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준 전 환경부장관 직격토로
윤여준 전 환경부장관 직격토로
  • 안은혜 기자
  • 입력 2013-08-12 09:30
  • 승인 2013.08.12 09:30
  • 호수 1006
  • 1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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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화 시대 차기 지도자는 새 시대 국정 패러다임 찾아야”

[일요서울 | 안은혜 기자] 지난 5일 청와대의 개편이 있었다. 신임 대통령 비서실장에 김기춘 전 법무장관, 두 달 간 공석이었던 정무수석 자리에 박준우 전 외교관을 앉혔다. 국정원 국정조사의 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끝을 모르는 여야 정쟁 속, 지난 7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일요서울]은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과 만나 한 시간 넘게 정치 현안 및 한국정치의 위기, 박근혜 정부 6개월 평가를 들어봤다.

“대통령은 여의도정치 초연해서도 안되고 할수도 없어”
“문재인측 NLL 전면 공개 대응 전략적 실수 맞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계속되는 국정원 국조 특위관련 여야 정쟁에도 민주주의를 유린하는 국기 문란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책임론을 강조했다. 또한 여야 대표의 회담 요구에 5자 회담을 제안한 박근혜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높이며 박 대통령 리더십의 한계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다음은 윤 전 장관의 인터뷰 전문이다.

“靑 5자회담은 물타기 점잖치 못해”

- 국회 국정원 국정조사가 ‘김빠졌다’는 평가인데…
▲ 더운 날씨와 더불어 국정조사 관련 여야 간 지리한 정쟁이 이어져 국민들이 짜증날 것 같다. 사실 이 문제에 대해 국민들이 예민하게 관심을 보이는 상황은 아니어서 사실상 김이 빠졌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문제가 사실이라면 민주당의 주장처럼 민주주의를 유린하는 굉장히 중요한 사안이다.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 민주공화국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젊은이들이 피를 흘려 쟁취했나. 이를 권력이 유린하려 했다는 것은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다. 철저히 조사해서 책임질 사람에겐 책임을 물어야 한다.

- 민주당이 장외투쟁 돌입하고 김한길 대표가 박 대통령에게 단독회담을 제안했지만 청와대는 5자 회담을 역제안했다. 아울러 민주당 챙길 수 있는 전리품이 있는지…
▲ 돌이켜보면 이 문제가 불거진 이후 야당의 대응 전략은 효율적이지 않았던 부분도 있다. 국민들은 어떻게든 원내에서 싸우라는 정서가 있어 야당의 장외투쟁을 기본적으로 좋아하지 않는다. 야당이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다고 초기에 장외로 나왔다면 민심의 역풍을 맞았을 것이다. 야당으로선 다른 방법이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은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나온 것이 이해는 되지만, 휴가 시즌은 정치적 이슈에 사회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시기가 아니다. 여러 가지로 야당이 고전하고 있다.

얻을 수 있는 것이 있으니까 회담 제안을 했을 것 아닌가. 여당이 막무가내로 내주지 않는 것을 대통령에게 왜 이걸 받아줘야 하는지 설득을 하고 대통령이 설득 당하면 여당이 표결을 바꿀 수도 있는 것 아닌가. 박 대통령에게 유감, 사과 요구는 할 수 있지만 100% 다 얻을 순 없다. 새누리당이 여야 대표-대통령의 5자 회담을 수정 제안한 것은 과거에도 예가 있었고, 그럴 수 있다고 본다. 야당도 3자 회담 정도는 수용해야 한다. 그런데 청와대가 5자 회담으로 ‘물타기’하는 것은 정치 도의적으로 문제가 있다. 여야 원내대표끼리 절충이 안 돼 민주당이 거리로 나왔는데 청와대 회담에 왜 여야 원내대표가 들어가나. 이것은 논리적으로도 설득력이 없다. 순전히 청와대가 물타기 하겠다는 생각으로 그런 것 같은데 점잖치 못하다.

