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 연예사병 16년 만에 폐지…“김관진 국방장관 성급했다”
[핫이슈] 연예사병 16년 만에 폐지…“김관진 국방장관 성급했다”
  • 안은혜 기자
  • 입력 2013-08-19 12:26
  • 승인 2013.08.19 12:26
  • 호수 1007
  • 2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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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배치된 연예사병 A씨 결국 우울증 약 복용”

[일요서울 | 안은혜 기자] 연예사병 폐지가 때늦은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7월 국방부는 연예사병 폐지를 발표하고 해당 병사들에 대한 징계를 내렸다. 지난 1일에는 연예사병 15명 전원의 복무부대를 재분류해 배치했다. 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연예사병 폐지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군 홍보와 장병 사기 증진이 주목적이었던 연예사병의 대민지원(공연) 기능을 무시했다고 보는 시각에서다. 또한 연예사병이 일반병사로 재배치되면서 우울증을 겪거나 대민지원의 중단으로 인한 부작용 등 연예사병 폐지가 뒤늦게 논란거리가 될 전망이다.

▲ <사진=뉴시스>

연예사병 폐지, 정기국회 국정감사 재점검

국방홍보지원대(연예사병)가 시행 16년 만에 폐지됐다. 연예사병 제도는 군 홍보 목적으로 국방 홍보지원대가 설립해 1997년부터 운영되기 시작했다. 국방부 근무지원단 지원대대 홍보지원중대 소속 연예병사는 영화배우, 탤런트, 개그맨, 가수, MC 등으로 활동한 현역병 중에 선발됐다. 정원은 20명으로 훈련소 퇴소 직후 선발되거나 야전부대에 배치된 이후 재분류 과정을 거쳐 선발되기도 했다. 연예사병들은 국방홍보원의 라디오부, 공연팀, TV부 등의 부서에 근무하면서 국방홍보물을 제작하거나 ‘위문열차’를 포함한 각종 공연에 참여했다.

연예병사 특혜가 군생활 회의감 들게 해

이처럼 ‘국군 홍보와 장병들의 사기 증진’을 위해 힘썼던 연예병사들을 더 이상 볼 수 없다. 지난 7월 18일 국방부는 “연예사병에 대한 관리가 미흡했던 것에 책임을 통감한다. 국방홍보지원대에 대한 감사 결과 후속 조치로 연예사병 폐지를 결정했다”고 전하며, 물의를 일으켰던 병사 8명에게 징계 조치를 내렸다.

2011년부터 당시 연예병사들이 휴가나 외출 등에서 일반 병사들보다 특혜를 받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연예사병 제도가 본격적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올해 1월에는 가수 비(정지훈)의 휴가일수와 나태한 군 생활이 논란이 됐다. 이에 따라 국방부는 연예병사를 대상으로 ▲군 주관행사 지원 시 가능한 한 부대 내 시설 또는 복지시설 숙박 ▲일일 업무 종료 후 오후 10시 이전 복귀 ▲영외 지역 업무 수행 시 간부 인솔하 임무수행 ▲개인출타 금지 등 특별관리지침을 강화했다. 하지만 특혜 시비를 받고 있는 연예병사들은 이를 모두 어겼다.

최근 국군방송 위문열차 공연이 끝난 뒤 연예병사 세븐(최동욱)과 상추(이상철)가 숙소를 무단이탈해 안마시술소를 출입한 정황이 방송됐다. 방송 이후 지난 6월 26일 온라인 설문조사 전문업체 두잇서베이가 누리꾼 211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74.7%가 연예사병 폐지에 찬성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군필자의 경우 79%가 폐지를 찬성한다고 응답했다. 반면 반대는 전체의 9.3%에 불과했으며 모르겠다는 응답이 16%였다. 군필자(733명)만을 대상으로 ‘연예병사를 통해 사기충전에 도움이 되었냐’고 물어본 결과 71.5%가 ‘그렇지 않다’고 대답했으며 ‘해당 방송 이후 지난 군생활에 회의를 느끼는가’의 물음에도 63.6%가 ‘그렇다’고 답했다.

방송 후 연예병사에 대한 여론의 비난이 높아졌고, 연예사병 제도 폐지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결국 국방부는 연예병사 제도가 군 홍보와 장병사기 진작이라는 운영 취지와 달리 계속되는 사고로 군의 이미지를 실추시킨다고 보고 지난 7월 18일 폐지를 결정했다.

