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주 부회장, 롯데제과 643주 매수…지분 경쟁 불씨 되나
신동빈 회장, 그룹 두번째 큰 덩치 롯데케미칼 주식 사들여
롯데그룹 후계구도 관련 이야기가 회자되고 있어 주목된다. 그동안 롯데는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의 방침에 따라 일본롯데는 형 신동주, 한국롯데는 동생 신동빈이 경영하는 것이 기정사실화처럼 알려져 왔다. 다른 재벌기업들이 경영권을 두고 형제간 다툼 의혹을 받을 때도 롯데만큼은 조용했다. 그런데 지난달 9일 신동주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 겸 일본롯데상사 사장이 롯데제과 지분을 사들였고, 26일엔 동생 신동빈 한국 롯데그룹 회장이 한주도 보유하고 있지 않던 롯데케미칼 지분을 매수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암투설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롯데의 가장 큰 특징은 일본과 국내에서 활약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가족사에서 비춰지 듯 신 총괄회장의 유년시절과 현재까지의 삶 중 절반은 한국, 나머지 절반은 일본생활이었다. ‘셔틀경영’을 하면서 홀수달엔 일본에 짝수달엔 한국에 있다고 알려질 정도다. 최근에도 이 방법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여전히 ‘롯데’하면 일본이라는 이미지가 먼저 앞선다는 네티즌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아버지 신 총괄회장은 1940년 동향(경남)출신인 노순화씨와 결혼했다. 그렇지만 1년이 지나지 않아 신 회장이 일본으로 가면서 두 사람의 결혼생활은 종지부를 찍었다. 이후 신 회장은 1952년 당시 일본 외무부 대신의 여동생인 다케모리 하쓰코와 재혼했다. 그리고 일본인 여자와의 사이에서 동주, 동빈 두 아들을 낳았다. 며느리도 일본인이다. 신 회장의 처는 일본의 대형건설사 다이세이의 오고 요시마사 부회장의 둘째딸 마나미씨로 일본 전통 혼례식을 치룬 것으로 유명하다. 두 사람의 결혼식은 일본 극우파의 상징이던 나카소네 당시 총리를 비롯해 전·현직 일본 총리가 세 명이나 참석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때문인지 국민들이 롯데를 바라보는 시각이 냉랭한 것 또한 사실이다. 심지어 롯데가 일본기업이어서 반국민적인 행태를 보인다는 비판론까지 확산 중이다.
인터넷 ID ‘아무나’는 포털 다음에 올린 댓글에서 “롯데는 한국기업이 아니고 일본기업입니다, 일본기업보다 하는 행동은 더 일본다운 기업일뿐입니다”라고 비판했다.
일부 시민들은 롯데가 일본기업이어서 국내 서민들의 생계는 아랑곳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식의 ‘반 롯데감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한다. 하지만 롯데의 자랑은 형제간 계열분리에 따른 잡음이 없다는 것이다. 이미 아버지의 뜻에 따라 형은 일본 롯데를 동생은 한국 롯데를 맡아 경영에 매진하고 있다. 때문에 다른 기업들이 형제간 다툼으로 곤욕을 치러도 롯데는 잠잠했다. 오히려 양국을 넘나든 지분 관계 형성이 탄탄해 신 총괄회장 사후에도 큰 문제가 제기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신동주 부회장이 그룹 주력 계열사인 롯데제과 지분을 늘리면서 이 같은 전망에 균열이 보이기 시작했다. 특히 10년 만에 처음으로 사재를 털어 롯데제과를 사들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롯데제과는 지난 9일 신 부회장이 주식 643주를 장내 매수했다고 공시했다. 6일부터 사흘간 이뤄진 이번 주식 취득으로 신 부회장의 보유주식수는 4만9450주에서 5만93주로, 지분율은 3.48%에서 3.52%로 늘었다. 이에 반격이라도 하듯 신 회장은 올 들어 한주도 보유하고 있지 않았던 롯데케미칼 주식 200억원 어치 매입해 지분율을 0.30%로 늘렸다. 롯데케미칼은 롯데그룹 내에서 롯데쇼핑 다음으로 덩치가 큰 계열사다. 신 회장은 지난 6월26일에는 시간외매매를 통해 롯데제과와 롯데칠성음료를 각각 6500주, 7580주 추가로 취득했다.
