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면 창업주 별세 후…국순당에 무슨 일이?
배상면 창업주 별세 후…국순당에 무슨 일이?
  • 강휘호 기자
  • 입력 2013-08-19 15:22
  • 승인 2013.08.19 15:22
  • 호수 1007
  • 4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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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어내기·노예계약 파문…주류업계 파장 우려

술을 빚기 전에 사람을 먼저 생각한다는 전통주의 명가 국순당(대표 배중호)이 점점 나락의 길로 접어드는 모양새다. 국순당은 탁주 및 약주 제조업체로서 지난 60여 년 간 전통주의 대중화를 선도한 기업으로 촉망을 받아왔다. 하지만 국순당은 지난 6월 창업주인 故 배상면 대표가 별세한 직후, 계속되는 실적 하락과 갑의 횡포 논란 등으로 된서리를 맞으며 시련의 계절을 보내고 있다. 도대체 국순당에선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일요서울]이 국순당을 둘러싼 의혹과 악재에 대해 자세히 파헤쳐봤다.

내수위축·경쟁심화로 인한 실적하락 ‘빨간불’
사측 “잘못 일부 인정”…‘전통주의 명가’ 이미지 추락

주류기업 국순당의 대리점 상대 불공정행위에 대한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국순당피해대리점협의회를 필두로 한 전국을살리기비대위, 전국대리점협의회(준), 경제민주화국민운동본부 등 시민 단체들은 국순당을 남양유업에 버금가는 ‘갑의 횡포’ 기업으로 지목, 끊임없이 규탄하고 있다.

이들은 국순당에 대해 여섯 가지의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는데 ▲공정위의 늦장 판결 ▲국순당의 피해보상 외면 ▲영업권 보장의 악용 ▲불공정 노예 계약 ▲대리점협의회 결성 방해 ▲매출부진 책임 전가 등을 토로하고 있다.

결국 유통업계에서 큰 논란이 되고 있는 밀어내기, 강제목표량 부과, 투자비용 떠넘기기 등의 행위를 국순당 역시 그대로 시행하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더욱이 피해자대리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국순당은 지난 5월 거래상지위남용 및 구속조건부거래 행위에 대한 시정명령과 과징금 1억 원을 부과 받았음에도 피해자들에게는 어떠한 보상도 해주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염유섭 국순당피해대리점협의회 대표는 “정작 피해를 본 신청인들은 모두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과징금을 냈으니 끝이다’라는 국순당의 태도에 너무나 화가 난다. 억울하면 민사소송을 걸어보라고 하는데 소송 비용이 없는 현실이 앞을 가로 막는다”고 말했다. 

이어 “2009년 2월 이후 계약서에 부속된 별지로 매출 관련 82개 항목, 거래업소수 관련 81개 등 총 163개 항목의 판매목표를 일방적으로 설정한 후 이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일방적으로 계약해지할 수 있도록 했다”며 “노예 계약도 이렇게 심한 노예계약이 없다. 우리는 배중호 국순당 대표의 사과를 기필코 받아낼 것이고, 국순당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죽을 때까지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국정감사 예고 후폭풍은 어디까지

이번 사태는 정치권에서도 특별한 관심을 쏟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정부에서 줄곧 경제민주화를 외치고 있는 만큼 갑을논란을 확실하게 뿌리 뽑겠다는 것이다. 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지난 13일 국순당 본사를 찾아 사태의 본질을 파악하기에 이르렀다. 이어 하루 뒤인 지난 1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순당 측은 본사의 일방적인 구조조정에 맞섰다는 이유로 협의회를 결성한 도매점주들에게 갖은 협박과 함께 탈퇴 서약서를 강요했다”며 “이를 거부한 도매점에게는 제품 공급 중단 압박과 본사 직원을 동원한 거래처 빼앗기 등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어 “국순당 본사는 대리점의 살생부를 작성하고 이를 실행하기 위해 무리한 설비 도입을 요구하고 이를 구실삼아 도매점을 일방적으로 계약해지시켰다”며 “공정거래법상 금지하고 있는 판매목표 강제행위 역시 집요하게 도매점들에게 강요했다”고 덧붙였다.

또 이 문제를 국정감사의 사안으로 다루겠다고 예고해 큰 파장을 짐작케 했다. 위원회는 “국순당 본사가 공정위 조사 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피해 도매점주들과의 대화를 시간끌기용으로 이용한다는 판단 아래 국순당의 불공정행위의 문제를 정기국회와 국정감사에서 더 깊이 다루기로 결론 내렸다”고 밝힌 상태다.

이로써 국순당은 이미지 타격은 물론 실제 매출과 주가에 대한 피해도 막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올 2분기 매출감소에 따른 경영난 우려에 갑을논란까지 겹쳤으니 회복이 불가능하지 않겠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순당 사태가 어떻게 될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만약 국순당이 결백을 증명하지 못한다고 가정했을 때 남양유업과 같이 철퇴를 맞을 수 있는 가능성은 분명 존재한다”고 말했다.

앞서 국순당은 막걸리 시장이 침체된 데다 길어진 여름 날씨 등 계절적 영향으로 올 2분기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국순당은 분기 영업손실 11억800만 원으로 작년 동기대비 적자 전환을 했다. 매출액은 216억5000만 원으로 작년 동기 316억 원 대비 31.5%가 줄었고 당기 순손실은 8700만 원이었다. 게다가 경기침체로 인한 내수시장의 위축은 향후 흑자전환의 기대감마저 빼앗아 가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전언이라 국순당의 시름은 더욱 깊어 가고 있다. 

한편 국순당은 어떠한 불공정 행위도 저지르지 않았다고 항변하고 있다. 국순당은 “대부분의 조사결과를 인정할 수 없으며 밀어내기와 같은 불공정행위를 전혀 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내세운 상태다.

국순당 관계자는 “피해 대리점주 중 공정위에 조사를 의뢰한 3명의 대리점주를 제외한 나머지 대리점주들은 자신들이 자진해 계약을 해지한 사람들이다. 우리는 피해자대리점 협의회가 왜 나왔는지조차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강변했다.

밀어내기와 노예계약 파문에 대해선 “발효주는 유통기한에 구애받지 않는 식품이라 몇 년 전에 생산됐어도 문제가 전혀 없다. 또한 계약서는 올해 들어 새롭게 작성됐으며 전혀 불공정한 계약 사항이 없다. 피해자대리점주들의 목소리는 막무가내식 주장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다만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과 관련해선 “공정위가 과징금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서는 분명히 잘못을 인정한다. 그렇기 때문에 피해자들이 정확한 근거나 타협안을 제시한다면 협상을 진행할 수도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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