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려들 도박 문제로 시끌벅적한 조계종
승려들 도박 문제로 시끌벅적한 조계종
  • 오두환 기자
  • 입력 2013-08-19 14:40
  • 승인 2013.08.19 14:40
  • 호수 1007
  • 1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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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주스님, 종단 스님 상습도박 폭로

[일요서울|오두환 기자] 조계종 내 승려 도박사건이 또 터졌다. 지난 7월 8일 포항시청 브리핑룸에서는 대한불교조계종 중앙종회 전 수석부의장 장주스님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종단 지도층 인사와 관련된 도박 비리 사실을 밝히고 대구지방검찰청 포항지청에 사건을 접수하고 자수했다. 포항지청에서 수사 중인 이 사건은 지난해 터진 백양관광호텔 도박승려 몰카 사건 이후 조계종을 또 한번 혼란 속에 빠트리게 됐다. 

7월 8일 포항시청 브리핑룸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연 장주스님은 보도자료를 통해 사건의 경위를 설명했다. 보도자료 형태로 배포된 참회문에 따르면 작년 전 국민을 분노에 빠트린 백양사 도박사건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며 조계종 주요 직책의 스님 17명이 국내외에서 상습적으로 거액의 도박을 했다고 폭로했다.

낮에는 염불 외고 밤에는 카드 도박하고
한판에 300만원에서 1000만원 판돈 걸어

장주스님에 따르면 스님들은 도박 한판에 최소 300만 원에서 최대 1000만 원의 판돈을 걸고 카드도박을 했다. 전국을 돌며 상습적으로 도박을 벌인 인물 중 현 집행부 최고위층 인사들이 다수 포함됐다.
도박을 한 장소도 구체적으로 언급됐다. 은정불교문화진흥원 재단 사무실뿐 아니라 강남 오크우드호텔, 대구 인터불고호텔, 은해사 인근 동화장 모텔 등이다. 또 장주스님이 제출한 자수서에는 도박장소외에 도박을 즐긴 스님 명단, 구체적인 도박행위, 자수 배경 등이 적혀있다.
장주 스님이 제출한 스님 명단에는 자신을 포함한 주지급 스님 등 17명의 이름이 공개돼 있다. 중앙종회의원 스님들과 중앙기관 교역직 전 종무원, 교구본사 전‧현직 주지 스님 등이다. 이들은 국내는 물론 마카오, 라스베이거스 등 해외까지 나가 상습적으로 거액의 도박을 했다고 적혀있다.
장주스님에 따르면 지난해 약 23만m2에 이르는 절 땅을 종단 승인없이 40억원을 받고 불법으로 팔아 넘긴 표충사 전 주지 재경스님도 도박 빚을 갚기 위해 이러한 일을 저질렀다고 전했다.
장주스님은 스님들의 상습도박을 폭로하고 자수하계 된 계기에 대해 “자성과 쇄신은 허울뿐인 시늉에 그쳤고 참회하고 자숙해야 할 도박승들은 정법을 훼손하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해체된 계파의 스님들이 다시 모여 ‘불교광장’이라는 도당을 형성해 차기 총무원장 선거를 좌지우지 하려는 모습을 보고 저 자신의 허물까지 들추어 처벌을 받고 참회하는 마음으로 조금이나마 종단의 자정에 기여해 보고자 자진공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조계종, “근거없는
음해성 주장” 밝혀

조계종 총무원은 장주스님의 발언에 대해 보도자료를 통해 “장주스님의 주장은 일고의 가치조차 없다. 장주스님의 이번 주장과 같이 종단 주변에 떠도는 상습 및 해외도박 관련 유언비어는 이미 종단의 제적승 정한영이 수차례 사법기관에 제소하였으나 모두 ‘각하’ 종결되었고 현재는 무고죄로 수사를 받고 있는 내용이다”라고 밝혔다.
또 “장주스님이 근거 없이 음해성 주장을 하는 것은 오어사 주지에 연임되지 않은 것에 대한 불만이라고 종단 내외에서는 회자되고 있다. 총무원장선거를 앞두고 종단을 음해하여 개인적인 이해관계를 관철하고자 하는 무모한 행동으로 보여진다. 따라서, 종단은 장주스님의 이러한 불법행위에 대하여 엄중 대응할 것이며, 직접 거론된 스님들 또한 법적 대응을 할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한편 7월 30일 대구지방검찰청 포항지청 권광현 부장검사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어떤 외압이나 부당한 청탁을 받은 적이 없다”며 “현재 고소인 조사를 마치고 이 조사결과를 토대로 소환대상자와 일정에 대해 검토하고 있는 상태로 도박 가담에 부정하는 사람들이 있는 만큼 객관적 자료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포항지청, 비밀보장
해준다던 증인 신분 노출

