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박수진 기자]메리츠금융지주와 메리츠화재 회장직에서 사퇴한 조정호 회장의 사임 배경을 놓고 의구심이 제기 되고 있다. 은행장과 금융지주사 회장 가운데 가장 많은 연봉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조 회장이 금융당국의 임원 연봉 조사를 회피할 목적으로 사퇴라는 꼼수를 부리는 것 아니냐는 것. 메리츠화재의 경우 지난해 등기이사 평균 연봉은 32억2000만 원으로 조 회장은 이보다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금융감독원의 입장에서 조 회장은 조사 대상 1호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한편 먼 동서지간으로 알려진 최희문 대표와 김용범 대표 역시 등기임원으로 많은 연봉을 챙긴 것으로 나타나 관심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급여 및 배당금 합하면 최소 연봉 100억여 원
직원들 평균 연봉은 오히려 줄어들어 논란
지난달 금융당국이 금융지주사와 은행에 이어 보험사와 증권사 등 제2금융권으로 임원 연봉 조사를 확대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가장 높은 연봉을 받는 조 회장에게 이목이 쏠렸다. 이는 메리츠종금증권의 등기임원 자리가 증권업계에서 가장 높은 연봉을 받는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지난달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주요 증권사 중 등기임원 1인당 연봉이 가장 많은 증권사는 메리츠증권으로 조정호 회장, 최 대표, 김 대표 등 3명이 1인당 평균 11억2200만 원을 받았다. 2011년 등기임원 3인이 1인당 평균 9억6500만 원을 받았던 것과 비교하면, 1년 새 1억5700억 원(16.26%)씩 크게 오른 셈이다.
특히 조 회장은 지주에서 11억2900만 원을 받는 것 외에도 메리츠증권과 메리츠화재해상보험에서도 최소한 각각 11억2229만원과 32억2000만원의 급여를 수령했다. 또한 지주에서의 단기성과급(지난해 1분기 지급된 2011년도 성과분)도 받았다.
이밖에도 조 회장은 배당도 두둑히 챙겼다. 메리츠화재는 지난 4월 주당 300원의 배당을 실시해 총 290억 원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메리츠화재의 최대주주는 메리츠금융지주로 50.01%인 4830만주를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메리츠화재는 메리츠금융지주에게 145억 원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메리츠금융지주의 최대 주주는 조 회장으로 74.42%인 8500여 만주를 보유하고 있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조 회장이 약 43억 원의 배당금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따라서 그가 지주의 오너로 받은 43억여 원의 배당금과 각 계열사로부터 받은 급여 등을 합하면 최소 100억 원을 웃돌 것이란 게 업계의 분석이다.
사실 메리츠증권 등기임원들의 연봉이 처음부터 높았던 것은 아니다. 2010년의 메리츠증권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등기임원 3인의 1인당 평균 연봉은 3억2583만 원에 불과했다. 즉 김 대표와 최 대표가 함께 등기임원에 오르기 전까지는 메리츠증권 등기임원의 평균 연봉은 아주 낮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처럼 메리츠증권 등기임원 3인이 갑자기 가장 많은 연봉을 받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해 메리츠증권의 매출액은 1조856억 원으로 전년대비 42.5%감소했지만, 영업이익 811억 원을 기록해 전년대비 15.9% 늘었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623억 원으로 전년대비 17.6% 증가했다.
실적 상승 기쁨은 임원들만
문제는 실적 개선으로 임원들의 연봉 인상이 이루어진 만큼 직원들의 연봉도 함께 올라야 하지만 오히려 직원들의 연봉은 줄어들었다는 데 있다. 전자공시에 따르면 2011년 메리츠증권의 직원 수는 872명으로, 1인당 평균 연봉이 8999만9000원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2012년 메리츠증권의 직원 수는 834명으로, 1인당 평균 연봉은 8974만8000원으로 줄었다.
게다가 지난달에는 노사 합의를 통해 ‘직원 성과급’을 조정하는 안을 통과시켜 비난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직원 성과급 조정안은 손익분기점(BEF)을 일정 비율 넘기지 못하는 직원들에 대해 성과급 지급에 제약을 가하는 것을 말한다. 즉 실적 상승의 기쁨은 등기임원들이 누리고, 실적 하락의 쓴 맛은 직원들에게 고스란히 넘겨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메리츠화재는 2년 연속 민원 발생 건수 증가율이 보험업계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나 2년 연속 이뤄진 조 회장 및 등기임원들의 고액 연봉이 과연 타당한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서 민원이란 보험금 지급을 둘러싼 보험가입자와 메리츠화재와의 분쟁을 뜻한다.
책임 없는 미등기임원직 전환
조 회장이 등기 이사직 사임과 함께 메리츠종금증권에서는 미등기 상근 회사직으로 전환한 부분도 논란의 불씨를 키우고 있다.
미등기임원은 등기임원과 달리 회사의 결정 등에 있어 외부적 책임을 지지 않는다. 하지만 대부분의 미등기임원들은 기업 전반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조 회장의 이번 결정에 대해 지위와 권력은 그대로 유지하되 책임은 회피하려는 목적에서 등기임원이 아닌 미등기임원으로 활동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는 현재 조 회장이 메리츠금융지주의 최대주주이고, 메리츠종금증권의 회장직을 유지하고 있어 영향력을 발휘하는 데 있어 큰 걸림돌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미등기임원은 개별 연봉 공개대상에서 제외돼 있어 구체적은 연봉 액수를 알 수 없어 조 회장의 연봉에 대한 의구심은 계속해 제기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회장님은 6월부터 급여를 받고 있지 않다”며 “이번 사퇴는 지배구조를 투명화하고 전문 경영인에게 경영을 맡기기 위한 차원”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문 경영인 체제로 바뀌면서 투명 경영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수진 기자 soojina6027@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