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앞에 놓인 큰 산…삼성 지배구조 개선
이재용 앞에 놓인 큰 산…삼성 지배구조 개선
  • 김나영 기자
  • 입력 2013-08-19 10:37
  • 승인 2013.08.19 10:37
  • 호수 1007
  • 2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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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자사주 매입설 배경은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삼성 그룹주가 지각변동 중이다. 최근 삼성전자는 부정적인 실적 전망과 자사주 매입설로 주가가 요동쳤다. 앞서 삼성은 삼성에버랜드를 비롯해 삼성생명화재카드 등을 통해 꾸준히 자사주를 매입해왔다. 여기에 삼성은 부인하고 있지만 이건희 회장의 건강악화설까지 겹치면서 의문은 더욱 커져갔다.

이미 시대적 과제로 자리 잡은 경제민주화 기류 속에서 삼성이 변화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특히 이재용 부회장이 향후 경영을 승계해 그룹을 이끌어 나가려면 삼성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큰 산을 넘어야 한다. 그룹 지배구조가 자사주 매입설과 어떤 식으로 관련 있는지를 삼성의 움직임과 함계 짚어봤다.

에버랜드 정점으로 한 순환출자구조 여전
의결권 제한 가능성에 대비한 지분율 변경?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설이 여의도 증권가를 휩쓸면서 삼성전자의 주가가 시시각각 변했다. 삼성전자가 곧 400만주의 자사주를 사들인다는 이 소문은 시장의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여기에 이건희 회장의 건강 악화로 인한 경영권 방어 차원에서 지분을 늘린다는 구체적인 정황까지 등장했다.

그 결과 지난 121232000원으로 마감한 삼성전자 주식은 이틀 만인 14130만 원을 찍었다. 근래 삼성전자는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지난 6월에만 주가가 20% 가까이 떨어진 상태로 같은 달 4154만 원이던 것이 26일에는 1261000원으로 급락할 정도였다. 상반기 최고가 158만 원을 넘나들던 삼성전자의 자존심에 금이 가는 순간이었다.

등락의 시작은 JP모건이 삼성전자의 성장 한계를 언급한 보고서였다. 이후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삼성전자에 대한 우려가 줄을 이으면서 증권사들은 실적 전망치와 목표 주가를 하향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이로 인해 계속 오르내리던 주가는 아이러니하게도 자사주 매입설의 덕을 톡톡히 보며 반등했다.

이전에도 삼성의 자사주 매입은 꾸준히 거론돼 왔다. 가장 이슈가 됐던 것은 삼성에버랜드의 자사주 매입이다. 삼성에버랜드는 삼성카드를 필두로 CJ한솔케미칼신세계삼성꿈장학재단 등 범 삼성에 있던 자사주를 모조리 사들였다. 삼성에버랜드가 지난 3월까지 매입한 자사주 규모는 15.23%에 이른다.

처럼 삼성에버랜드가 자사주를 매입한 배경은 삼성카드가 보유한 삼성에버랜드 주식이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에 위배돼 지분을 정리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현행 금산법 제24조는 금융회사가 계열사 주식을 5% 이상 보유하거나 타 회사 주식을 20% 이상 보유하는 것을 규제하고 있다.

지배권 강화 위한 포석인가

삼성이 그룹 내 자사주를 매입할 때마다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삼성의 기업지배구조 때문이다. 원래 삼성은 삼성에버랜드를 정점으로 하는 전형적인 순환출자구조를 유지해 왔다. 삼성에버랜드가 삼성생명의 지분을 가진 상태에서 삼성생명은 삼성카드의 지분을 갖고 삼성카드는 다시 삼성에버랜드의 지분을 갖는 식이다. 현재 삼성은 삼성에버랜드와 삼성카드 사이의 순환출자고리는 자사주 대량매입으로 정리했지만 아직 삼성에버랜드와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한 16개의 순환출자고리를 갖고 있다.

전문가들은 삼성을 비롯한 대부분의 순환출자구조는 소유권 강화와 후계자의 경영 승계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제개혁연구소 관계자는 삼성의 순환출자구조는 지배주주 일가의 지배권 강화를 위해 회사 자산을 유용한 것이라며 비상장사의 전환사채를 이용해 지배권을 확보하고 해당 비상장사로 하여금 그룹의 지주사 격인 회사 지분을 인수해 승계 기반을 마련한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꼬집었다.

최근에는 대기업의 순환출자구조가 지주회사제도로 변화하는 추세지만 삼성은 아직까지 지주사 전환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모두 합쳐 1%도 되지 않는 총수의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하려면 순환출자가 훨씬 효과적인 탓이다.

실제로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삼성 내부 지분율은 0.69%에 불과하다. 이는 이 부회장 등 오너 일가를 모두 합쳐도 1.27%에 지나지 않는 극히 미미한 숫자다. 그러나 삼성이 계속해서 자사주를 사들이면 지주회사 전환 시 지배권 강화가 쉬워지기 때문에 이에 대한 경우의 수도 놓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런 연유로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설은 삼성의 지배구조와 직결되며 재계를 들었다 놓기에 충분했다. 삼성 측은 이번 자사주 매입설에 대해 삼성전자의 주가가 떨어져 그런 얘기가 나오는 것 같다자사주 매입은 전혀 사실이 아니고 계획도 없다고 부정했다. 그러나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 외 계열사들에서도 자사주 매입 정황이 발견되고 있다는 이유로 삼성을 예의주시 중이다.

게다가 경제민주화를 겨냥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비금융계열사에 대한 금융계열사의 의결권 제한을 담고 있어 삼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다음달 논의되는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2015년부터 삼성은 비금융계열사인 삼성전자에 대한 금융계열사의 의결권 일부를 제한받게 된다. 현재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각각 7.21%, 1.26% 등 총 8.47%의 삼성전자 지분을 보유해 삼성의 자사주 매입설을 더욱 뒷받침하고 있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삼성의 자사주 매입설이 주는 무게감은 과거와는 분명 다르다면서 현 시점에서의 자사주 매입설은 삼성그룹의 지주사 전환을 포함한 지배구조 개선 프로젝트로 확대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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