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축구대표팀이 페루와의 평가전에서 무승부로 끝나면서 골 결정력 문제가 해소되지 않고 있다. 홍명보 감독은 일부 우려에 대해 신경 쓰지 않는 눈치지만 출범 후 4경기 연속 무승이라는 기록을 남기면서 거스 히딩크 감독이 갖고 있던 4경기 만의 첫 승 기록을 넘어서게 됐다. 조직력과 수비력이 살아나고 있지만 골을 넣지 못하면서 경기결과는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지난 14일 축구대표팀은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FIFA랭킹 22위인 페루와의 친선경기를 통해 4번째 시험무대에 나섰다. 하지만 경기결과 0-0을 기록하며 무승부로 마쳤다. 이로써 홍명보 감독은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은 이후 호주-중국-일본-페루를 상대로 3무 1패를 기록했다.
홍 감독은 이날 페루전을 위해 다양한 공격수를 선발했다. 골 결정력 부재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카드를 도입한 셈이다. 조동건(수원), 임상협(부산), 조찬호(포항), 이근호(상주), 백성동(주빌로 이와타) 등 4명의 공격수를 선발해 김동섭(성남)과 함께 돌파구를 찾으려 했다.
하지만 성과는 없었다. 대표팀은 2013동아시안컵을 포함해 이날까지 4경기에서 56개의 슈팅을 날렸지만 단 1골에 그쳤다. 지독한 골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다양한 공격조합
결실 못 맺어
이날 경기에서 전반 45분간 11인의 선수들은 패기가 넘쳤고 의욕이 충만했다. 골 결정력 비난을 받았던 김동섭도 자신감을 그러냈다. 그러나 선수들의 슈팅이 막히거나 빗나가면서 불안감은 커졌다. 전반 8분 이근호가 막혔고 25분과 26분, 29에는 윤일록(서울)의 슈팅 3개가 불발됐다. 전반에만 한국은 슈팅 10개를 때렸지만 0-0으로 끝났다. 공격 과정은 나무랄 곳 없었지만 아쉬운 결과였다. 이후 후반 들어 한국의 경기력은 급속히 저하됐다. 경기를 조율하던 하대성(서울)이 부상을 당하면서 한국의 팀 플레이는 자취를 감췄다. 결국 동아시안컵 3경기에서 나타났던 문제를 고스란히 되풀이 했다.
경기 후 홍 감독은 공식 인터뷰에서 “양팀이 좋은 경기를 했다. 우리는 준비한대로 경기가 잘 풀렸지만 골을 넣지 못한 부분이 아쉬웠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전체적으로 준비한 플레이는 잘됐다. 후반전에 우리 수비라인이 처져 찬스를 내준 점은 가다듬어야 한다. 물론 페루 공격수들이 뛰어나 수비 입장에서 처질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홍 감독은 득점력 부재에 대해서도 “오늘 A매치 데뷔한 선수도 있었고 새로운 선수들도 있었다. 이들에 대해서는 전체적으로 만족한다”며 “후반 들어 공격이 부진한 원인은 체력이다. 경기력보다는 선수들의 체력적인 문제가 있다. 여기에 새로운 선수들이 후반 들어 기존 선수들과의 호흡에서도 문제가 있다”고 진단했다.
유럽파 공격수들에게
눈길 돌리나
비록 홍 감독이 만족한다고 평가했지만 국내파 중에는 결정적인 순간에 한 방을 잡아줄 골잡이가 없어 자연스럽게 유럽파 공격수들에게 관심이 쏠리게 됐다.
이번 경기를 통해 홍명보호의 골 빈곤이 해결과제로 떠오르면서 일각에서는 확실한 최전방 공격수로 박주영(이스널)이 거론되고 있다. 다만 박주영은 소속팀에서의 입지가 발목을 잡고 있다. 현재 박주영은 소속팀 아스널에서 전력 외로 구분되며 철저히 외면 받고 있다. 이에 1군 선수들과 떨어져 따로 훈련을 받고 있으며 오는 22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치르는 2013-2014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 1차전 출전 명단에서도 제외됐다. 더욱이 지난 시즌 막판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해 경기력이 떨어졌고 비시즌에는 군사훈련을 받아 훈련양도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박주영이 홍명보호에 승선하기 위해서는 소속팀을 찾아 이적하는 것이 급선무가 됐다. 홍 감독도 “소속팀에서 출전하지 못하는 선수는 부르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선수는 분명 큰 차이가 있다. 긴 시간 벤치에 있으면 당연히 문제가 발생한다”고 대표팀 선발 기본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여의치 않을 경우 지동원(선덜랜드)과 손흥민(레버쿠젠)을 원톱으로 활용할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에 홍 감독은 페루전이 끝나자마자 지난 16일 독일로 출국해 손흥민을 비롯해 구자철(볼프스 부르크), 박주호(마인츠) 등 해외파들을 직접 관전할 계획이다. 또 9월 A매치 이후에는 영국행 비행기에 오른다. 지동원, 김보경(카디프시티), 이청용(볼턴), 기성용(스완지시티), 윤석영(퀸즈파크 레인저스) 등을 집중 점검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홍 감독은 “대표팀 감독으로서 해외에서 뛰는 선수들에게도 관심을 갖는 게 당연하지 않냐”며 “외국에서 외롭게 생활하는 선수들도 격려해 주고 시간이 되면 식사라도 한 번 할까 한다”고 ‘유럽 나들이’에 대한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나 레버쿠젠 이적 후 개막전에서 골 맛을 본 손흥민을 제외하고는 뚜렷하게 경기에 나설 선수가 많이 보이지 않아 유럽파 역시 전망이 밝지 않은 상태다. 이런 이유로 마땅한 자원을 찾지 못할 경우 홍 감독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살아난 중원과
수비 유럽파 위협
한편 페루전까지 4경기를 거치면서 국내파와 J리그 선수들의 명암도 엇갈리고 있다. 우선 동아시안컵에서 발탁된 서동현(제주)과 김신욱(울산)이 페루전에서 제외됐다. 김동섭이 생존하고 조동건이 가세했지만 무위에 그치면서 먹구름이 꼈다.
반면 중원에서는 이근호가 중앙으로 돌아왔고 좌우 측면에는 윤일록과 조찬호가, 더블 볼란치(두명의 수비형 미드필더)에는 하대성과 이명주(포항)가 주전자리를 꿰차면서 실마리를 찾아가고 있다. 특히 하대성과 이명주의 공수 조율은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둘은 공수를 교차하는 포지셔닝으로 최전방과 최후방의 간격을 일정하게 유지시켰다. 더욱이 주장 하대성의 투지 넘치는 플레이는 윤활유 역할을 했다. 조찬호의 저돌적인 돌파와 강력한 슈팅은 인상적이었다. 중원은 한 층 두터워 지면서 지동원, 손흥민을 비롯해 이청용, 김보경, 기성용, 구자철과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수비라인에서도 죄우 윙백에 김민우(사간 도스)와 이용(울산), 중앙수비에 홍정호(제주), 황석호(히로시마) 골키퍼 김승규(울산)가 무실점 경기를 이어가면서 홍명보호의 또 다른 무기로 평가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전방부터 최후방까지 누가 홍心을 잡았을 지는 안개 속이다. 어느 누구하나 주전으로 낙점 받지 못하면서 국내파와 J리그, 유럽파간의 포지션 경쟁은 가속화 될 것으로 보인다.
todida@ilyoseoul.co.kr
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