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손님들 "나가있어"
외국 손님들 "나가있어"
  • 조민성 
  • 입력 2003-09-26 09:00
  • 승인 2003.09.26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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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즈·사스 공포로 내국인 출입 줄자 외국인 출입차단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선입견 논란도 일어 … 차단 효과는 미지수외국 관광객의 한국관광코스로도 이용됐던 윤락가에 외국인 출입금지 바람이 불고 있다. 서울의 대표적인 윤락가인 미아리 텍사스가 플래카드를 내걸고 외국인들의 출입을 금지하기 시작한 것. 외국인들의 출입이 잦으면서 내국인들이 에이즈와 사스 공포로 인해 출입을 꺼리고 있다는 생각에서다. 그러나 업소들의 이같은 조치에 대해 피부색이 검은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차별이 아니냐는 지적도 일고 있다. 서울시가 윤락업소 밀집지역에 대한 재개발을 밝히며 사라지게 될 운명에 처한 미아리 텍사스촌이 이같은 결정을 내리게 된 속사정을 들여다보았다. “외국인은 일절 받지 않습니다.(Foreigner off-limits place)”1960년대 이후 서울의 대표적인 윤락가로 자리잡고 있는 서울시 성북구 하월곡동 88번지 ‘미아리 텍사스촌’. 그러나 최근 매출이 급감하자 ‘외국인들의 출입을 금지한다’는 대형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경찰에 따르면 미아리 텍사스촌 업주들은 자체 결의에 따라 지난 1일부터 ‘외국인 출입을 일절 금한다’는 플래카드를 윤락가 출입구 9곳에 부착하고 외국인 손님을 받지 않고 있다.미 장갑차 여중생 사망사건이후 홍대근처의 클럽들이 주한 미군에 대해 출입금지했던 경우는 있었지만, 윤락업소들이 공개적으로 외국인들에 대해 출입을 금지하고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업소들이 이같은 행동에 나서게 된 것은 계속되는 매출 급감이 결정적인 이유다. 밤마다 불야성을 이뤘던 시절도 있었지만, 2001년 이후 최근까지 경찰의 집중 단속이 이어지면서 텍사스 골목을 찾는 남성들의 발걸음이 줄어들었다. 한 업소 관계자는 “예전에 비해 50%이상 매출이 감소했다”면서“특히 작은 업소들은 하루 평균 매출이 20∼30만원에 불과해 문을 닫기 일보직전”이라고 하소연했다.실제 경찰에 따르면 300여곳에 이르던 업소들이 하나 둘씩 문을 닫아 최근 200여곳으로 줄었다.

업주들은 매출급감의 원인으로 외국인들의 잦은 출입을 꼽고 있다. 외국 관광객들의 국내 관광코스로 이용되며 호황을 누리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에이즈 공포를 낳아 내국인들의 출입이 줄어들었다는 게 업소측의 판단이다. 업주들은 특히 국내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미아리 텍사스촌에 빈번하게 출현하고 있는 것에 대해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 업주 K씨는 “장기간 해외에 나와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성생활은 충분히 공감하지만, 그들로 인해 우리가 피해를 볼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면서 “그들은 한 사람씩 다니기보다 줄지어 몰려다녀 마치 외국인 노동자의 아지트가 되고 있는 듯한 인상까지 주고 있다”고 말했다. K씨는 또 “그들은 업소를 출입하기보다는 눈 요기 거리로 삼고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경우가 허다하다”면서 “이 때문에 출입하려는 내국인 손님들까지 발걸음을 망설이게 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미아리 텍사스촌 거리에는 성남, 안산 등지에서 일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줄지어 모여있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여기에 윤락녀들도 외국인 노동자들을 손님으로 받는 것을 꺼리고 있다. 에이즈 감염자가 많은 동남아인이나, SARS 감염이 문제되고 있는 중국인들을 받다보면 자신 역시 감염될 확률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일단 업주들은 자발적인 모임인 자율소방위원회를 조직, 외국인들의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조치에 대해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선입견으로 인한 것 아니냐는 논란도 일고 있다. ‘과연 일본인들과 피부색이 검지 않은 외국인들이 자주 출입했다면 업주들이 그러한 조치를 취했을까?’라는 지적이다. 실제 미아리 텍사스촌은 70년대 일본인들의 국내 섹스관광코스로 이용되면서 커다란 호황을 누렸다. 또 올림픽 등 각종 국제적인 행사가 있을 때마다 외국인 손님들로 붐볐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미아리 텍사스촌의 한 업주는 “그런 오해를 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지난해 여수 등에서 에이즈 걸린 윤락녀문제로 인해 큰 파장을 낳았던 적이 있다”며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에이즈 감염 우려는 가장 큰 두려움 일 수밖에 없어 업주들로서도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고 전했다.

그러나 업주들의 특단의 조치가 얼마나 효과를 거둘게 될지는 미지수다. 또 미아리 텍사스 지역은 서울시가 균형발전촉진지구로 지정해 재개발을 예정해 두고 있기 때문. 서울시는 미아리, 천호동, 용산역 등 시내5곳의 윤락가를 다양한 방식으로 재개발하고 성매매 방지를 위해 윤락여성 재활사업을 적극 추진키로 지난 4월 밝혔다. 특히 미아리 텍사스촌에서 시범사업을 한 뒤 다른 지역으로 확대될 계획이어서 이곳 업주들을 긴장하게 만들고 있다.2년전만해도 130여곳에 이르렀지만, 지금은 48곳만 남아 있는 상태인 천호동 텍사스촌도 강동구청이 지난 16일 이 지역에 15층짜리 주상복합 아파트 2동과 근린공원을 짓는 방안을 확정해 모두 떠나야 될 상황이다. 이 때문에 재건축 지역 땅 주인의 절반 정도인 윤락업소 관계자들은 사업 추진에 동의하는 대신 재건축 관련 모든 절차가 끝나고 공사가 시작되기 전까지 1년 동안 단속을 하지 말아 달라고 구와 관할 경찰서에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조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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