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건강해지면 생각나는 것…
몸이 건강해지면 생각나는 것…
  • 서준 프리랜서
  • 입력 2013-08-12 11:12
  • 승인 2013.08.12 11:12
  • 호수 1006
  • 5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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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악회가 탈선동호회?

주말이면 1,0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산으로 향한다는 통계가 있다. 국내 산악인구는 그간 폭발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도심을 떠나 자연으로 향하고 싶은 사람들이 그만큼 늘어났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런데 자연을 원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고 순기능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자연 오염 등의 부작용도 있지만, 무엇보다 산악회가 ‘불륜회’로 변해 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겉으로는 ‘건강을 위하고’, ‘자연을 사랑해서’ 산악회에 가입하고 건전한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그곳은 불륜의 온상이 되어 가고 있다.
물론 모든 산악회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또한 대부분 건전한 산악회지만, 일부 회원들이 물을 흐리고 있는 것에 불과할 것이다. 하지만 ‘일부’라고만 말하기에는 점점 그 강도가 세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도대체 산악회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산악회에는 최근 들어 젊은 사람들도 가입하고 있지만, 여전히 중장년층이 주를 이루고 있다. 사실 그간 중장년들의 ‘놀이문화’가 따로 없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고작해야 술집이나 노래방이 거의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산행이 이러한 ‘어른들의 놀이’가 되었다. 특히 건강을 생각하는 나이가 되었기에 산에 오르면서 좋은 공기도 마시고 운동도 한다는 일석이조의 이득이 중장년층의 산행을 더욱 부추겼다. 물론 이렇게만 본다면 산악회는 중장년층을 위한 최적의 여가 혹은 놀이가 아닐 수 없다.

처음부터 목적은 이성?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산행에서 갖가지 불륜이 생기고 있다는 것이다. 남녀를 불문하고 아예 불륜을 목적으로 산행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최근 1년 사이 산행에 열심인 어느 유부남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김모씨는 처음부터 산행의 목적이 ‘여자’에 있었다고 말한다.
“솔직히 이제 40~50대가 되면 어디에서 여자 만나기가 쉽지 않다. 그건 여자들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동네 미용실에서 노닥거리고 있는데, 어떻게 남성들을 만나겠는가. 그런 점에서 남자는 남자대로, 여자는 여자대로 이성과의 만남에 목말라 있는 것이다. 하지만 산행은 이러한 상황에서 최적의 명분을 제공한다. 건강을 위해서 산에 오르겠다는데 무슨 문제인가. 그런데 이 산이라는 것이 참 묘하다. 서로 끌어주고 밀어주면서 짧은 시간에 아주 훌륭하게도 정이 싹튼다는 이야기다. 뿐만 아니라 산이라는 곳이 어떤 곳인가. 좋은 풍경을 보면서 마음까지 풍성해지는 곳이 아닌가. 땀을 흘리면 마음도 긍정적으로 변하게 된다. 이러한 심리적 상태에서 이성을 만나게 되면 당연히 호감을 가지게 된다. 나의 산행은 그렇게 시작됐다.”
그렇게 시작된 김 씨의 산행은 예상보다 빠르게 ‘불륜’으로 진입할 수 있었다. 동호회 모임을 통해서 두세 번 정도 산행을 하게 되자 낯익은 얼굴들이 하나둘씩 눈에 들어왔고 상대방도 스스럼없이 ‘동호회원’으로써 자신을 받아들여주었다는 것.
특히 산행의 끝에는 대개 뒷풀이가 있기 때문에 한잔하는 분위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친해질 수밖에 없다.
그렇게 해서 김 씨가 만난 여인은 스스로를 ‘돌싱’으로 소개한 최 모 여인. 그녀는 3년 전 사별을 한 뒤 혼자서 노래방을 하고 있다고 했다. 애초에 심성이 거친 여성은 아니었지만, 그런 일을 하다 보니 점점 변해가는 자신이 싫어진다는 말에 김 씨의 마음도 여려지고 말았다.
그렇게 서로를 위해주는 말을 하다 보니 어느덧 침실까지 함께 가게 되는 사이가 되었다는 것. 그렇게 해서 김 씨는 자연스럽게 산행을 통해서 ‘섹스 파트너’를 얻게 된 것이다.
물론 김 씨는 그녀가 사별을 했는지, 정말로 노래방을 하면서 심성이 나빠졌는지 아니었는지는 상관할 바는 아니었다. 김씨에게 중요한 것은 그저 여자의 몸 자체였기 때문이다. 그의 이야기를 계속해서 들어보자.
“사실 산행을 하다보면 몸이 좋아지는 것은 사실이다. 남자도 그렇지만 여자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남녀가 몸이 건강해지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이 섹스다. 특히 중년의 나이 정도라면 20대처럼 섹스를 모를 나이도 아니고, 쑥스러움을 타면서 뺄 나이도 아니다. 기회가 되면 언제라도 원하게 된다. 남자만 그렇다는 것이 아니고 여자도 그렇다는 이야기다. 그러니 서로가 서로에게 기회가 되어줄 뿐이다. 그렇다고 서로 결혼을 염두에 둘 나이도 아니니 부담도 전혀 없다. 그저 행복하게 서로의 몸을 탐닉해주면 그 뿐이 아닌가.”