- NLL 대화록 실종관련 문재인 의원의 책임론이 일고 있는데…
▲ 문 의원이 난감하게 됐다. 국가 기밀문서 증발은 진상규명해야 한다. 문 의원의 경우 초기에 전면공개를 주장했기 때문에 크게 부담을 안는 것이다. 전략적으로 여당이 국정원 국정조사를 덮기 위해 던진 이슈인데 이것을 받아 스스로 이슈의 초점을 바꿔버렸다. 중대한 전략적 실수다. 노 전 대통령과의 관계가 있으니 여당의 공세에 문 의원이 격앙되는 심정은 이해하지만 전략적 대응에 실수가 있었다.

정당공천제 폐지에 긍정적

- 민주당이 정당공천제 폐지로 당론을 정했다. 새누리당도 받을 공산이 높은데…
▲ 나도 초기에 기초단위 정당공천제 폐지를 주장했다. 양면성이 있다. 민주주의국가에서 정당은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형성하는 역할과 기능을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기능을 제대로 하는 정당이 거의 없다. 기초단위에서 정당공천제는 폐해가 너무 많아 국회의원이나 기초단체장 중 폐지를 주장하는 사람도 많다. 정당정치 틀로 볼 때 폐지가 온당치 않지만 본래의 의미에서 제대로 된 정당정치가 작동되지 않을 바엔 우선 폐해부터 줄이고 보자는 생각이다. 폐해들 때문에 지방자치 자체를 부정하는 여론이 생긴다. 정당공천제를 없애고 나중에 한국정당정치가 발전해서 제 모습을 찾으면 정당정치를 다시 할 수 있을 것이다.

- 지난 5일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 등 청와대 일부 인사가 있었다. 180일 맞는 박근혜 정부를 평가한다면?
▲ 정수장학회 출신으로 3공 때 공안검사, 중앙정보부 대공수사국 부장을 지냈고 유신헌법 초안을 작성했으며 법무장관 시절 많은 시국사건, 부산초원복집사건 등 김기춘 비서실장의 전력을 보면 강경한 공안 제일주의자처럼 보이지만 실제 인품은 그렇지 않다. 나름 유연한 면도 있고, 합리성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품성도 있다. 특별히 가까운 사이는 아니지만 의원시절 그를 볼 때마다 경력과 인품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국민 상당수가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고 선입견을 갖는다. 심지어 ‘공안놀이 하는 것 아니냐’는 극단적 우려도 나오는데 그건 좀 지나치다. 대통령의 고위직 인사는 민심에 주는 영향이 매우 큰 고도의 정치 행위다. 다수의 국민으로부터 동의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 대통령 비서실장은 중요한 자리이기 때문에 개인이 가진 능력만큼 인사의 상징성이 중요하다. 때문에 대통령이 정치적 부담을 많이 떠안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 정부가 구성되는데 두 달 걸렸다. 과거에 이런 적이 없었다. 행정부 구성되고 정부가 일 시작한 것이 4달이 채 안됐다. 이제 막 국정을 시작한 단계라 평가는 어렵지만 그동안 보여준 국정운영 모습과 스타일 등을 봤을 때 걱정되는 부분이 많다. 박 대통령이 당에 있을 때부터 그의 리더십에 대해 공개적으로 여러 번 비판을 했었다. 여전히 수직적이고 폐쇄적, 권위주의적인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 빨리 고쳐야 한다. 학자들이 말하는 원형 체험이란 것이 있다. 원형체험은 태어나서 성장기까지 겪은 체험을 말한다. 그 사람의 평생을 좌우한다고 볼 수 있는데, 어떤 환경에서 어떤 교육을 받았는지 성장기의 체험으로 그 사람의 가치관과 사고방식을 알 수 있어 정책의 방향을 예측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은 감수성이 예민한 10대에 18년동안 청와대에서 보냈다. 권위주의 통치의 아버지를 보고 자란 원형체험이 상당히 영향을 줄 것이고 쉽게 고쳐지기 힘들다. 박 대통령은 진지하고 헌신적이며 뛰어난 수양을 한 사람이지만 원형체험 때문에 본인도 모르게 비민주적인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들 때가 있다.