국방부는 연예병사 15명 전원을 지난 1일 복무부대를 재분류해 배치하기로 했다. 남은 복무기간이 3개월 이내인 3명은 국방부 근무지원단에 잔류시켜 일반 병사와 동일하게 근무토록 했다. 남은 복무기간이 3개월 이상인 병사 12명 중 징계대상이 아닌 6명은 복무부대를 재분류하기로 했고 징계대상 6명은 징계가 끝난 후 야전부대(1·3군사령부 소속 부대)로 배치됐다. 국방부는 이들이 출연했던 국군방송 위문열차 공연에는 외부 민간 출연자를 섭외하고 재능 있는 일반 병사들을 선발해 공연에 참여시킬 계획이다.

연예병사가 맡는 국군방송 프로그램도 하반기에 내부 직원으로 교체하고 내년에는 민간 진행자를 선발하기로 했다. 국방부는 연예병사 관리 소홀의 책임을 물어 국방홍보원 지원인력 5명을 징계하고 6명은 경고 조치했다.

장병 사기 증진·대민지원 국회선 폐지 반대도

앞서 말한 대로 연예병사는 국군 홍보와 장병들의 사기 증진, 대민지원을 위한 제도였다. 특히 대민지원의 경우 연예병사들이 1년에 30~40회 주민들에게 공연으로 엔터테인먼트를 제공하는데, 현재 3군단에 배치되어 있는 국내 밴드 소속 가수 A씨는 대민지원을 자주 나가 주민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많은 인기를 얻었다. 그런데 연예병사 폐지로 인해 더 이상 대민지원이 불가능하게 됐다. 연예사병 폐지 후 연예병사였던 연예인 B씨는 전방 통신병으로 보내졌다. 하지만 B씨는 해당 보직에 관련된 아무런 지식이 없어 결국 우울증으로 약을 복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론에 의해 연예사병 제도가 폐지되었지만 이런 부작용도 있는 것이다.

실제 국방위 내에서는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난 16일 국회 국방위 소속 야당 위원측 관계자는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연예사병)폐지는 경솔한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관계자는 “일반 병사의 경우도 개인의 특기나 적성을 고려해 임무나 보직을 배정한다. 자원하는 경우도 개인 실무능력의 검증을 하는 것이 관행”이라며 “연예병사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영역에 대한 기준으로 판단을 해야 하는데, 그런 배려 없이 언론의 ‘마녀 사냥’하듯 국방부의 제도 폐지는 모순”이라고 밝혔다.

관계자는 “안행부나 산자부 행사에 연예인을 섭외하려면 비용이 든다. 자원(연예병사) 활용을 통해 대국민 인식을 제고하고, 비용을 절약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데, 이를 배제하고 연예병사를 전방 소총이나 통신병에 배치한들 사기진작에 도움이 되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군인의 신분으로 잘못된 행위를 한 것은 군법에 의해 처벌 받고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를 보완하면 되는데, 성급하게 폐지해버렸다는 것이 잘못됐다고 본다. 어찌 보면 불공정한 것”이라며 “최소한 그들의 인권에 대해 한 번쯤은 고민해봐야 할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부분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는 언론이 없음을 안타까워하며 그는 “재배치된 연예병사들이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 물어보니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잠도 못자고 힘들어 한다고 들었다. 소총이나 통신병으로 배치되었다면 배워서 할 수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형평성에 어긋나는 부분이 있다. 이런 부분에 대해 다뤄 볼 필요성을 느낀다”고 전했다.

국방부의 지속적인 사병관리 필요

지자체에서는 군의 협조로 행사 요청이 오면 대민지원을 나가기도 하는데, 연예병사들의 대민지원으로 인해 이미지 쇄신과 군 홍보의 효과도 볼 수 있었다고 한다. 연예병사 폐지 후 앞으로는 모든 연예인들이 일반병사와 함께 기초훈련을 마친 후 자대배치를 받는다. 관리 부실은 군 당국이 자초한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연예병사 제도가 폐지돼도 연예병사들이 일반사병과 차별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여야는 이번 국정감사장에서 국방위 심사기간에 이 문제를 다룰 예정이여서 다시한번 연예사병 폐지 논
란이 일 전망이다. 

안은혜 기자 iamgrac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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