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스마트폰 필요한 까닭?
학생들 스마트폰 필요한 까닭?
  • 이지혜 기자
  • 입력 2013-08-19 11:11
  • 승인 2013.08.19 11:11
  • 호수 1007
  • 2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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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탈선 도구로 전락한 'SNS'

[일요서울|이지혜 기자] 요즘 청소년들 사이에서 ‘스마트폰’이 없는 학생은 찾아보기 힘들다. 대부분의 학생들에게 ‘스마트폰’은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다. 청소년들은 스마트폰을 이용해 친구들과 ‘카카오톡’을 주고받고, ‘페이스북’에 자신의 일상 사진을 올린다. 그러나 스마트폰과 SNS는 현재 청소년들을 탈선시키는 도구로 전락했다. 청소년들은 ‘카카오톡 채팅방’에 친구들을 불러놓고 1명을 향해 단체로 욕설을 내뱉는가 하면(본인이 원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채팅방에 초대되기 때문에 당사자는 자신을 향한 욕설을 볼 수밖에 없다) 미니홈피나 페이스북에 대놓고 욕설을 게재하기도 한다. 이로 인해 ‘사이버 왕따’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뿐만 아니라 채팅을 이용해 몸캠을 팔고, 성매매를 하는 등 ‘SNS’를 이용한 범죄도 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들은 자신들이 저지른 행위가 범죄라는 것을 알지 못한다.

카카오톡 왕따, 페이스북 비방글 이용 사이버 문제 심각
몸캠, 원조교제, 사기까지… “잘못된 것인지 몰랐다”

초등학교 5학년 A양은 자신의 휴대전화가 울릴 때마다 두려움에 떤다. 같은 반 친구들이 보내는 카카오톡의 내용이 모두 자신을 향한 욕설이기 때문이다. ‘XX년 왜 사냐’, ‘죽어라’, ‘쫄았냐 대답해봐’ 등의 욕설 문자가 계속해서 들어왔다. A양은 “학교에서 뿐만 아니라 집에 있을 때도 쉴 틈 없이 괴롭힌다”며 “24시간 내내 너무 무섭다. 잠도 제대로 못자겠다”고 심정을 토로했다.

최근에는 자신을 괴롭히던 무리 중 한명이 페이스북에 A양의 사진을 올리고 댓글로 욕설을 썼다고 한다. 여러 무리가 자신을 조롱하고 비웃는 댓글 보며 A양은 무척 가슴이 아프고 무섭다고 했다.

신조어 ‘사이버불링’

지난 17일 교육부에 따르면 7월 1일 기준 스마트폰을 소지하고 있는 학생은 전체 학생의 69.1%를 차지한다. 초등학생은 48.8%, 중학생은 85.1%, 고등학생은 83.7%가 스마트폰을 소지하고 있다.

이렇듯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학생들이 증가하면서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Social Network Service)를 이용한 사이버 왕따가 늘어나고 있다. 사이버공간에서 벌어지는 왕따, 욕설 등은 사이버불링(Cyber Bullying)이라고 불린다.

사이버불링은 곧 오프라인 학교에서 집단 따돌림(왕따)과 학교폭력으로 이어진다. 사이버불링의 예로는 A양처럼 그룹 채팅방에 초대해서 단체로 욕설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정 반대로 ‘투명인간’ 취급하는 경우도 있다. B양의 경우가 그렇다.

안산의 어느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B(13)양은 지난 달 방학 후 친구들에게 보낸 메시지의 답을 단 한 번도 받지 못했다. 친구들은 자기들끼리 묻고 대답하며 대화를 이어갔지만 B양의 질문이나 대답은 전혀 보이지 않는 척을 했다. 화가 난 B양이 채팅방을 나가면 다시 초대가 왔다. 그러나 여전히 친구들은 자신을 ‘투명인간’으로 취급 했다.

B양은 “친구들이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전화도 해봤지만 아무도 받지 않았다”라며 “말로만 듣던 사이버 왕따가 이런 것인가 보다. 차라리 이유라도 말하거나 욕이라도 했으면 좋겠다. 완전히 무시하고 투명인간처럼 대하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범죄도구로 전락

초등학교 6학년 송군은 인터넷 카페에서 음란 사진과 영상을 게시했다가 최근 경찰에 적발됐다. 송군이 게시한 영상 중 대다수는 초.중.고 여학생들이 직접 촬영한 노출 영상이었다.

지난 4월에는 고등학교 2학년 정군 등이 인터넷 채팅을 통해 알게 된 여중생을 성폭행한 혐의로 검거됐다.

지난 5월에는 스마트폰 채팅에서 만난 상대에게 고의로 교통사고를 내게 하고 보험금을 받은 10대 소녀 일당이 경찰에 붙잡히는 사건이 발생했다. 또한 4월에는 스마트폰 채팅에서 만난 남성들에게 성매매를 미끼로 한 조건 만남을 제시한 뒤 폭행하고, 금품을 빼앗은 10대 청소년 5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거기에 일부 청소년들은 스마트폰을 통해 자신의 알몸사진을 찍은 ‘몸사’와 ‘몸캠’을 사고파는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인터넷 카페 게시판이나 채팅을 통해 카카오톡, 틱톡 등 모바일 메신저 아이디를 올리면 그 메신저를 통해 사진을 주고받는 것이다.

자신의 사진을 판적이 있다는 17세 C양은 “내 사진을 팔고 정당한 대가를 받는 것 이 문제가 되냐”라며 “나 뿐만 아니라 주변 친구들도 모두 사진을 판다”고 말했다.

거기에다가 범죄라는 인식을 갖지 않은 채 인터넷을 통한 사기 행각을 벌이는 청소년들도 부쩍 많아졌다.

경찰 관계자는 “스마트폰으로 하는 채팅은 누구나 할 수 있고 규제도 없기 때문에 청소년 범죄에 악용하기 쉽다”며 “아직 어린 청소년들이 호기심에 접속했다가 범죄의 길로 빠져들 수 있는 만큼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탈선 막기 위해 부모 관심 필요

스마트폰을 이용한 청소년 탈선을 막기 위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건전한 SNS 문화를 위해 학교나 가정에서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어떤 행동이 범죄이고,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인지를 학생들이 먼저 알아야 합니다.”

경찰 관계자는 “무분별한 SNS 사용을 예방하기 위한 캠페인이 필요하다”며 “TV광고나 안내 팜플렛 등을 제작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SNS 프로그램에 욕설 및 음란성 글을 올릴 수 없도록 단어를 ‘필터링’할 수 있는 기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부모들의 지속적인 관심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자녀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떤 행동을 하는지에 대해 알고 거기에 대한 조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자녀를 내버려두는 순간 수많은 범죄의 유혹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을 부모는 명심해야 합니다. 스마트폰과 인터넷을 이용해 청소년들은 많은 정보를 접할 수 있습니다. 그 중 범죄 정보도 얼마든지 접할 수 있습니다. 청소년들이 호기심에 한번 접했다가 악의 구렁텅이에 빠질 수 있습니다. 항상 자녀에게 관심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교육을 시키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지혜 기자 jhook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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