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박수진 기자]LG디스플레이(이하 LGD·대표 한상범)가 지난해 5월 중소기업 조명기구 전문 제조업체인 ㈜오렉스(OREX)로부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당했다. LGD가 오렉스에게 LCD TV용에 필요한 부품 사업 제안을 먼저 하는 등 사업에 적극 참여하다가 갑작스럽게 중단 의사를 밝히면서 약 200억여 원이 넘는 피해를 입었다는 것. 결국 조명 브랜드 1위 타이틀은 날아가고 기업 회생 절차만 남게 됐다는 게 오렉스 측의 주장이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LGD 측은 먼저 사업 제안을 한 적이 없고, 함께 진행했다는 것은 더더욱 말이 안된다며 오렉스와 상반되는 주장을 펼치고 있어 양측의 공방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과연 누가 거짓말을 하고 누가 진실을 말하고 있는 것인지 그들의 첨예한 대립을 파헤쳐봤다.
오렉스 “수차례 진행한 회의와 약속은 모두 거짓말?”
LGD “희성전자와 해결해야 할 문제, 우린 상관없어”
논란은 2008년 LGD가 추진했던 ‘V6프로젝트’에서 비롯됐다. V6프로젝트란 LCD TV에 들어가는 BACK LIGHT UNIT (이하 BLU)를 V5단계에서 V6로 전환해 효율을 높이는 것을 말한다. 즉 TV에 들어가는 저효율 램프를 고효율로 바꾸는 동시에 원가 절감을 함께 이루겠다는 뜻이다.
오렉스에 따르면 오렉스는 2007년 11월부터 2008년 7월까지 LCD TV용 BLU에 필요한 유리튜브(GLASS TUBE)를 베트남에서 제조해 샘플을 만들어 제공해 왔다. 이 과정에서 부문적으로 보완사항이 필요하다고 판단돼 2008년 7월께부터 3개월간 충북 괴산에 공장건설을 검토했다. 하지만 그해 10월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해 기존에 검토됐던 공장 건설 계획은 일시 중단됐다.
그러던 중 두 달 후인 12월, 희성전자(現대표 류철곤) 대구공장에서 LGD가 추진하고 있다는 ‘LG Dispaly V6 고효율 유리개발’ 참여 제안을 받았다.
정신현 오렉스 총괄 사장은 “희성전자에서 ‘LGD에서 V6개발을 추진하고 있는데, 개발에 성공하게 되면 기존에 사용하던 저효율 유리관 대신 OREX가 성공한 고효율 유리관만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면서 “희성전자의 대부분의 지분이 범LG가의 소유인 것을 알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희성전자와 LGD를 같이 본다. 따라서 금융위기 임에도 불구하고 LG라는 이름 하나 믿고 이 제안을 수락했다”고 말했다.
희성전자는 구자경 LG명예회장 차남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이 42.1%, 구본식 부회장이 29.4%, 아들 구응모씨가 10.0% 등이 지분을 가지고 있는 대표적인 범 LG가 회사로 꼽힌다.
그렇게 오렉스는 LGD 제안에 대한 내부검토를 진행한 뒤 거뜬히 할 수 있음을 확인하고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다음 해인 2009년 3월 16일 LGD 관계자 5명과 희성전자 관계자 2명, 오렉스 관계자 5명이 참여한 첫 미팅이 시작됐다. LGD의 전량 구매방침을 확인한 오렉스는 곧장 같은 해 3월 25일부터 4월 초에 앞서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해 무산됐던 공장 매입 계약을 체결하고 개발 착수에 들어갔다. 그 후로도 오렉스는 희성전자와 LGD와의 수차례 개발 회의를 거쳐 2009년 10월 GLASS TUBE 용해로 완공에 이르렀다.
정 사장은 “LGD의 기술진과 담당 실무자들은 V6프로젝트에 대해 ‘고효율 형광램프 개발을 통해 램프의 숫자를 줄여 원가를 절감하기 위한 전략적 프로젝트’라며 회의석상에서 공개적으로 여러 차례 설명하는 등 우리와 희성전자로 하여금 적극 추진하도록 독려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또한 개발기간 동안 LGD 기술진과 담당 실무자 등 관계자들이 오렉스 사업장을 10여 차례 이상 방문했을 뿐만 아니라, 당시 LGD의 대표이사인 권영수에게 보고한다면서 우리로부터 회사소개서 등 각종 자료를 수차례 요청했다”며 “LGD 역시 각 사업장에 필요한 제품 수 등 자세한 정보를 우리에게 분기별 자료로 제공했기 때문에 LGD에 대한 1%의 의심도 하지 않고 사업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2010년 2월, 오렉스는 LGD가 요구한 조건의 샘플이 완성되자 희성전자 측에 보냈다. LGD가 요구한 수준에 부합하는지 확인하기 위한 테스트 기간은 보통 4~5개월 정도가 소요된다. 그러나 승인이 떨어지기 전까지 한 달에 용해로 운영비만 5억여 원이 소요되기 때문에 오렉스는 LGD와 희성전자에게 빠른 승인 결정을 부탁했다.