산악회 자체를 나쁘게 볼 수는 없어

하지만 이렇게 섹스 파트너를 찾기 위해서 산악회에 가입하는 것은 남자들 뿐만은 아니다. 40대 이상의 여성들도 노골적으로 성적 쾌락을 추구하기 위해 산악회에 가입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산악회 남성들은 산행으로 단련된 몸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여기에 더욱 ‘혹’해서 남성들을 찾아나서는 경우도 있다. 한 여성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40대 중반 이후만 돼도 몸이 맛이 가는 남자들이 많다. 섹스에 트러블이 생기는 것이다. 운동으로 건강을 생각하지 않는 이상, 그때부터 서서히 남성들은 섹스에 대한 자신감을 잃어가는 것이다. 남자들이 기를 쓰고 운동을 하는 또 다른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이런 것 아니겠는가. 하지만 산행을 하는 남성들은 그나마 건강한 몸을 가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술을 먹어도 빨리 깨고 섹스를 해도 다른 남성들 보다 더 강하고 오래간다. 그러니 섹스 파트너를 찾으려면 기왕이면 산악회 회원이 적격이 아니겠나.”
특히 산악회에는 아주 독특한 대화 문화가 형성되어 있다. 이른바 남성 리더를 ‘대장님’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마치 흡사 사이비 종교를 연상케 하는 대목이다. 물론 ‘산행’이라는 특성에 따라서 안전이 중요시 되고 리더의 역할이 비중이 있다는 점에서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지만, 자칫 남녀의 종속 관계를 유발시킴으로써 노골적인 음담패설 등을 용인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물론 산악회 회원들이 아예 대놓고 공식적으로 이런 불륜을 하는 것은 아니다. 대개 산행은 산행대로 하고 비공식적인 연락을 통해서 서로 만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니 사실 산악회 측에서도 이러한 불륜이 얼마나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특히 성인 개개인의 문제에 대해서 산악회가 개입하는 것은 힘들다고 할 수 있다.
최근 산악회에서의 불륜 문제 때문에 고통 받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산행을 하지 않는 아내나 남편들 사이에서는 ‘배우자가 산악회를 하면서 이상한 문자를 받고, 나와의 잠자리를 거부한다. 불륜인 것 같다’는 글을 인터넷에 올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산악회에서 불륜 상대를 만난 것 같기는 하지만 딱히 증거가 없기 때문에 대놓고 말하지도 못한다는 이야기다.
물론 이러한 산악회의 불륜 문제를 산악회 자체의 문제로 봐서는 안 된다는 시각이 있다. 한 산악회 관련자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세상 어디에 가나 조직 활동을 하면서 잘못된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조직 원래의 활동 목적보다는 자신만의 또 다른 이유 때문에 조직 활동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 자체를 조직의 문제라고 일괄적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세상에 그런 사람들은 늘 있는 것이고, 그것이 조직의 생명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조직이 그러한 행동을 부추기지 않는 이상, 이는 순전히 개인적인 행동에 불과하다. 산악회에서 불륜이 이뤄진다고 산악회를 나쁘게 본다면 회사 내에서 불륜이 일어난다고 회사 자체를 나쁘게 보는 것과 차이가 없다. 그것은 개인들의 문제일 뿐이다.”
이는 충분히 일리 있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일부 산악회에 만연되어 있는 불륜의 정서는 건강한 산행 초심자들에게는 부담스럽게 작용하는 경우도 있다. 건강을 위해 산행을 시작했다는 여성 주모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나는 그저 산행 자체가 목적이었는데, 일부 산악회원들은 그렇지 않은 듯 보였다. 말 그대로 꿩 먹고 알 먹고의 심산이라고 할까. 음담패설이나 산행을 하면서 이뤄지는 스킨십들이 너무도 부담이 됐다. 그래서 아예 산악회 활동을 포기하고 이후에는 마음 맞는 친구들끼리 산행을 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도 산악회에서의 불륜의 문제는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어차피 남녀가 모이는 곳에는 늘 그렇게 ‘사랑과 섹스’가 화두가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노골적으로 이를 위해서 산악회에 가입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만큼, 이제 일부 산악회는 섹스 파트너를 찾고자 하는 사람들이 자주 찾는 은밀한 만남의 장소를 제공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서준 프리랜서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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