순환출차 해소? 검찰 수사
앞둔 경영 안배 차원
이는 순환출자 해소를 앞두고 경영권을 확고히 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되면서도 암투설이 함께 조명되고 있다. 특히 롯데그룹 순환출자 구조 정점에 있는 롯데쇼핑의 지배구조를 이해하면 이들의 지분 싸움이 단순치 않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다. 롯데쇼핑은 앞으로 롯데그룹이 지주회사 체제로 개편될 경우 중심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신 회장의 롯데쇼핑 지분율은 14.59%로 형인 신 부회장과 비교 0.01%가 많다. 두 사람간 지분율 격차도 미미할 뿐 더러 롯데쇼핑 지분을 보유한 그룹 계열사 지분율을 따지면 셈법이 꽤 복잡해진다.
롯데쇼핑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는 호텔롯데(지분율 9.58%), 한국후지필름(8.52%), 롯데제과(8.52%), 롯데정보통신(5.22%), 롯데칠성(0.85%)음료(4.26%), 롯데건설(1.03%), 부산롯데호텔(0.85%) 등 10개사에 달한다. 이들 계열사 지분은 또다시 몇몇 계열사들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돌고 도는 지분 관계 속에서 누가 지분율이 높은지 가늠하기 쉽지 않다.
호텔롯데만이 확실한데 이곳의 최대주주는 19.2%의 지분을 갖고 있는 일본 롯데홀딩스다. 롯데홀딩스의 최대주주가 신 부회장인 만큼 실제로 호텔롯데가 보유한 롯데쇼핑 지분 9.58%를 신 부회장이 장악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한 상황이다.
다만 신 부회장 주식취득이 기존 지분율에 변화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지만 민감한 시기이기 때문에 주목받고 있다.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 기업 지배구조 관련 법안이 본격 논의될 예정인 만큼 롯데그룹 역시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를 어떻게든 해소해야 하는 상황이다. 또한 신 총괄회장이 91세 고령이란 점도 큰 변수도 작용할 수 있다. 일각에선 검찰수사로 홍역이 예상되는 한국롯데를 잡기 위해 형이 나섰다는 분석도 있다.
재계에서는 “롯데그룹이 전 정권 비리와 관련해 검찰 등 사정기관으로부터 전방위 수사를 받을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하다. 롯데에 대한 여러 관측이 제기된 것은 지난 2월부터다. 검찰 뿐 아니라 공정위와 국세청 등 사정기관 전반에 걸쳐 롯데그룹에 대한 조사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재계에서는 “곧 모 기업이 수사를 받을 것”이라거나 “곧 국세청 뿐 아니라 검찰과 공정위 등 사정기관 전반에 걸쳐 롯데그룹에 대한 조사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확산되고 있다.
롯데는 MB정부때 가장 큰 수혜를 입은 기업으로 꼽힌다. 신 총괄회장의 숙원사업인 롯데타워 건설허가를 받아냈기 때문이다.
대선을 앞둔 지난해 10월경부터 정치권에서는 제2롯데월드(롯데타워)를 둘러싼 여러 소문이 확산됐다. 롯데 인허가 과정에서 정치권 실세의 입김이 작용했으며, 정권이 바뀌면 이에 대한 수사가 진행될 것이라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최근 진행되고 있는 국세청의 롯데쇼핑에 대한 조사를 롯데사정에 대한 신호탄으로 분석하고 있다.
때문에 형제간 주력 계열사 지분 늘리기 경쟁은 단순한 매입으로만 볼 수 없다는 게 주변의 관측이며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함께 나돈다.
skycros@ilyoseoul.co.kr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