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서준 프리랜서] 인간이 동물과 다른 가장 큰 차이점 중의 하나는 바로 ‘도구’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스스로의 힘으로 불가능한 일이라도 도구를 사용함으로써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인간들의 특징이기도 하다. 이러한 ‘도구적 인간’의 모습이 성적인 것에 투영된 것이 바로 성인용품이다. 섹스의 쾌락을 극대화하기 위해 인간이 만들어낸 수많은 도구들은 오늘도 많은 사람들에게 팔려나가며 그들의 밤을 쾌락으로 물들게 하고 있다. 성인용품점은 과거 오프라인 매장으로도 곳곳에 진출했지만, 역시 대세는 인터넷 쇼핑이다. 이곳에는 많은 사람들의 눈을 혹하게 할 제품들이 즐비하게 판매되고 있다. 과연 최근에는 어떤 제품들이 대세를 이루고 있으며, 또 사람들은 이러한 제품들을 어떻게 이용하고 있는 것일까.
1년 전 아내와 사별한 중년 남성 이 모 씨는 최근 부쩍 성인용품점 접속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원래도 왕성한 성욕을 자랑했던 이 씨는 아내의 사별이 무척 안타까웠지만, 특히 성적인 면에서 요즘에는 아쉬운 점이 많다고 한다. 하지만 유흥이나 불법 성매매에 대해서는 극도의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던 그였기에 성적인 만족에 관한 것은 모두 ‘자체적으로’ 해결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도구의 힘’을 빌리지 않을 수 없던 것. 그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자.
코스프레 용품도 다양하게 구비
“물론 ‘야동’이 있다는 것은 나 같은 돌싱에게는 큰 힘이 된다. 하지만 그것도 하루 이틀이다. 포르노의 특성이 반복성과 그로 인한 지루함이라는 어떤 철학자의 말도 있지 않은가. 처음에는 포르노를 보는 것이 큰 도움이 되지만, 그것도 매일 보고, 자꾸 보면 지루해진다. 따라서 쾌락을 즐기기에는 그것만으로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뭔가 좀 더 자극적인 것을 찾게 되고, 결국에는 성인용품점을 들락거리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남성을 위한 자위기구를 좀 사들이고 있다. 그냥 하는 것보다는 훨씬 더 실제 감각에 가깝고 그런 점에서 만족도를 높일 수 있었다. 앞으로도 이러한 성인용품 제작 기술이 좀 더 발전했으면 한다.”
최근 성인용품점의 물건은 매우 다채롭다. 남성용, 여성용으로 따로 분류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단순한 자위기구와 시각적 흥분을 높일 수 있는 코스프레 상품, 특별한 란제리, 기능성 콘돔 및 질 수축제, SM 용품들도 판매하고 있다. 특히 최근의 페티시 열풍에 어울리게 각종 ‘코스프레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여성이 착용할 수 있는 기모노, 중국풍 치파오 섹시룩, 경찰복, 체크무늬 스커트 스쿨룩, 간호사 복장 등등 국가를 초월한 섹시 복장을 준비해 놓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코스프레 용품을 즐겨 구매한다는 조 모 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아내의 나이가 좀 어린 편이다. 나랑 10살 차이니까 20대 후반인 셈이다. 그러니 아직 몸매도 괜찮고 해서 서로 합의하에 이런 코스프레 용품을 자주 활용한다. 아내도 나이는 어리지만 섹스에 관심이 많아서 이런 코스프레 용품을 무척 좋아한다. 자신이 예쁘고 섹시해 보인다며 가끔씩은 스스로 이런 제품들을 고르기도 한다. 안 써본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써보면 분명 도움이 된다. 일반적인 섹스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흥분의 극치를 느낀다고 할까. 아무래도 상상력에 도움이 되고 그러다 보니 남녀가 훨씬 더 만족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특히 최근에는 여성이용자들이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독신도 예전보다 엄청나게 늘었을 뿐만 아니라 ‘골드 미스’로 칭해지는 돈은 많지만 남자를 사귈 수 있는 여유가 없는 여성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들은 남성을 사귀는 것 자체를 귀찮게 생각하는 경우도 많고, 시간도 부족하기 때문에 이러한 성인용품에 의존하는 경향이 많아지고 있다. 대개 30대 중후반부터 40대 초중반까지의 여성들이다. 특히 이들은 젊은 여성들보다 훨씬 더 꼼꼼하게 제품의 퀄리티를 따진다고 한다. 또한 자신에게 맞지 않은 상품이라고 생각되면 반품도 서슴치 않는다는 것. 물론 성인용품의 특성에 따라 한번 사용하면 반품이 쉽지 않지만, 때로는 막무가내로 반품을 원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특히 이들 제품들은 배송에도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 혹시라도 주변의 의심을 살 수 있을 것에 대비한 안전장치를 해둔다는 것. 우선 제품의 내용물이 겉에서는 전혀 볼 수 없도록 ‘불투명 비닐 포장’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흔들어도 내용물의 크기를 짐작할 수 없도록 제품의 크기에 딱 맞는 종이 박스를 사용한다는 것. 뿐만 아니라 박스의 겉면에 부착되는 주소지 및 내용물 표기에 대해서도 그저 ‘패션 잡화’로 찍혀 있기 때문에 일단 겉으로만 봐서는 전혀 그 내용물을 짐작할 수 없다는 것. 업계에서는 이를 ‘사생활 보호를 위한 비밀안심 배송 서비스’라고 칭하고 있다.
