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한수원비리 수사 영포라인 핵심 다 잡는다
청와대 한수원비리 수사 영포라인 핵심 다 잡는다
  • 오병호 프리랜서
  • 입력 2013-08-12 11:04
  • 승인 2013.08.12 11:04
  • 호수 1006
  • 1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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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 내는 원전비리 수사…여권인사 다수 연루

대기업서 납품업체까지 연루…35명 구속
최근 청와대 인사 한수원 비리 관련說도

한수원 비리 수사가 정관계 등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어 정치권이 주목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한수원 비리 수사와 관련해 철저한 수사를 촉구한 바 있다. 최근 청와대가 인사를 단행한 내막에 한수원비리 문제가 얽혀 있다는 말도 들린다. 사정기관 소식에 밝은 한 소식통에 따르면 한수원 비리에 MB정부 당시 실세였던 영포라인 인맥이 다수 개입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검찰은 한수원 비리 수사 과정에서 꼬리가 잡힌 영포라인 색출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지난 5월 29일 원전비리 수사에 본격 착수한 지 2개월여 만에 비리혐의자 총 24명을 구속하고 11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등 수사가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검찰은 한국수력원자력과 납품업체 등의 비리혐의에 대해 광범위하고 강도 높은 수사를 벌이고 있으며 이달 말 수사를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원전비리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질타가 이어지면서 검찰의 수사는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 5월 29일 부산지검 동부지청에 원전비리수사단을 설치하고 원전 전반의 구조적 비리에 대해 본격적인 수사를 벌인 결과 지금까지 총 35명을 구속했거나 현재 구속영장을 청구한 상태다. 검찰은 또 정부 차원에서 원자력안전위원회를 통해 실시한 원전 납품 부품에 대한 집중 점검에서 시험성적서 위조 등 추가 비리에 대해 본격적인 수사를 벌이고 있다.

▲ 김종신 전 한수원 사장


부산지검 동부지청 원전비리 수사단은 2008년 11월 김종신 전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에게 한수원 직원 A씨의 인사청탁을 하며 2000만 원을 전달한 혐의로 원전 설비업체인 H사 송모(52) 전 대표를 구속기소했다고 지난 7일 밝혔다.
송씨는 A씨로부터 이 돈을 건네받아 평소 친분이 있는 김 전 사장에게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사장이 실제 A씨의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여부는 불분명하다고 검찰은 밝혔다.
송씨는 2007년부터 1년여 동안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 2곳에서 47억 원 가량의 회사돈을 빼돌린 혐의도 받고 있다.
김 전 사장은 2009년 7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5차례에 걸쳐 원전 수처리 전문업체인 한국정수공업 이모(75) 회장으로부터 납품계약 체결 등에 편의제공 청탁과 함께 1억3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달 24일 구속기소됐다.
다음날인 지난 8일 울산지법은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등 고위간부를 잘 안다며 원자력발전소 납품업체 임직원에게서 청탁 대가로 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원전 로비스트 윤모(57) 씨에게 징역 3년 6월에 추징금 11억7200만 원을 선고했다.
윤 씨에게는 사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알선수재), 변호사법위반, 뇌물공여,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죄가 적용됐다.

