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내부서 방장과 주지 차지하기 위한 경쟁 치열
[일요서울|오두환 기자] 도박 승려가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된 계기는 지난해 전남 장성군 백양관광호텔에서 촬영된 몰카가 세상에 알려지면서 부터다.
몰카에는 조계사 전 주지 토진 스님과 백양사 무공 스님 등이 백양관광호텔에서 12시간 동안 도박을 한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8월 9일 도박혐의로 기소된 두 스님에 대해 각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토진 스님 등은 일상적인 공간이 아닌 호텔에서 비교적 장시간 도박을 했고, 도박에 사용된 금액과 소지하고 있는 금액도 상당한 정도였다”며 “도박 자금의 사용처도 분명하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하면 일시적인 오락행위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신도들에게 공명정대하고 모범을 보여야 하는 지위였음에도 실정법을 위반해 사회적 파장을 불러 일으킨 점 등을 종합하면 죄책을 엄하게 물어야 하지만, 이들이 죄를 깊이 뉘우치고 있고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이미 사회적 형벌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여 벌금형을 선고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도박판이 벌어지기 전날 호텔에 정상 투숙객인 것처럼 들어와 몰카를 설치한 혐의로 기소된 백양사 보현 스님과 몰카 설치업자 P씨에 대해서도 각각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당시 이 사건의 배경은 백양사 후임 주지 자리를 놓고 벌인 세력다툼이라는 이야기가 돌았다. 두 개로 나눠진 계파 간 싸움이 도박 몰카 공개까지 이어진 것이다.
25개 본사를 중심으로 전국 2,500여개의 사찰과 13,000여명의 스님으로 구성된 조계종에서 총무원장, 방장, 본사 주지의 권한은 절대적이다. 각 본사에는 최대 150개의 사찰이 있는데 이 사찰을 말사라 부른다. 말사 주지는 본사 주지의 추천과 조계종 총무원장의 임명에 이뤄진다. 하지만 대부분 본사 주지의 추천대로 임명되기 때문에 본사 주지는 막강한 인사권을 갖는다. 자연스럽게 말사 주지를 희망하는 스님들은 본사주지를 비롯해 방장, 총무원장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심지어 시줏돈이 많이 들어오는 말사를 맡기 위해 말사 주지는 본사 주지에게 많게는 1억 원 정도의 ‘교구발전기금’을 내기도 한다.
25개 본사 가운데서도 백양사를 포함해 해인사, 통도사, 송광사, 수덕사 등 5개 본사는 총림이다. 총림은 참선수행 전문도량인 ‘선원’과 경전 교육기관인 ‘강원’, 계율 전문교육기관인 ‘율원’ 등을 모두 갖춘 사찰이다. 사회 교육기관으로 치면 유치원부터 대학교까지 모든 교육기관을 갖춘 것을 말한다.
총림에는 정신적 지주이자 최고 어른인 방장 스님이 있다. 일반 본사의 주지는 본사 소속 스님들의 투표로 선출되지만 5개 총림의 주지는 방장 스님의 추천에 의해 이뤄지기 때문에 방장과 주지로 이어지는 관계는 매우 긴밀하다.
본사의 주지가 바뀌면 100여개의 말사 주지들까지도 교체가 자연스럽게 이뤄지게 된다. 이 때문에 총림 본사는 차기 방장이 누가 되느냐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도박 승려 몰카 사건으로 유명해진 백양사는 수산 방장 스님의 입적을 앞 둔 몇 달 전부터 백양사 내에는 차기 방장과 차기 주지 자리를 놓고 치열한 갈등이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결국 조계종 전체에 위기를 준 도박 승려 몰카가 세상에 등장한 것이다.
오두환기자 freeore@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