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이지혜 기자] 지난해 10월 용인시 포곡읍에서 친구 B(16)양과 함께 가출한 A(16)양은 옆 동네 분식집에서 형제인 C군(28)과 D군(25)을 만났다. C군 형제는 갈 곳이 없던 A양과 B양을 꼬드겨 자신들이 묶고 있던 근처 숙소로 데려갔고 그들은 2달 동안 그곳에서 함께 지냈다.
그러나 12월 C군 형제는 A양과 B양을 서울시 신림동의 어느 원룸으로 끌고 가 감금 시켰다. 이어 대포폰을 만든 형제는 인터넷 채팅 등을 이용해 성매수자들을 모집했다. 그리고 이들에게 10~15만 원의 돈을 받고 A양과 B양에게 성매매를 시켰다. A양과 B양이 성매매를 거절하면 C군 형제는 그녀들의 가녀린 목에 칼을 들이밀었다. 힘없는 10대 소녀들은 형제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지옥 같은 시간은 3월까지 계속됐다. 그동안 A양과 B양을 범한 남성들의 숫자는 무려 120명에 달했다. 자신이 원하는 돈을 챙긴 C군 형제는 A양과 B양을 원룸에 버려둔 채 집으로 돌아갔다. A양과 B양은 그제야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당시 C양은 임신까지 한 상태였다.
모든 사실을 알고 분노한 A양의 아버지에게 D군은 “나는 당당하다. 잘못한 것이 없으니 경찰서가서 따지자”며 적반하장으로 나왔다. 이에 A양의 아버지는 용인동부경찰서로 달려가 사건을 접수했다. 그때 D군에게서 “원하는 것이 돈이냐”는 문자가 왔다. A양의 아버지는 할 말을 잃었다고 한다.
“천하의 나쁜 놈들이에요. 힘없고 어린 소녀들한테 그런 입에도 담기 힘든 짓을 해놓고 오히려 저렇게 큰소리 치고 나오는 나쁜 놈들이에요.”
A양의 아버지는 경찰에 신고를 했으니 곧 가해자들이 처벌받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C군은 핸드폰을 꺼놓고 경찰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D군은 경찰 조사를 받고 풀려나 집으로 돌아갔다. A양 아버지의 속이 타들어갔다.
“경찰 조사에서 동생이 모든 잘못을 인정했데요. 그런데 경찰들은 그 놈을 풀어줬습니다. 형은 조사를 받으러 나오지도 않고 있어요. 이게 말이 되나요?”
답답한 A양 아버지는 경찰에 직접 전화를 걸었지만 “죄가 가벼워서 보냈으며, 조사 후 다시 체포하겠다”는 대답이 돌아왔다고 했다.
거기에 사건 접수한지 4달이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조사가 완료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처음 사건을 접수했을 때 담당 팀장이 6월 말에 마무리 된다고 했어요. 그런데 아직까지도 마무리가 안 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전화가 와서 9월 15일까지 마무리를 하겠다고 하더라구요. 이것도 믿을 수가 있어야죠.”
A양 아버지가 경찰에 문의를 할 때마다 돌아오는 대답은 “강력사건이 발생해서 이 사건이 늦어지고 있다. 빨리 마무리를 짓겠다”는 것이었다.
A양의 아버지는 “이 사건은 강력사건이 아니냐고 물어보면 죄송하다고만 한다”면서 “원래 사건이 접수되면 이렇게 오래 걸리는 것인지 모르겠다. 힘없는 평범한 사람이다 보니 경찰 말을 다 믿을 수밖에 없는데 너무 답답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밤마다 딸이 무서움에 떤다. 당시 기억이 떠오른다며 괴로움에 몸부림치고 있다. 얼마나 답답했으면 지난달에 딸이 직접 경찰서로 가서 왜 D군이 풀려난 것이냐고 물었다고 했다”고 말했다.
한편, 용인동부경찰서 관계자는 “지금 한참 수사 중이다. 여학생들의 피해가 인정되는 만큼 빠른 시일 내에 조사를 끝내 범인을 검거, 구속시키고 성매수자들도 처벌할 것”이라며 “수사가 길어지다 보니 피해자 부모가 답답해 하는 것은 이해한다. 가해자의 죄질이 나쁘기 때문에 우리도 구속, 처벌 의지가 확실히 있다. 연락을 취하고 사건 수사 과정을 말씀 드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지혜 기자 jhook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