비리 독과수 먹은 이들

윤 씨는 2010년 사기죄 등으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 유예기간인 2011년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된 한수원 납품업체 대표에게 “내가 한수원 사장 등 고위간부를 많이 알고 있어 청탁하면 한수원 공사를 수주할 수 있다”며 영향력을 과시하며 접근했다. 이어 이 업체 대표에게 고리원전에 보온·보냉재 설치공사를 수주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면서 청탁을 위한 교제비 명목으로 지난해 3월까지 82차례에 걸쳐 6억9700만 원 상당을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윤씨는 또 2011년 11월 부산지검 동부지청이 한수원 뇌물비리 사건을 수사할 당시 수사가 확대되는 것을 막아달라는 부탁과 함께 한수원 간부 2명에게서 5000만 원을 받아챙긴 혐의로도 기소됐다. 또 2011년 5월에는 건설업체 관계자에게서 4000만 원을 빌리고 대출알선 경비명목으로 4억2000만 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같은 해 8월 한전 자회사 납품업체 대표에게서는 3억8000만 원을 빌린 뒤 갚지 않고 2010년에는 한수원 납품업체 간부에게 1억 원을 편취한 혐의도 함께 받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공직자를 포함한 사회 각계의 유력인사와 친분관계를 과시하면서 장기간 각종 청탁 명목의 금품을 받고 실제로 유력인사에게 다양한 경로로 영향을 미쳐 청탁자에게 부당한 특혜를 받도록 주선했다”며 “공공 직무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해쳤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신의 능력으로 감당되지 않는 청탁을 받고서도 마치 해결 가능한 것처럼 행세, 청탁자로부터 거액을 빌리고 돌려주지 않는 방법으로 이익을 챙기는 등 기업인들에게 심각한 피해를 남겼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수사를 전방위로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 주변과 검찰 안팎에서는 “검찰 수사가 전 정권의 핵심인사들을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이 무성하다.
한수원 비리에는 대기업을 비롯해 중소 납품 업체까지 연루돼 있다. 한수원의 말단 직원부터 전 사장까지 비리 사슬에 얽혀 있어 그동안 한수원 비리가 얼마나 만연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한수원 비리는 수백건의 시험성적서 위조가 드러난 것뿐만 아니라 불량 제품 납품과 200억 원대에 가까운 부품 국산화 사기도 있다. 6억 원대의 돈다발이 발견되는 등 금품로비와 청탁이 있었고, 전 정권의 신성장동력 육성 지원펀드를 둘러싼 의혹도 있었다.
내부 비리를 캐기 위해 시작된 한수원 비리 수사는 한수원을 넘어 신성장동력 육성 펀드를 둘러싼 전 정권의 원전비리 의혹수사로 확대되고 있다.
검찰 주변에서는 전 정권 실세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 비리의 실체가 조금씩 드러나면서 정치권 연루설이 사실로 밝혀지고 있다. 최근에는 MB정부의 실세를 비롯해 새누리당의 핵심도 한수원 비리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청와대가 단행한 인사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청와대 핵심실세들 중 한수원 비리에 연루된 인사가 있다는 소문이 확산되고 있다. MB정부 당시 친박계 인사들 중 영포라인과 비교적 가까웠던 이들이 한수원 비리 끝자락에 연결돼 있다는 것이다.

 

▲ 월성 원자력

영포라인이 수사 종착역

실제로 검찰은 한수원 비리 수사와 관련해 지난 정권 뿐 아니라 현정권 인사들 연루 의혹에 대해 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머지않아 청와대가 추가로 인사를 단행할 것이며 이는 한수원 연루 정황이 드러난 것과 무관치 않다”는 말이 정치권에 확산되고 있다.
검찰 소식통에 따르면 검찰은 박영준 전 차관과 밀접하게 연결된 김모씨를 조사 중이다. 검찰은 김씨가 현 한수원 고위 간부와 검은커넥션을 통해 한수원 비리 핵심 역할을 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김씨는 김 전 사장이 한수원 사장을 3년 연임하도록 한 결정적인 역할을 했으며, 김 전 사장을 이용해 여러 정치권 인사들에 정치 비자금을 제공한 의혹이 있다. 한수원 비리를 꿰고 있는 내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김 전 사장의 한수원 비리 카르텔을 구성한 인물이 김씨며 김씨는 자신이 자금을 제공한 현정권 인사들을 압박해 검찰수사가 자신을 피해가도록 종용하고 있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검찰이 한수원 비리에 연루된 것으로 보고 있는 정치권 인사는 영포라인 인사들과 더불어 현 정권의 핵심들이 거론되고 있으며, 이 내용과 관련해 비리에 깊숙이 연관돼 있는 오희택씨는 김씨와 더불어 수사의 핵심이라고 검찰은 보고 있다. 원전브로커 오씨는 한수원 비리 핵심으로 지목되면서 지난 3일 구속됐다.
김 전 사장에 뇌물은 준 한국정수공업은 정치권 개입설의 결정적인 연결고리다. 이 대표가 영포라인 원전브로커 오씨와 여당 고위 당직자 출신 이윤영(51)씨에게 13억 원을 건넨 것을 비롯해 이들은 검찰 진술에서 비리 연루 핵심인사로 박 전 차관 등을 거론했다.
불량 제어케이블에서 시작된 원전비리가 박영준 전 차관까지 거론되면서 전 정권의 실세가 개입된 게이트로까지 발전한 원전 비리 수사는 지난 5월 28일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신고리 원전 제어 케이블 시험 성적서가 위조됐다며 검찰에 관련자 3명을 고소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두 달여가 지나는 동안 원전의 구조적 비리를 파헤치기 위해 전국 7개의 검찰청에 사건이 배당됐다. 검찰은 일단 8월 말까지 수사를 완료해 9월 초에는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오병호 프리랜서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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