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박수진 기자]기업 출신 인사들이 줄줄이 청와대나 국회로 영입되고 있다. 특히 지난 6일에 있었던 박근혜 정부 ‘2기 청와대 참모진’의 특징은 학자 출신보다 기업인 출신 비중이 강화돼 이목이 쏠렸다. 최순홍 전 미래전략수석이 해외파로 국내 정책 추진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다는 비난이 계속되자 기업인 출신인 윤창번 전 하나로텔레콤(현 SK브로드밴드) 대표로 교체된 것. 이밖에도 백기승 국정홍보 비서관도 기업인 출신이다. 하지만 일각에서 해당 인사들이 기업인 출신인 만큼 정경유착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앞으로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윤창번·진영·백기승 역할론 주목
정경유착 논란 커질까…몸단속 철저
신임 청와대 미래전략 수석으로 ICT(정보통신기술)분야의 전문가로 불리는 윤창번 전 하나로텔레콤(현 SK브로드밴드) 대표가 지난 5일 내정됐다.
윤 수석은 서울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한 뒤 1989년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 합류해 국제협력실, 정보사회정책실장, 기획조정실장, 부원장, 원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2003년부터 2006년까지는 하나로텔레콤 대표이사 사장 및 회장직을 역임하면서 현장감각을 익혔다.
박근혜 대통령과의 인연은 대선 후보자 시절 윤 수석이 캠프에 합류해 ICT 주요 정책공약을 수립하는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회 방송통신추진단장을 맡게 되면서부터 시작됐다.
특히 윤 수석은 정부 정보의 공유와 개방을 기치로 든 새 정부 ‘정부3.0’ 플랜의 골격을 완성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향후 실질적인 창조경제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윤 수석이 현재 과열된 이동통신사 3사의 도 넘은 경쟁 상황에 대해 해결하기는커녕 방치하거나 더 부추기는 등 통신시장에 친화적 환경을 보이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도 보내고 있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윤 수석이 시장에 친화적일 수도 있지만 반대로 업체들을 잘 아는 만큼 규제 정책을 펴게 된다면 강력하게 칼을 댈 수도 있다”며 “이동통신사 3사의 도 넘은 경쟁상황에 대해 차원이 다른 정화 정책을 내놓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진영 복지부 장관의 경우 기업인 출신은 아니지만 진 장관의 변호사 경력을 살펴보면 LG와 밀접한 관계를 맺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진 장관은 1975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1987년 2월부터 1994년 7월까지 LG그룹 상임법률고문으로 재직했다. 이 기간동안 이뤄진 수임 건수만 무려 77%로 모두 LG그룹으로부터 의뢰받았다. 게다가 진 장관이 17대 국회의원이면서도 변호사를 겸직했던 2004년부터 2007년 사이 총 38건 중 94%에 달하는 36건 모두 LG그룹 사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김성주 민주통합당 의원은 지난 3월 진 장관의 인사 청문회에서 “진 장관이 맡은 사건은 엘지화학 19건, 엘지건설 6건, 엘지화재해상보험 6건, 한화증권 1건, 지에스건설 3건, 엘지전자 2건, 한국토지신탁 1건 등으로 3년 간 벌어들인 수입만 무려 2억6491만 원”이라며 “보건복지부가 의약품, 화장품 등 안전관리 업무는 물론 제약 산업 육성, 의약품 리베이트 근절 등 당면한 과제들이 많은데 특정 기업을 의식한 편파행정이 아니라 공정하고 특혜 없는 보건복지 행정을 펼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백기승 국정홍보비서관도 이목을 끈다. 지난 2월 영원한 대우맨으로 불리던 그가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으로 임명됐다.
1995년 38세에 대우그룹 최연소 임원에 올라 화제를 모았던 그는 대우그룹을 떠난 뒤 코콤포터노밸리 부사장과 유진그룹 임원을 지내는 등 주로 홍보 분야에 종사해오다 2006년부터 박근혜 후보 경선 캠프에 참여하면서 박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홍보기획단 단장을 맡았고, 경선 패배 이후에도 5년간 드러나지 않게 대선 준비를 지원해왔다.
지난해 박 대통령의 경선 캠프 및 선대위에 공보위원으로 참여해 공보상황실장으로 활약했다. 박 대통령의 리더십과 이미지 부각, 대언론 관계 설정 등을 주도하며 대선을 승리로 이끈 공신으로 꼽힌다.
금배지 단 기업인은 누구
지난해 19대 총선 공천 과정에서 금융·기업인 출신 인사들이 대거 탈락해 일부 소수만이 간신히 본선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그중 금융계 출신 인사 가운데 유일하게 박대동 전 예금보험공사 사장이 지역구에서 당선됐다.
울산 북구에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한 박 위원은 52.4%의 최종 득표율로 김창현 통합진보당(47.6%) 후보를 누르고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박 위원은 금융감독위원회(현 금융감독원) 감독정책1국장 및 상임위원과 예금보험공사 사장을 역임한 금융전문가로 2009년 4ㆍ29 보궐선거에 도전했었으나 고배를 마신바 있었다.
박 위원은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로 국내 금융시장이 위기를 겪고 있다”며 “앞으로 금융시장의 장ㆍ단기 위험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금융정책 및 감독정책 등을 준비해 금융 안전망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전하진 새누리당 의원(경기성남분당을)은 보기 드물게 벤처기업인 출신으로 국회의원직에 도전, 선거 초기부터 관심을 모았었다.
전 의원은 서라벌고와 인하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1998년부터 3년간 한글과컴퓨터 대표를 맡았다. 네띠앙 대표도 지냈으며, 벤처기업인들을 대표하는 단체인 벤처기업협회 부회장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전 의원이 판교테크노밸리 등 IT벤처기업들의 터전으로 각광받고 있는 분당을에 지역구를 두고 있어 향후 지역발전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일 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또한 소프트웨어(SW) 기업 대표 출신으로 한국에 열악한 SW 인프라 확충을 위한 현실성 높은 정책을 펼칠지도 주목되고 있다.
같은 당 소속인 조현정·이준석 새누리당 비대위원에 이어 벤처 출신으로 정치계에 입문,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업인들 사이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박수진 기자 soojina6027@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