가장 고가의 제품은 20~30만 원대 여성인형
하지만 여전히 온라인 쇼핑몰보다는 오프라인 매장을 선호하는 사람들도 있다. 제품의 특성상 직접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보고 구매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 쇼핑몰이 늘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프라인 매장이 사라지지 않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취재진은 한 매장 관계자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사실 성인용품이라는 것은 그저 단순한 필요에 의해서 사는 치약, 칫솔 같은 제품이 아니다. 자신의 감성에 딱 들어맞아야 하고, 실제 그 느낌이 매우 중요한 제품이다. 필요보다는 느낌이라는 것이 강조되는 상품이다 보니 직접 현장에서 구매하길 원하는 고객들이 적지 않다. 매장을 방문하는 사람들의 종류는 다양하다. 여대생들끼리 호기심에 오는 경우도 있고, 젊은 커플, 중년커플, 그리고 노인들까지 있다. 하지만 예전처럼 매장에 들어올 때 쑥쓰러움이나 민망함 같은 것은 찾아보기 힘들다. 자신이 필요한 것을 자기 돈 주고 구매하는데 그런 것이 필요 있겠냐는 생각인 것 같다. 어쨌든 최근에는 구매 고객들이 점차 다양화되고 있다는 느낌이다.”그런데 최근 몇몇 성인용품점 업주들은 불법 비아그라 등을 판매해 문제가 되고 있다. 아무래도 대다수의 남성들이 ‘발기 연장’을 원하다보니 결국에는 업주들도 이러한 제품을 판매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약물’ 종류를 구매하는 것은 극히 신중해야 한다. 단순한 도구는 신체 내의 화학적 변화를 유도하지 않지만, 이러한 약물은 심하면 각종 부작용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한편 성인용품 중에서 가장 고가의 제품이라면 단연 ‘성인여성 인형’을 들 수 있다. 실제 여성의 크기로 제작된 데다가 피부와 거의 흡사한 질감을 가지고 있는 이 인형은 남성들에게 ‘여성 대용’으로 적지 않은 인기를 얻고 있다. 물론 인형이기 때문에 자유자대로 체위를 만들 수 있고, 때로 ‘변태적 성향’을 가지고 있는 남성들에게는 오히려 살아있는 여성보다 더욱 큰 쾌감을 주기도 한다고. 실제 여성인형을 구매했다는 한 남성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사실 이러한 제품을 사고 싶었던 것은 오래 전부터였다. 그런데 막상 실제 구매해 사용해보니 기대 이상의 느낌이었다. 감촉도 나쁘지 않고 피부 느낌도 괜찮았다. 이런 분야도 좀 다양한 인형들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드는데, 성인용품 업계가 생각보다는 빠르게 발전하지는 않는 것 같다. 왜 인종별로 느낌이 다르지 않은가. 백인도 있고 흑인도 있을 수 있는데, 지금은 인종을 알기 힘들 뿐만 아니라 특히 인체를 아주 자세하게 재현하지는 못하고 있다. 사람이라면 털도 좀 있고 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에서는 여전히 미흡한 부분이 있는 건 사실인 것 같다.”
성인용품 시장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발전할 것이라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특히 독신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성인용품을 통해서 성적 쾌락을 추구하려는 사람들도 더 많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서준 프리랜서 ily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