- 바야흐로 청와대와 여의도에 정무 기능이 사라져간다는 평가가 나온다. 생계형 정치인으로 전락했다는 냉소적 지적도 있는데...
▲ 대통령이 불편을 느꼈으면 정무수석 자리가 두 달이나 공석이었을까. 불편함을 못 느낀 것 아닌가 싶다. 공석으로도 지냈는데, 문외한을 임명한들 무슨 불편이 있나. 정무수석 판단에 별로 의지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런데다 김기춘 비서실장이 3선의원이고 행정 사법 입법 모두 경험한 사람이기 때문에 앞으로 비서실장이 대통령의 정치적 판단을 보좌하는 역할을 할 것 같다. 정무 수석이 굳이 전문가일 필요가 없다.

단정할 수 없지만 최근까지 대통령은 여의도 정치로부터 초연하고 싶은 것 같다. 그렇다면 그 생각은 빨리 바꿔야 한다. 여의도 정치가 항상 싸우고 국민으로부터 지탄과 불신을 받아 대통령 국정수행에 발목을 잡는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런 현상은 부인할 수 없으나 국회는 국민의 의사를 통합하고 대변해 국가를 통치하는 중요한 통치기구다. 이것에 초연한다는 것은 민주주의의 원리를 모른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여의도 정치에 초연하고 격리되고 싶어 한다는 추측이 사실이라면 민주주의의 원리에 대한 이해부족이므로 그 생각을 빨리 바꿔야 한다. 초연해서도 안 되고 초연 할 수도 없다.

- 지난 대선이 3김의 평가를 받지 않은 최초의 대선이라는 평가도 있다. 3김 정치와 탈3김 정치의 차이점이 있다면
▲ 이회창 전 총재는 정치 입문 때와 1998년 8월 임시 전대에서 총재에 선출될 때 국민과 역사 앞에 ‘3김식 정치를 청산하겠다’며 새로운 정치를 약속했다. 그는 3김식 정치를 상징하는 대표적 폐해를 3가지(지역감정, 정경유착, 패거리정치)로 규정했다. 그 후 3김 때에 비해 많이 나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서서히 완화되는 바람직한 과정이긴 하나 아직도 3김 정치가 완벽하게 청산되지 않았다. 잔재가 남아있다.

친노의 오만한 해석 대선 패배 자초

- 문재인 캠프에 있었다. 국정원 사건과 안철수가 없었다면 문재인이 당선되지 않았겠느냐는 말도 나왔는데…
▲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유를 들자면 기본적으로 민주당이 민심을 잘못 파악했다. 이른바 진보개혁 민주개혁 정권 10년 동안 국민들은 진보 세력에 대한 부정적 시선을 갖게 됐다. 60년 이상의 보수 헤게모니에 대한 염증으로 진보적 가치와 세력에 대한 기대를 갖게 됐고, 노무현 대통령이 탁월한 개인기로 민심을 얻어 당선됐다. 그러나 지난 대선에서는 반대로 서민을 실망시켰다. 당시 민주당은 단일화만 되면 무조건 이긴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캠프 가까이 있진 않았지만 들어가서 얼마 안지나 선거에 승산이 없다고 판단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비극적 죽음에 대한 그리움, 안쓰러워하는 정서가 되살아났지만 이것을 친노세력에 대한 지지라고 잘못 해석했다. 당의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친노세력들은 자신들에 대한 지지로 오만한 해석을 했다. 그런 태도를 보고 대선 패배를 예상했다.

- 새누리당, 민주당, 안철수, 박원순 등 차기 리더십은 어디서 나올 것으로 보는지…
▲ 과거에는 독립운동 했던 분들이 대통령을 했고, YS DJ처럼 정치 외에 다른 일을 한 적 없는 전업 정치인이 대통령을 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다 다른 전문 분야에 있다가 정치로 입문한 MB, 노무현 등이 대통령을 했다. 지금 박 대통령은 여성이라는 특성이 있지만 전업 정치인도, 다른 분야의 일을 하지도 않았다. 이제 어떤 대통령을 택할 것인가. 역대 대통령은 모두 실패한 대통령으로 평가받고 있다. 안철수 의원은 프로페셔널로 다른 분야에서 정치에 입문했다. 어느 쪽을 선택할지 다음 대선까지 4년이 남았기 때문에 알 수 없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을 운영해온 원리는 박정희의 산업화 모델 즉, 권위주의 발전 체제다. 1987년 민주화 이후 등장했던 지도자들은 민주화 시대에 맞는 새로운 국정운영 원리를 못 내놓았다. 산업화의 원리가 그대로 내려와 여전히 통치방식은 권위주의적이었고, 제왕적 대통령이란 평가를 받았다. 노무현 대통령이 이를 바꾸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지만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그러다 등장한 MB는 완전히 과거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몸짓을 하다가 이도저도 안 됐다. 정보화, 세계화를 맞이해 새 시대에 맞는 국정 패러다임을 찾아야 할 타이밍에 문명사적 전환의 충격이 함께 왔다. 대한민국을 발전시킬 국정 운영원리를 찾아야 한다. 
 

