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유값 106원↑에 우윳값 250원↑ ‘폭리 논란’
우윳값 인상 조사 착수…업계 눈치보기 벽 못넘어
매일유업은 우윳값 인상을 놓고 ‘롤러코스터' 같은 하루를 보냈다. 가격 인상을 강행했지만 대형마트의 반발에 부딪혀 일부 제품에 한해 가격을 내리더니 결국은 제자리로 돌아왔다. 하루 뒤인 9일 인상을 예고했던 서울우유와 동원우유도 잠정 보류를 결정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우윳값 인상을 시도했던 매일유업은 유통업계가 인상 전 가격을 고수하자 가격 인상을 보류하겠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진다. 매일유업은 이날부터 흰 우유 가격을 1ℓ당 2350원에서 2600원으로 250원(10.6%) 인상하려 했다. 매일유업은 가격 인상안 발표 당시만 해도 “원유가격 인상에 따라 그동안 누적된 원가 인상분까지 반영해 250원으로 인상폭을 결정했다”며 원유가격 인상에 따라 그동안 누적된 원가 인상분까지 반영했음을 강조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들도 이때까지는 “이번 인상 이전의 가격인상이었던 2011년 당시에는 원유가격이 130원(18.5%) 올랐을 때 우유업체들은 우윳값을 200원(9.3%) 올리는데 그쳤다. 그때는 유통 마진이 거의 오르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우윳값 인상을 통해 유통 마진을 올려줘야 한다”며 매일유업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막상 뚜껑이 열리자 업체 간 눈치 싸움을 벌인 끝에 인상안 포기를 밝혔다.
업계관계자는 “우유는 생필품이자 자주 구매하는 상품인만큼 가격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며 “경쟁사보다 싸게 팔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매일유업이 막판까지 인상안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자만 결국 무릎끓고 말았다. 이 과정에서 정부가 나서서 “우윳값 인상 조사에 착수하겠다"는 방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기재부 관계자가 지난달 30일 대형마트 유제품 담당 실무자를 만나 “우윳값 인상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음에도 매일유업이 고집을 꺾지 않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외식사업 수십억 적자실적 개선 노려
매일유업이 기재부의 불편한 심기를 건드리는 이유와 서울우유보다 먼저 인상안을 발표하는 속내가 궁금하다는 것이다. 업계 일각에선 가격 상승 이면에 불편한 진실이 숨어 있을 것이란 의구심을 떨추지 못한다. 특히 매일유업이 서민물가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시민단체의 지적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것에 대한 의구심이 깊다.
이미 업계 주변에선 이번 인상안을 두고 김정완 회장이 야심차게 추진했던 이른바 ‘오너 사업’들이 어려움을 겪자 이를 메우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 아니었겠느냐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특히 김 회장의 사업다각화 일환 중 하나인 카레사업이 지난 한 해 수십억 원의 적자를 기록하며 매일유업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일유업은 지난해 매출액(별도 기준)이 1조523억 원으로 처음으로 1조 원을 돌파했으나 영업이익은 301억 원에 그쳤다. 영업이익률은 2.86%로 3%에도 채 미치지 못하는 실적을 거뒀다. 매일유업의 최근 5년간 영업이익률은 최저 1.7~3.2%로 사업구조가 유사한 남양유업의 3.4~4.1%보다 낮아 경영실적 악화를 부추겼다.
이에 매일유업은 올해 실적이 부진한 냉장카레 제품의 생산을 중단하고 이를 상온카레로 전환했지만 이마저도 탐탁치 않은 성적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진다. 반면 우유의 경우 특별한 판촉 없이도 꾸준히 판매되는 제품이기 때문에 가격 인상으로 인한 실적 개선 효과가 상당하다.
또 흰 우유의 경우 원유 가격이 전체 원가의 95% 이상을 차지해 원유가격 인상 이후 흰 우유 가격 인상 시기가 늦어질 경우 전체 실적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따라서 여유가 없는 매일유업이 가격인상의 총대를 멜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외식사업은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아직은 적자를 보는 것이 맞다”며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점차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해명했지만 결과는 현재도 오리무중이다.
한편 일각에선 매일유업의 이 같은 실적 부진에 대해 선택과 집중의 경쟁에서 실패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주력 사업인 분유나 시유(음료) 등 유가공품에 집중될 매일유업의 영업력이 오너가 집중하는 부대사업으로 분산되면서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우유 가격인상이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