 면제받은 바 있으며, 50세 이후 다리와 손가락에 증상이 급격히 진행돼 현재 특수 신발 등 보조기구를 통해 도움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난 검찰 출두 때 걸음걸이가 다소 불편해 보인 것과 구속 수감될 때 수사관들의 부축을 받은 것도 모두 이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김승민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교수는 “이 병은 매우 흔한 유전 질환”이라며 “증상의 정도도 다양해 군대를 갔다 올 정도로 경미한 사람이 있는 반면 어릴 때부터 다리 근육 위축이 심해 휠체어를 타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 회장은 증상이 경미한 편에 속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이 회장의 CMT병이 앞서 다른 재벌 총수들과 달리 유전병으로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여론의 반응은 냉랭했다.

이 회장의 3개월 구속집행 정지 결정에 누리꾼들은 “이제 휠체어에 탈 시간이군”, “들어간 지 얼마나 됐다고? 독방은 못 견디고 병원 특실은 좋으냐?”, “왜 이들은 평상시 멀쩡하다가도 검찰만 가면 없던 병이 생기는 것일까” 라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아프면 사라지는 죗값 ‘논란’

사실 여론이 좋지 않은 데에는 과거 재벌 총수들과 정치인들이 사건이 터질 때마다 고통은 고스란히 직원들과 국민들에게 떠넘긴 채 제대로 된 죗 값을 치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김 회장은 지난해 8월 16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4년과 벌금 51억 원을 선고 받아 법정 구속됐다. 그러나 김 회장은 당뇨와 우울증 등으로 건강이 악화됐다며 구속집행정지 연장을 신청, 지난 1월 2개월간의 구속집행정지처분을 받았다.

이어 김 회장은 다시 건강 악화를 이유로 들며 구속집행정지 재신청을 해 3월 6일부터 5월 7일까지로 구속 집행정지 기간을 연장 받았다.

당시 서울고법 형사7부(윤성원 부장판사)의 심리로 열린 김 회장에 대한 비공개 심문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 회장의 주치의인 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A교수는 “김 회장의 뇌 활동 정도가 저하돼 알츠하이머병 환자와 소견이 일치한다”며 “김 회장이 다시 구속될지도 모른다는 염려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따라 김 회장이 다시 구속된다면 우울증 등의 증상이 다시 재발될 가능성이 있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김 회장은 지난 5월 두 번째 구속집행정지 기한이 끝날 쯤 세 번째 구속집행정지 연장을 신청했고, 서울고법 형사 7부는 “김 회장의 구속집행정지 기간을 오는 8월 7일 오후 2시까지로 연장한다”며 “주치의의 진술과 소견서 등에 나타난 김 회장의 건강상태를 고려할 때 구속집행정지 기간을 연장할 필요가 있다”고 김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지난 1일 김 회장은 다시 네번째 구속집행정지 연장 신청을 했고, 대법원 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전문의의 소견서 등에 의해 김 회장이 현재 구치소 등에서의 구금 생활을 감내할 수 있을 정도로 건강 상태가 호전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김 회장의 구속집행정지 기간을 오는 11월 7일까지 연장할 것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김 회장은 위장계열사를 부당 지원하는 등의 방법으로 계열사에 3000억 원 이 넘는 피해를 끼쳤지만, 기소된 지 1년 중 무려 8개월을 구속집행정지기간으로 시간을 보냈다.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역시 2011년 1400억 원대의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기소되자 재판 시작 전 간암 치료를 이유로 구속집행정지 결정을 받았다.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그는 2심까지 모두 실형을 선고받았으나 구속집행정지를 여러 차례 연장한 끝에 항소심 심리 중 보석 허가를 받아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도 2006년 비자금 수사 당시 건강상 이유로 보석을 허가받았으며,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안기부 X파일 사건 당시 건강상 이유로 출국한 뒤 혐의 입증이 안돼 불기소 처분이 난 뒤 귀국한바 있다. 

soojina6027@ilyoseoul.co.kr

박수진 기자 soojina6027@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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