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코너로 모는 검찰 “全씨 일가 행동 지켜보겠다”
전두환 코너로 모는 검찰 “全씨 일가 행동 지켜보겠다”
  • 오두환 기자
  • 입력 2013-08-19 14:34
  • 승인 2013.08.19 14:34
  • 호수 1007
  • 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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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영장으로 전두환 목 죄는 검찰

[일요서울|오두환 기자] 전두환 전 대통령이 추징금 자진납부와 강제추징 기로에 섰다. 검찰이 전씨 처남 이창석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상황이 급변했다. 또 검찰은 이창석씨 외에도 전씨의 조카 이재홍씨를 조사하면서 전씨 일가를 압박해 왔다. 전씨 일가의 열리지 않을 것 같던 곳간 창고가 검찰의 전 방위적인 수사로 문이 열리고 있다.

이창석 통해 전씨 자녀들에게 500억 분배 합의 문건 발견
실명 숨기기 위해 미술품 경매 시 코드명 ‘평창동’ 사용

서울중앙지검 ‘전두환 일가 미납추징금 특별환수팀’은 이창석씨를 조사하고 난 뒤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고민해 왔다. 이미 피의자 신분으로 100억원 가량의 탈세를 확인한 만큼 구속영장 청구에는 문제가 없었다. 또 이재홍씨로부터는 1991년 전씨 비자금으로 서울 한남동 부동산을 매입했고 2011년 51억에 매각해 매각자금 일부가 전씨 측에 전달된 사실을 확인했다. 이재홍씨 구속영장 청구에도 아무 문제가 없었다. 다만 둘에 대한 영장청구가 동시에 진행될 경우 전씨 일가가 어떤 대응책을 내 놓을까가 모두의 관심사였다.

이런 가운데 14일 저녁 전씨 측 정주교 변호사가 특별환수팀을 방문해 “추징금 자진납부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이 없었다. 언제까지 얼마의 추징금을 내겠다는 것이 아니라 추징금 자진납부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애매모호한 말을 한 것이다. 이후 한 방송사에서는 “전 전 대통령 측이 미납추징금을 자진납부하기로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하지만 정 변호사는 “납부 의사를 밝혔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검찰도 “전 전 대통령 측에서 공식적으로 입장을 전달해온 바가 없다”고 했다. 결국 같은 날 저녁 8시가 넘어 검찰은 이창석씨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하지만 이재홍씨는 예상과 달리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검찰은 이씨를 풀어주면서 “일단 풀어줬지만 영구히 풀어준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전씨 일가의 행동을 지켜보겠다는 의미다. 검찰 관계자는 “전씨 측이 얼마를 자진 납부할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오산 땅 매입에
전씨 비자금 20억 유입

검찰은 이창석씨 조사를 통해 전씨 차남 재용씨가 경기 오산시 일대 토지를 전씨 비자금으로 매입한 사실을 확인됐다. 그동안 전씨 비자금으로 매입됐을 것이라는 의혹이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특별환수팀은 2006년 재용씨가 외삼촌 이창석씨 소유의 오산 땅 약 46만㎡을 28억원에 매입할 때 전씨 비자금 20억원이 쓰인 사실을 파악했다. 비자금 20억원은 차명계좌를 이용한 돈 세탁을 거쳐 재용씨에게 전달됐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2004년 조세포탈 혐의로 재용씨를 수사하면서, 전 전 대통령 일가의 재산관리인으로 추정되는 복수의 인물이 지인 명의의 차명 주식계좌를 이용해 비자금을 운영해오다 2002년부터 2003년 사이 주권 형태로 출고한 흔적을 발견했다. 하지만 이후 이 주권의 흔적을 찾을 수 없어 당시 수사가 더 진전되지 못했다.
검찰은 최근 과거 수사기록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이 주권이 2006년 다시 전씨의 재산관리인 계좌로 입고된 사실을 파악했다. 결국 검찰은 주권이 여러 명의 재산관리인 계좌로 나눠 입고된 후 매매 과정을 거쳐 현금화 돼 재용씨가 20억 원을 넘겨받아 오산 땅을 구입한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이씨 소환 조사 과정에서 이 내용을 집중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검찰은 전씨 친·인척의 자택을 압수 수색하는 과정에서 전씨 측과 이씨가 재산 분배를 놓고 자녀들에게 500여억 원을 주기로 합의한 내용이 담겨 있는 문건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경업체 청우개발 대표인 이재홍씨는 1991년 6월 전씨 비자금으로 ‘유엔빌리지’로 불리는 서울 한남동 11의 262 땅을 A씨 B씨 등과 함께 사들여 차명 보유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2011년 4월과 5월 이 땅을 대형 외식업체 대표 A씨에게 51억3000만원에 팔았다. 검찰은 이 땅이 전 전 대통령 비자금과 관련된 것인 만큼 매각 대금의 상당 부분을 환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검찰은 청우개발 설립 자금에 전씨 비자금이 유입됐는지도 확인 중이다. 이씨는 전씨 장남 재국씨가 최대 주주인 서점 리브로의 4대, 5대 주주였다.

미국 내 매출 12조 규모
H마트도 추적

비자금 수사와 관련해 새롭게 드러난 사실도 있다. 검찰은 전씨 비자금이 미국 내 최대 아시아계 마트인 'H 마트'에 유입된 정황을 잡고, 자금을 추적하고 있다. 검찰은 전씨 차남 재용씨의 부인 박상아씨가 H마트에 거액을 송금한 사실을 확인했다.
H마트는 매출액이 약 12조원에 달하는 미국 대형 마트다. 주로 아시아계 고객을 타깃으로 해 미국 13개 주에 41개 점포가 영업을 하고 있다. 이 마트는 그동안 실소유주가 전두환 일가라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검찰은 지난달 서울의 한 시중은행 압구정 지점을 압수수색해 전씨 둘째 며느리인 박상아씨가 2003년 H마트에 5억 원을 송금한 내역을 확보했다. 당시 박씨의 송금 전표에는 'H마트 투자명목'이라고 명시돼 있었고, 당일 모처로부터 입금 받아 곧바로 미국으로 송금했다. 검찰은 같은 날 박상아씨가 다른 시중은행을 통해서도 H마트에 송금한 또 다른 내역을 확인했다.
돈을 송금했던 시기인 2003년에는 재용씨가 조세 포탈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을 무렵이라 비자금을 빼돌린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더욱더 받고 있다. 최근에는 검찰이 전두환 전 대통령 측이 일가와 친인척을 동원해 미술품 거래에 뛰어든 정황을 포착해 거래 내역 추적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특별환수팀은 국내 대형 미술품 경매 업체에 전씨 일가와 친인척 명단, 미술품 목록 등을 알려주고 이와 관련된 위탁·낙찰·경매 내역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검찰이 보낸 명단에는 전씨와 이순자 여사, 재국·재용씨, 박상아씨, 이창석씨 등 가족과 친인척 수십명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검찰은 전씨 측이 미술품 경매 당시 실명을 숨기기 위해 ‘평창동’ 등 코드명을 사용한 정황도 포착했다.
그동안 장남 재국씨의 시공사를 통해 미술품 거래가 이뤄졌다고 알려졌으나 최근 드러난 사항으로는 전씨 일가와 친인척이 대거 미술품 거래에 참여했다.

오두환 기자 freeor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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