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붐비는 것은 어느 PC방에서나 볼 수 있지만, 이곳은 대부분 연인관계로 보였다. 그들은 자리부터 두 사람이 함께 앉을 수 있는 커플석에 앉아 다정한 포즈로 인터넷에 열중했다. PC방 업주 김모씨는 “지난해부터 커플석을 설치하고 운영했는데 반응이 좋아서 최근 커플석을 더 늘렸다”며 “금요일이나 토요일의 경우 커플석은 빈자리가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인터넷 게임에 열중하고 있던 한 커플은 “둘 다 인터넷 게임을 좋아해 PC방을 많이 찾는다”면서 “많은 시간을 함께 있는 것에 비해 데이트 비용도 저렴하고 좋아하는 게임도 함께 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이처럼 최근 젊은 연인들의 ‘PC방 데이트’가 늘면서 젊은 데이트 족을 잡기 위해 PC 방들이 커플석을 늘리는 등 변신을 꾀하는 경우가 많다. 대학가 주변의 PC방은 커플석이 솔로석 보다 많은 경우도 있을 정도. 신촌의 한 PC방 업주는 “인터넷 문화에 익숙한 젊은세대들의 취향에 맞게 커플석을 설치하고 인테리어를 바꿨더니 대학가 커플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고, 한때 PC방 업소의 난립으로 주춤했던 매출이 더 늘었다”고 설명했다.
커플들의 데이트 장소로 PC방이 이용되면서 일부 PC방은 한술 더 떠 커플들에게 할인 혜택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일부 닭살 커플들로 인해 눈살을 찌푸리는 일도 종종 벌어진다. 대학생 정모씨는 “대학가 근처에는 유독 커플석이 많은데 밤에는 주변을 의식하지 않은 일부 닭살 커플들의 몰지각한 애정행각 때문에 주변이 술렁거리기도 한다”고 전했다. 최근에는 뷰티케어숍들이 ‘커플 마사지 룸’을 개설하고 ‘커플’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지난 90년대 중반까지만해도 화장품업체가 고객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만든 뷰티센터나 개인이 운영하는 마사지숍 등이 전부였다.그러나 최근들어 서울 강남 등지의 뷰티숍들이 속속 연인들을 위한 별도의‘커플 마사지룸’을 마련하고 젊은연인들을 잡기 위해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커플 마사지룸’은 연인들이 함께 들어가 피부관리·마사지를 받으며 색다른 데이트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장점. 이 때문에 최근 들어 ‘커플 마사지 룸’이 청춘남녀들의 휴식처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 ‘마사지방’안의 풍경도 커플마다 각양각색. 보통 2∼4명의 세라피스트들이 마사지룸에 들어가는데, 이들을 의식하는 커플들의 경우 조용히 마사지를 받거나 잠을 자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세라피스트들을 전혀 의식하지 않는 커플은 서로간 사랑의 밀어를 나누거나 마사지 도중에 서로 손을 잡는 등 애정표현도 적극적이라는 게 업소관계자들의 전언.마이클럽 뷰티센터의 관계자는 “처음엔 쑥스러워하던 남성들도 점차 익숙해지면서 마사지를 받는데 적극적이 된다”며 “마사지를 통해 몸과 피부 속에 있던 독소나 노폐물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낀 남성들이 ‘시원하다. 혼자 다시 받으러 오겠다’고 말하기까지 한다”고 전했다.
커플 마사지 방을 이용하는 젊은 연인들은 하루 평균 5∼6쌍 정도라는 게 업소관계자들의 전언. 뷰티숍 커플룸의 경우 어떤 서비스를 받느냐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 특정부위 한 곳에 대한 마사지 비용은 적게는 10만원 안팎. 그러나 전신마사지 등을 받을 경우 50만원 이상의 고비용이 든다. 이에 간단한 ‘커플 마사지’방법 등을 배우는 사람들도 늘고 있는 추세다. 찜질방 역시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 데이트 코스로 ‘확실히’ 자리잡았다. 아줌마·아저씨들의 전유물이라고 여겼던 찜질방이 도심속의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새 단장하면서 생긴 변화다. 실제 찜질방 데이트에 관한 인터넷 사이트만 수십개에 이르고, 각 사이트마다 ‘추천 찜질방’ 리스트가 계속 업그레이드돼 올라오고 있다. 아침 일찍부터 찜질방에 진을 치고 데이트를 하는 이른바 ‘찜질방 데이트족’도 생겨날 정도다.
특히 최근 PC방, 노래방, 헬스장, 댄스장, 극장, 식당 등이 갖춰진 대형 찜질방이 생겨나면서 찜질방 안에서 모든 욕구를 해결할 수 있어 젊은 연인들에게도 각광을 받고 있는 것. 이 때문에 각 업소들은 젊은 세대의 구미에 맞는 각종 마케팅 전략을 세우는데 있어서 ‘커플’을 가장 많이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통적인 데이트 장소인 영화관도 상황은 비슷하다. 데이트 족이 가장 많이 찾는 공간인 영화관은 각 좌석에 붙어 있는 팔걸이는 수시로 위로 들어 올릴 수 있도록 해 놓았고, 일부 영화관들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좌석도 좀더 가깝게 밀착시켜둔 커플석을 별도로 마련해 놓고 있다. 또 전체 좌석 중 커플석의 비율을 점점 높이고 있는 추세다. 김포공항 청사 내에 있는 멀티플렉스 ‘M파크9’의 경우는 아예 총 2,000석의 좌석 가운데 3분의 1을 커플석으로 꾸며 놓았을 정도다. 이외에도 정보통신 업체들은 이동전화 커플 우대 요금제를 실시하고 있으며, 심지어 보험업계에서는 커플 보험 상품까지 등장했다.
조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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