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은행, 한국 철수 대신 지주 해체?”
“SC은행, 한국 철수 대신 지주 해체?”
  • 김나영 기자
  • 입력 2013-08-26 10:04
  • 승인 2013.08.26 10:04
  • 호수 1008
  • 3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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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캐피탈 팔고 퇴직연금까지 접어…왜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이 SC저축은행과 SC캐피탈 매각에 이어 퇴직연금 사업에서도 철수하기로 했다. 기존에 진행된 퇴직연금 고객의 계약까지도 타 사업자에게 이전하겠다는 SC은행의 발표는 또다시 금융권을 술렁이게 만들었다. 이미 순이익이 축소될 대로 축소된 SC은행이 자회사와 사업을 하나둘씩 정리하는 것은 그간 외국계 은행들이 밟아왔던 한국시장 철수를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 <사진=뉴시스>
개인금융 주력해 기업금융 놓쳤나…PB 특화에 박차
외국계의 운명?…단순 실적부진 아닌 숨겨진 배경 있나

SC은행이 퇴직연금 시장에서 퇴장하는 이유는 수익성과 시장점유율 모두 충족하지 못한 탓으로 분석된다. SC은행은 2011년 3월 퇴직연금 사업에 뛰어들었으나 현재까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지난 3월 기준 SC은행의 퇴직연금 시장점유율은 고작 0.1%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또 SC은행은 타 시중은행과 달리 굵직한 기업금융 고객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8년 전 외국계은행으로 전환되면서 갈라선 기업이 많았고 이후에도 도매보다는 소매금융에 주력해서다. 퇴직연금의 특성상 대기업을 고객으로 확보하지 못하면 꾸준한 성과는커녕 오히려 운영비만 축내는 사업부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저축은행 역시 타 저축은행들의 구조조정과 더불어 전반적인 업황 악화로 수익과 재무구조가 전부 구렁텅이에 빠져 있다. 지난해 말 SC저축은행은 당기순손실 216억 원을 기록했다.

캐피탈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미 자력이 아닌 지원으로 버텨온 SC캐피탈의 지난해 말 당기순손실은 130억 원으로 저축은행과 더불어 내리막길에 서 있었다.

SC금융지주 관계자는 “2년 반 동안 진행된 퇴직연금 부문이 수익은 미미한 데 반해 운영비는 고정적으로 들어가 사업을 계속할 이유가 없어졌다”면서 “소매금융 등 핵심부문에 집중하기 위해 저축은행과 캐피탈도 매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점유율 0.1%의 굴욕

현재 SC은행은 퇴직연금ㆍ저축은행ㆍ캐피탈 등을 정리하는 대신 개인금융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표명 중이다. 특히 그중에서도 상위 1%를 위한 프라이빗뱅킹(PB) 특화 서비스로 수익을 내겠다며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영국 SC그룹 본사는 한국 영업권을 재평가해 10억 달러(한화 약 1조1100억 원)를 축소시켰다. 앞서 SC그룹은 2005년 옛 제일은행을 인수하면서 프리미엄을 합친 영업권이 18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계산한 바 있다.

영업권은 기업이 영업 활동을 통해 얼마나 수익을 올릴 수 있을지를 가늠해 자산 개념으로 실질가치를 평가한 결과다. 영국 본사에서 한국 영업권을 대폭 삭감했다는 것은 한국 시장에 대한 미래 기대치를 철저히 낮췄다는 의미다.

실제로 SC그룹의 상반기 실적 발표를 살펴보면 영업이익이 33억2000만 달러로 지난해 39억4000만 달러에 비해 16%가량 감소했다. SC그룹 측은 이익 감소의 주된 요인이 한국 SC은행의 영업권 가치 상각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번 한국 영업권 변동은 8년 만에 55%가 줄어든 것으로 향후 SC그룹의 한국 시장에 대한 의지와도 연관 지어 해석된다. 게다가 SC은행 등 외국계 은행은 자회사 매각이나 사업부문 정리 때마다 국내에서 철수할 것인지가 초점으로 떠오르기도 한다.

8년 만에 영업권 반토막

매번 불거지는 철수설과 관련해 피터 샌즈 SC그룹 회장은 계속 한국에 남아서 지속적으로 영업을 펼치겠다고 강조하곤 했다. 이번에도 샌즈 회장은 한국 시장에 대한 의지를 보였지만 금융권에서는 SC금융의 미래에 대한 우려가 여전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포괄적인 철수설 대신 SC금융지주 해체설도 나오고 있다. SC은행은 그대로 두더라도 SC금융지주가 해체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미 저축은행과 캐피탈을 내놓은 SC금융은 은행을 제외하면 증권과 펀드서비스만 남게 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SC금융 내부에서는 지주회사라는 이유로 무거운 책임과 규제에 짓눌리며 제대로 된 영업을 하지 못한다는 불만이 상당하다”면서 “이대로라면 지주회사를 해체하고 은행만 가져가는 형태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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