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박시은 기자] 가구 중소상공인들에게 대형 가구업체들의 존재는 거대한 산과 같다. 그런데 대형 가구업체들조차 겁내는 글로벌 유통공룡 ‘이케아(IKEA)’가 지난 1일 광명시에 입점이 확정되면서 중소상공인들과 대형가구 업체들의 시름이 동시에 깊어졌다. 현재 이케아 광명 입점저지 대책위원회는 사전 건축 승인의 조건인 ‘상생방안 마련’이 충족되지 않은 상태에서 광명시가 독단적으로 건축허가를 처리했다며 취소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일요서울]이 현장을 찾아 가구업계 관계자들과 소상공인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롯데쇼핑-이케아 MOU 맺고 ‘복합몰’ 준비
소비자들 “값싸고 좋은 가구가 온다는데…”
이케아는 연매출 40조 원을 기록하는 세계 최대 가구업체로 세계 40개국에 338개의 매장을 가지고 있다. 지난 1일 광명시는 이케아의 한국 1호점을 광명시 KTX역세권 입점을 허가했고, 이케아는 내년 말 개점을 목표로 공사를 시작했다. 또 롯데쇼핑은 이케아 광명부지 개발관련 MOU를 맺고 복합쇼핑몰을 개발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케아 광명 입점저지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이케아가 광명지역 소상공인 간 상생방안 마련을 조건으로 사전 건축 승인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승인 조건을 충족시키지 않고 있다”며 시의 독단적인 건축 허가 처리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책위는 지난 5일 광명시청 앞에 모여 이케아 건축 허가를 취소하라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하지만 시는 담당 직원들에게 현관에 집결할 것을 안내방송만 내보냈을 뿐 현관문을 잠그고 대책위와 담당자들의 만남을 차단시켰다. 이에 대책위는 “이케아 건축허가 전에 중소상인 피해부터 조사하기로 한 약속도 지키지 않더니 이제는 대화도 거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광명시는 승인조건을 마련하기 위해 향후 상생방안으로 ▲광명시·이케아가 KTX 광명역세권 내 가구단지 조성 시 적극 검토 ▲이케아 매장 안에 광명지역 가구업체 전시장 마련 ▲이케아 판매제품 중 일부 광명지역 가구업체로 조달 방안 검토 ▲이케아 광명시 가구협회 가입 등을 내걸었지만 대책위의 반응은 미적지근한 상태다. 대책위는 “시는 오로지 건축허가를 위한 형식적인 협상에 임했으며 실효성 없는 대책만 내세우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책위가 이처럼 불같이 반발하는 것은 이케아의 국내 진출이 ‘가구업계’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케아는 매출 중 40%를 생활잡화가 차지하고 있다. 때문에 대책위는 “이케아가 입점하면 인근 전통시장과 생활용품을 파는 업체들까지 줄줄이 피해를 볼 것”이라며 “다국적 기업들은 이 지역에 환원하지 않고 그 이익을 모두 본국으로 가져가기 때문에 다른 업종들도 함께 몰락의 길로 갈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광명시와 이케아 측은 상생방안에 대해 협의 중에 있음을 공식 입장으로 밝히고 있으나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는 상태다. 대책위는 “이케아가 가져올 효과보다 중소 상공인들의 생존권 박탈 등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훨씬 크다”고 팽팽히 맞서고 있다. 현재 대책위는 건축허가를 취소할 때까지 대규모 집회를 이어간다는 계획을 세워 갈등은 장기화 될 전망이다.
대형 가구업체 초긴장 성장 기회 시각도
소상공인들 뿐 아니라 대형 가구업계도 ‘초긴장’ 상태다. 국내 가구업계 1위인 한샘의 한 관계자는 “이케아의 한국 진출이 입에 오르내리면서부터 국내 입지를 확고히 다지기 위한 노력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며 “세일 행사도 이케아의 국내 진출과 무관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이케아는 세계적인 유통 구조를 확고히 다지고 있는 회사이기 때문에 해외 진출 초반의 적자를 감수할 만큼의 자금력이 상당하다. 때문에 공룡 급의 회사 입점에 불안감이 크다”고 말했다.
한국가구산업협회 측도 마찬가지로 이케아가 국내 가구업계에 막대한 타격을 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케아가 중저가 제품을 판매하는 만큼 중소기업들에게 타격이 클 것이라는 것이 한국가구산업협회의 견해다. 특히 광명 1호점을 벗어나 제2, 제3의 매장이 오픈될 경우 국내 전체 가구시장이 위협 받을 수 있다.
이케아가 조립식을 선호하지 않는 중국시장에 진출했을 당시 ‘조립식 전문 직원’을 채용해 소비자를 대신해 조립하는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던 것을 생각해보면 국내 소비자들의 마음을 얻는 것은 시간문제다.
현재 소상공인 및 가구업계는 이케아의 국내 진출을 달가워하고 있지 않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정반대로 나타났다.
광명시에 거주하는 주부 A씨는 “그동안 인터넷으로 이케아 제품을 구매할 땐 정품여부를 따지는 것이 힘들었었는데 이제 직접 물건을 보고 믿고 살 수 있게 돼서 좋다”고 말했다. 또 다른 거주자 B씨는 “디자인 면에서 국내 브랜드 제품보다 더 세련됐고 가격도 크게 높지 않아 적은 비용으로 큰 만족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런 소비자들의 반응은 국내 가구 업계에서도 나타나고 있었다. 한샘의 한 매장 관계자는 “최근 이케아가 국내로 들어오면 다른 가구 회사들은 다 망하는 것 아니냐며 구매를 고민하는 소비자들도 있더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또 다른 견해도 존재한다. 이케아와 같은 유럽의 조립식 전문매장인 ‘B&Q’가 한국시장에 들어왔다 2년 만에 바로 철수한 사례가 있고, 분야는 다르지만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월마트’ 철수 사례가 있기 때문에 이케아의 현지화 전략이 얼마만큼 파급력 있을지는 예측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한국가구산업협회는 위기 극복을 위해 “기업들의 제품개발, 유통선진화 노력이 필요하다”며 “베껴오기가 만연한 현 구조를 없애고, 제품개발과 유통합리화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또 주요 가구단체가 협력한 ‘가구산업 발전 전문 위원회'를 구성해 국내 가구산업 발전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따라서 공룡 이케아의 국내 진출이 오히려 국내 가구산업의 질적 성장을 유도하는 ‘기회’와 ‘발판’이 될 수도 있어 생존기로에 선 가구업계의 행보가 주목된다.
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