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고발] 여름철 택배 소비자 피해 급증
[소비자고발] 여름철 택배 소비자 피해 급증
  • 박시은 기자
  • 입력 2013-08-19 14:13
  • 승인 2013.08.19 14:13
  • 호수 1007
  • 3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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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도 더운데 더 열받네”…식품 배송 비상

[일요서울|박시은 기자] 폭염으로 인해 냉동·신선제품 택배운송서비스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더위는 추석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소비자들의 피해가 제수음식, 명절 택배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이에 유통 및 택배운송업계는 냉동, 냉장제품의 신선도 상태 유지를 위한 시스템 증설에 나섰지만 아직까지는 미흡한 실정이다. 때문에 매년 늘어나고 있는 식품 변질 피해를 막으려면 냉동, 냉장제품을 구분 보관할 수 있는 냉장차량 구비의 의무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콜드체인시스템’ 도입…관리 철저히 해야
물품 종류·가액 운송장에 꼼꼼 기재 필요

#사례 1. A씨는 지방에 거주하는 부모님께 붕어즙을 선물하기 위해 택배 회사에 운송을 의뢰했다. 하지만 애초 약속과 달리 도착일이 2일이나 지연돼 붕어즙은 복용이 불가능한 상태로 부패해버렸다. 이에 배상을 요청한 A씨는 “택배회사로부터 ‘소비자의 포장 과실이다’는 대답만 들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A씨는 “부모님은 택배기사로부터 배송지연 연락을 받은 적도 없고, 운송 의뢰 당시에 어떤 문제점도 듣지 못했는데 보상을 거부당해 억울하다”고 말했다.

#사례 2. B씨는 택배 주문한 ‘냉동나물’ 때문에 하루 종일 전전긍긍한 상태다. 택배회사로부터 “B씨의 거주지가 산간지역이기 때문에 배송이 지연될 수 있다”는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B씨는 “여름철 날씨에 나물이 쉽게 상할 수 있으니 냉동보관을 부탁한다”고 요청했지만 “저온저장고가 따로 없어 불가능하다”는 대답만이 돌아왔다. 이에 B씨는 “배송 과정에서 변수가 생길수도 있는데 식품에 대한 배송 체계가 이렇게 후진국 수준일줄 몰랐다”며 “돈 주고 식품이 변질되는 것을 보고만 있어야 하나”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블랙아웃 공포를 지속시키고 있는 무더위로 인해 택배 업계에 빨간불이 켜졌다. ‘식품’관련 제품 배송 때문이다. 대한상공회의소 추산에 따르면 1인당 월 택배 이용은 10건을 넘어섰다. 하지만 냉동·냉장 차량을 갖추지 않은 택배업체들이 다수며 피해가 발생해도 그 책임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떠넘겨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녹색소비자연대(이하 녹색연대)는 2012년부터 2013년 7월까지의 냉동 및 신선제품 관련 택배운송서비스에 대한 현황을 분석한 결과 ‘택배 운송 시 냉동·신선제품의 변질’에 대한 내용이 2012년에는 57.7%, 2013년 7월까지는 42.3%로 소비자상담 내용의 절반가량을 차지했다고 밝혔다. 이번 무더위는 추석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어 명절 택배 배송에서도 제품 변질로 인한 피해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체로 명절 기간 택배 운송은 하루 평균 120개 정도로 일일 평균 접수량인 67만 개보다 79% 많은 양으로 증가한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택배서비스는 월 평균 280여건 정도 접수되는데 추석명절 전후로 20% 가량 늘어난 320여 건이 접수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피해는 ▲냉동, 신선제품의 운반 및 보관방법이 일반 운송물과 차이가 없어 변질된 경우와 ▲변질에 대한 사업자의 책임회피로 인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은 경우가 상담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냉동·냉장온도의 유지는 식품의 품질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며, 유통기한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공급되기 전까지의 관리가 까다롭다. 때문에 녹색연대는 유통과정에서 ‘콜드체인시스템(Cold Chain system)’을 구축해 안전한 식품 배달 유통망을 이뤄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콜드체인시스템이란 저온 유지가 필요한 식료품 또는 농산물을 저온 저장하거나 운송해 제품의 신선도 유지에 적합한 온도로 운송을 관리하는 저온 유통체계시스템이다.

▲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냉동·냉장 시스템 갖춘 차량 전무한 현실

우리나라의 식품 냉동·냉장에 관한 온도 규정은 현재 식품위생법과 축산물위생관리법을 따르고 있다.
냉장식품은 0~10℃ 사이, 냉동의 경우 -18℃ 이하에서 관리해야 하고, 축산물은 보다 까다롭게 규정 돼 있다. 냉장 축산물은 저온에서도 리스테리아균 등 식중독 균이 증식할 수 있어 6℃ 이하에서 보관하도록 공통 기준과 규격을 마련 돼 있다. 냉장온도인 10℃가 넘어가면 박테리아 수가 1~2시간 만에 두 배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택배 업체들은 냉동·냉장 시스템을 갖춘 차량이 없어 배달되는 동안 신선도 유지에는 구멍이 생길 수밖에 없다.

냉동 또는 냉장제품 운반은 현행법상 적절한 온도를 유지할 수 있는 차량을 이용하거나 이와 동등 이상의 효력이 있는 방법을 사용하도록 규정돼있다. 하지만 택배업체들이 ‘스티로폼 박스’와 ‘아이스 팩’으로 냉동·냉장 차량을 대신하거나 소비자 스스로가 ‘스티로폼 박스’와 ‘아이스 팩’으로 포장하는 것이 현실이다.

CJ대한통운 택배 관계자는 “특별히 다른 보관 방법이 없기 때문에 하루 안의 배송 약속을 최대한 지키려고 하고 있다”며 “제품 변질 피해가 발생할 경우에는 식품의 종류에 따라 규정을 다르게 두고 보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무리 완벽하게 포장하고 하루배송 약속을 지키려 하더라도 언급한 사례와 같은 일들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한 업체는 육류나 수산물의 경우 발신 소비자가 아이스박스에 추가로 얼음이나 드라이아이스를 넣어 포장해야만 접수를 받고 있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변질되기 쉬운 약재를 배송할 때에도 소비자 스스로가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한국소비자원은 “아직까지는 소비자들의 주의에 기댈 도리밖에 없다”며 “택배를 의뢰할 때 반드시 물품의 종류와 물품 가액을 운송장에 기재하고, 식품과 같이 변질될 우려가 있는 품목은 운송에 주의할 것을 부탁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만 나중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손해 배상을 받기가 수월하다”고 말했다.

또 “배달 지연이 소비자의 연락처가 잘못 기재돼 있거나 물품 인수자가 없는 등의 소비자 책임으로 피해가 발생됐다면 손해 배상이 어렵지만, 현행 표준약관 제10조(운송물의 수탁거절)에 의하면 포장 상태가 불량한 물품은 사업자가 운송을 거절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기 때문에 ‘소비자 과실’로 책임을 떠넘길 경우에도 손해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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