검찰의 수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지난 8일 포항지청에서는 5시간에 걸쳐 증인 진술이 진행됐다. 사건이 중대한 만큼 증인은 신분보장을 전제로 검찰에서 진술을 했다. 하지만 바로 다음날 증인의 신분이 노출되고 말았다.
이에 당시 증인을 데리고 직접 포항지청에 들른 적광 스님은 지난 12일 서울고등검찰청 기자실에 증인 신분공개의 부당함을 알리는 브리핑 자료를 배포했다. 또 14일에는 포항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구지검 포항지청이 범죄사실을 증언한 증인의 신분을 상대방 변호사에게 노출해 증인이 신분상 불이익은 물론 신변의 위협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적광스님은 “증인신문 다음날인 9일 아침 증언을 한 스님에게 신분이 노출되어 위험에 빠졌다고 전화가 왔다”며 “증인을 했던 스님이 불국사 측의 변호사인 대구 천마변호사사무소의 조병홍 변호사가 이 사실을 캐내어 바로 불국사 측에 통보해 주었고 불국사 측에서는 바로 기획실장 정문스님 등 2명을 보내 강하게 항의해 왔다. 나는 스님을 믿고 목숨을 걸다시피 해 도박사실을 증언했는데 지금 큰 위험에 빠졌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수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증인의 신분이 노출되면 공정한 수사가 진행될 수 없다. 외압에 따라 증언의 내용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검찰은 증인의 신변보호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증인의 말 한마디에 따라 유죄와 무죄가 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정범죄 신고자 등 보호법’ 제 8조에 따르면 “범죄증언인의 인적사항을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어서는 안 된다”고 쓰여 있다. 또 동법 제17조에는 “제8조를 위반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 한다”는 조문이 있다. 법에서도 증언인의 신분보장을 중시하고 있는데 검찰 내부에서 증언인의 신분이 노출된 점은 큰 문제다.
결국 적광스님은 담당검사에게 항의를 했고 12일 국민권익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 대검찰청 감찰반에 정식 서류를 작성해 접수했다.
한편 본지는 검찰 측의 답변을 듣기 위해 대구지검 포항지청 사건 담당검사에게 연락을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불교계 내부
수직 서열구조가 문제

불교계 내부의 승려 도박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알려진 백양관광호텔 도박승려 몰카 사건이 계기가 됐을 뿐 승려들 사이에서는 이미 많이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불교내부에서 제대로 된 자정노력이나 문제제기가 없는 것은 불교계에 뿌리 깊게 박힌 수직 서열구조 때문이다.   
조계종은 국내 최대 종단으로 전국 2,500여개의 사찰과 13,000여명의 스님으로 구성돼 있다. 지역의 대표 사찰인 불국사, 화엄사 등의 25개의 본사를 중심으로 2,500여개의 사찰이 운영되고 있다. 각 본사 아래에는 적게는 40에서 많게는 150여개가 넘는 사찰이 있으며 이 사찰들은 말사로 불린다. 말사 주지는 본사 주지의 추천과 조계종 총무원장이 임명에 의해 이뤄진다.
임명권은 총무원장이 가지지만 실제로는 대부분 본사 주지의 추천대로 임명되기 때문에 본사 주지는 적게는 수십 개에서 많게는 수백 개에 이르는 말사의 주지를 추천할 수 있는 막강한 인사권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내부의 문제를 외부에 알리거나 뜯어 고치기 위한 노력은 자칫 눈 밖에 나는 행동으로 보일 수 있어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상명하복씩 명령체계가 자리 잡을 수밖에 없고 내부의 문제가 외부로 알려지기는 더욱더 어렵다.
 

총무원장 선거 앞두고
자정 요구 높아

조계종의 미래를 이끌 제34대 총무원장 선거가 10월 10일 열린다. 후보 등록 기간은 9월 18일부터 20일까지다.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는 대통령선거에 비유할 수 있다. 조계종 내부에서는 총무원장선거를 앞두고 불거진 승려도박사건 수사결과가 선거결과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도 많다.
이런 가운데 청정성회복과 정법구현을 위한 사부대중연대회의에서는 16일 “총무원장과 관련 스님의 도박과 횡령 의혹에 대한 엄중한 수사를 촉구한다”는 촉구서를 발표했다. 사부대중연대회의는 촉구서에서 “장주스님이 대구지방검찰청 포항지청에 자수서를 제출하고 기자회견을 열어 국내와 해외에서 함께 도박을 했던 스님들의 명단을 발표한 지 한 달이 넘었다”며 “종단의 수장인 총무원장의 도박과 횡령의 여부에 대한 의혹이 일말의 남김도 없이 해명되어야만 제34대 총무원장 후보에 대한 검증도 가능하며, 그 선출의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고 전했다. 또 “조계종 지도부스님들의 상습도박행위 의혹에 대해 이제는 포항지검 뿐 아니라 대검찰청과 서울 중앙지방검찰청은 권력의 압력은 물론 사적인 인간관계를 배제하고 확실하고 구체적인 증거에 입각하여 공정하고 엄정하게 수사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제 스님 도박사건 해결의 열쇠는 검찰에서 쥐고 있다. 장주스님이 자수와 함께 제출한 관련자료들과 증인 그리고 도박을 한 것으로 제기된 스님들을 철저히 조사해 사건을 해결해야 한다. 조계종도 검찰 수사와 별도로 호법부에서 조사하고 있는 만큼 그동안 실추된 이미지와 종단 안팎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한 점의 의혹이 없도록 수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오두환 기자 freeor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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