그렇게 테스트 결과를 기다리던 중 같은 해 5월, 오렉스는 뜻밖의 소식을 들었다. 오렉스 본부장이 구미 LGD 제1공장의 상무로부터 4월말 이후 V6프로젝트가 중단됐다는 얘기를 들은 것.
정 사장은 “프로젝트가 중단됐다는 소식을 공식적인 경로로 듣지 못했다. 진행 상황을 점검하다 듣게 된 날벼락이었다”며 “황당한 것은 한 달 뒤인 6월, 희성전자는 샘플 테스트에 이상이 없다는 결과를 보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희성전자도 프로젝트 중단 소식을 몰랐던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결국 오렉스는 일방적인 V6프로젝트 중단에 어쩔 수 없이 당시 해외로부터 수입해 사용하고 있던 V5 프로젝트용 LCD GLASS TUBE의 납품을 LGD에 요청했다. 하지만 LGD의 최종 승인은 샘플 제출 1년 뒤인 2011년 7월에야 났고, 그 사이 365일 24시간 돌아가는 용해로 내화물은 수명 경과로 인해 교체가 시급했다.
그러나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희성전자가 2012년 총 구매물량 예상액으로 연간 9억 원을 통보하면서 오렉스는 또 한번 무너지고 말았다. 용해로 운영비가 한 달에 5억여 원을 감안하면 터무니없는 금액이었기 때문이다.
정 사장은 “용해로 내화물 교체에만 15억여 원이 들어가는 데 9억 원이란 금액에 결국 납품을 포기했다”면서 “용해로 1기 완공까지 투입한 금액만 공장토지매입비, 구축물 등 설치비, 용해로 설비, 21개월간 용해로 가동비 등 이 사업에 들어간 투자만 대략 216억 원에 이른다”고 말했다.
“오렉스 주장 사실과 무관”
하지만 이와 관련해 LGD는 오렉스가 희성전자와 해결해야할 문제일 뿐 LGD와는 상관없다는 주장이다. 납품업체를 선정하고 납품업체와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주체는 어디까지나 희성전자로서, LGD는 희성전자가 납품하는 GLASS TUBE를 탑재한 BLU가 LGD 요구 수준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검토할 수 있는 지위에 있을 뿐이라는 것.
따라서 LGD는 오렉스에게 LCD GLASS TUBE를 국산화할 경우 전량 조기에 구매하겠다는 취지의 약속을 전혀 한 적 없고, 오렉스 공장신축 등의 시설투자 결정은 당초 추진했던 V6 개발사업과는 무관하며, 더욱이 V6개발사업이 중단될 때까지 오렉스는 개발에 성공하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LGD는 “LGD가 오렉스에게 ‘어느 시기’에 ‘어떠한 방식’으로 V6 LCD GLASS TUBE를 전량 구매하겠다고 약속했는지 여부를 명확히 밝히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요구했다.
이어 LGD는 “당시 오렉스는 LCD GLASS TUBE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상태였고, 베트남에서 LCD GLASS TUBE 샘플을 제작하는 정도의 생산여건을 갖추고 있었다는 사실 뿐이었다”면서 “기존의 거래관계도 전혀 없고 기술력이나 생산능력에 대해 전혀 검증이 이루어지지 않은 회사로부터 LCD의 핵심 부품을 전량 구매하겠다고 약속했을 리 만무하다”고 밝혔다.
또한 오렉스와의 단독 사업 진행 주장에 대해서도 “오렉스 외에도 해당 개발사업에 SCHOOT사, EMGO사, LLG사 등 3개 업체도 참여했고, 희성전자 역시 함께 진행했다”며 “오렉스하고만 사업을 진행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마지막으로 LGD는 “LGD가 V6 개발사업에 오렉스를 참여시켜 개발에 관한 논의를 진행한 것은 사실이지만 오렉스에게 개발의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이를 구매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한 사실이 없고, 이에 관해 어떠한 신뢰도 부여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박수진 기자 soojina6027@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