윤여준, “안 의원이 한국정치의 대안? 글쎄…”

“국민들 실망 시작…지금처럼 하면 안돼”
“새 정치의 알맹이를 빨리 제시해야”

   
▲ 사진=정대웅 기자

윤여준 전 장관과 안철수 의원의 관계는 묘하다. 윤 전 장관은 지난 2011년 당시 안 원장의 청춘콘서트 게스트였다. 안 원장이 윤 전 장관을 자신의 멘토로 소개를 하면서 윤 전 장관은 ‘안철수의 멘토’로 불려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두 사람의 관계가 서먹해진 것은 그 때부터다. 윤 전 장관이 언론에 안 의원의 서울시장 출마 여부와 출마시의 선거전략을 기획하고 있다고 밝힌 것과 관련 안 원장은 윤 전 장관이 말한 것들은 자신의 생각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고, 멘토라고 얘기한 적이 없다며 한발 뺐다. 나아가 안 의원은 윤 전 장관이 자신의 멘토라면 자신의 멘토 역할을 하는 사람이 300명 정도 된다고 말했고, 윤 전 장관은 언론을 통해 살짝 불쾌감을 표현하기도 했다.

인터뷰 중에 두 인사를 두고 정치권에서 ‘짝사랑했다가 헤어진 연인’같다고 짖궂게 질문하자 윤 전 장관은 “나는 안 의원의 멘토라고 한 적이 없다. 본인이 (청춘콘서트에서)대학생들에게 그렇게 소개하더니 나중에는 자신의 멘토 300명 중 하나라고 하더라. 끼워준 것만도 고맙지…”라고 답했다. 이어 안 의원에 대한 조언을 요청하자 “아직은 그가 국회의원 300명 중 하나로 보긴 어렵다”며 “스스로 하겠다고 약속한 것들이 많은데, 안 내놓으니까 답답한 거다. 빨리 내 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안 의원의 새 정치에 대해서는 “(새 정치가)뭔지 나는 알 수 없다. 짐작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는 것이 한국 정치 대의민주주의 제도의 맹점과 한국 민주주의와 정치의 폐해에 대해 수많은 정치학자들이 진단했고, 안철수 의원의 싱크탱크 ‘내일’의 최장집 이사장도 많은 책을 썼다. 이것들을 청산하는 것이 새정치 아니겠나”라며 “그러기 위해서는 어떤 패러다임으로 정치를 바꿀 것인지 새로운 원리를 내놓는 것이 새정치다. 실행을 위한 구체적인 정책과 방안, 전략을 내놓아야 국민들이 옳고 그름을 판단해 그와 손을 잡을 것인지 결심할 수 있을 것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안 의원이 한국 정치의 대안이 될 수 있을지 묻자 “가능성은 살아있다고 보지만 지금처럼 하면 국민들이 얼마나 더 기다려줄지 모르겠다”면서 “정치권밖에서 새정치를 부르짖다 ‘안철수 현상’을 만들었다. 그리고 지금 현실 정치에 들어왔다. ‘안철수 현상’의 단계에서 ‘안철수 정치’ 단계로 옮겨왔다.

그러나 안철수 의원은 아직도 한국정치에 대한 문제점 제기, 진단 및 논평의 수준을
벗어나는 말을 안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새 정치의 알맹이를 목마르게 기다리고 있는 국민들이 실망하기 시작한 단계다.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해서는 안 된다. 지치게 만들어 기대감이 사그러들까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동안 준비를 열심히 했겠지만 쉬운 과정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안>


 

안은혜 기자 iamgrac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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