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민주당 정당공천제 폐지 당론 후폭풍
[심층취재] 민주당 정당공천제 폐지 당론 후폭풍
  • 안은혜 기자
  • 입력 2013-08-12 09:26
  • 승인 2013.08.12 09:26
  • 호수 1006
  • 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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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동상이몽’

▲ 사진=정대웅 기자
[일요서울 | 안은혜 기자] 내년 지방선거에서 정당공천제가 사실상 폐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은 지난 7월 25일 전 당원 투표를 통해 67.7%의 찬성률로 기초자치단체선거에서 정당공천제를 폐지하기로 당론을 결정했다. 그러나 내부에선 반발 조짐을 보이고 있어 후폭풍도 예상된다. 반면 새누리당은 민주당의 당론 확정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그러나 기초선거를 통해 세력확장을 도모하고자 했던 무소속 안철수 의원 세력을 비롯한 소수정당은 반발하고 있다. 지역정가에도 최대 이슈로 떠오른 민주당 정당공천제 폐지에 대한 여의도 분위기는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안철수·정치신인 등장 걸림돌…여권‘희색’

지난 7월 25일 민주당이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를 당론으로 확정지으면서 실현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민주당 박기춘 사무총장은 지난 7월 31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를 관철시키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 바로 위헌 논란”이며 “정당공천의 폐단을 줄이고 여성,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높이는 로하이(lowhigh) 방식을 통한 후속책 마련을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고 밝혔다.

지방선거‘경선’없이 본선 도전

그러나 민주당 일각에서는 정당공천제 폐지가 정당정치에 반하고 여권 성향의 집권 토호 세력이나 유지들에게 유리하다며 반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국민들이 후보에 대한 변별력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우려감도 나오고 있다. 또한 지방정치의 중앙정치 예속화를 우려한다면 ‘국회의원의 당협위원장직 겸직금지’가 효율적이라는 대안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지방자치가 실시 된지 20년. 여전히 정당공천으로 인한 주민선택권의 왜곡, 지방의 중앙정치예속, 공천에 따른 비리와 잡음 등의 폐해로 그 존폐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배덕광 회장은 민주당의 결정을 환영하며 “앞으로 성숙한 지방자치 발전을 위한 중요한 교두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충북도내 12명의 시장·군수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한 목소리로 정당공천제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 소속 충북 시장군수협의회장인 한범덕 청주시장은 “최근 제천에서 열린 회의에서 모든 시장 군수가 이번 결정을 대환영했다”며 “올해 정기국회에서 법률을 개정, 내년 선거 때 공천 배제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소속 최명현 제천시장도 “지난 6월 충북 시장 군수 회의 때 정당공천제 폐지에 뜻을 모아 모두 서명했다”고 밝혔다.

지방의 중앙정치 예속을 막고 생활정치를 구현해야 할 지방의회가 여야로 갈려 정쟁을 일삼는 폐단을 막는 것이 폐지론자들의 대의명분이다. 그러나 ‘현직 프리미엄’을 누리겠다고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공천제가 폐지되고 오로지 ‘후보’만을 보고 투표하게 되는 구도에서는 인지도가 높은 현직이 유리하다. 내년 충주시장 출마 채비를 하는 한창희 전 충주시장은 지난 7월 26일 “현역에 도전해야 하는 출마 예정자들은 공천권을 놓고 벌여야 하는 ‘예선전’ 없이 본선에 진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공천제 폐지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반면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에 안철수 의원측과 소수 정당들은 반발했다. 정의당 심상정 원내대표는 지난 7월 26일 상무위원회에서 “정당공천제 관련 문제점은 공천개혁과 정당 민주화, 정당의 지지율과 비례하는 의석수 보장을 통해서 바로잡을 문제”라며 “정당공천 유지하고 비례대표를 50%로 강화, 대선거구 제도와 기호추첨제를 도입해 진정한 지방자치 시대를 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철수 의원측 선거제도 개혁안 마련중

무소속 안철수 의원은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문제를 포함해 각종 선거제도에 관한 개혁방안을 마련 중이다. 특히 안 의원과 정책네트워크‘내일’은 내년 지방선거에서의 유불리를 떠나 선거제도 전반을 검토해야 한다는 점, 주민들의 의사를 반영해야 한다는 점 등 원칙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내일’의 최장집 이사장은 지난 7월 31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모임 ‘혁신과 정의의 나라’정례 포럼 강연자로 참석해 정당공천제 폐지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번 민주당의 결정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안 의원의 세력 확장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기초선거 정당공천이 없어지면 안철수측 인물이 선거에 출마해도 자신의 소속을 공표하기 힘들어 효과가 약화된다는 것이다. 인지도가 약하고 조직이 없는 정치 신인이 현직 단체장을 상대하기 쉽지 않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따라서 내년 지방선거에서 야권의 주도권을 놓고 제1야당인 민주당과 경쟁해야 하는 안 의원측은 정당공천제 폐지가 불리한 조건일 가능성이 높다.

이밖에 여야 정당들은 또 다른 고민에 빠졌다. 정당공천제 폐지가 당비 확보에 차질을 줄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다. 여야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의 ‘직책 당비’는 시도당 운영의 중요한 자금줄이다. 일반 당원들의 당비로 운영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실제 선출직들이 내는 직책 당비 의존도가 큰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한편, 한국갤럽이 지난 7월 29일부터 8월 1일까지 전국 만19세 이상 남녀 123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투표율은 찬성 60%, 반대 23%였다. 17%는 의견표명을 유보(표본오차 95% 신뢰수준 ±2.8%p)했다. 성별, 연령별, 지역별, 직업별, 지지정당별 응답 분석 결과 찬성 의견이 거의 모든 분야에서 우세했다. 다만 20대에서는 반대 비율이 높게 나왔다. 20대의 경우 정당공천제 폐지가 정치 신인에게 불리하다는 점에 공감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직 국회의원들 쉽게 동의 못할 것”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임재주 전문위원은 지난 9일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중립으로 검토하는 위치라 여야 간 첨예하게 논란이 되는 부분에 대해 언급하기 조심스럽다”면서 “폐지에 대한 찬반 의견에 논리는 다 알고 있다. 법안에 문제점이 있다면 지적하겠지만, 정치적 논란이 있는 사안에 대한 찬반 의견 제시는 할 수 없다”고 경계했다. 임 위원은 운영위의 정치쇄신특위에 참여하고 있다며 “여러 학회 쪽으로 그 사안에 대한 문의를 하는데 그분들도 매우 조심스러워 한다. 때문에 특정 정당을 편들 수는 없다”며 사안의 민감함을 강조했다.

새누리당의 분위기에 대해 “정당공천제 폐지에 여당 의원들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정당공천은 자신들이 속한 지역구 자치단체에 출마하는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가장 중요한 방법 중 하나이기 때문에 새누리당이나 민주당 등 주요 정당의 현직 의원들은 폐지하는데 쉽게 동의할 수 없을 것”이라며 현실적인 어려움을 지적했다.

민주당이 정당공천제 폐지로 당론을 확정했지만 아직 세부적인 협상안이 마련되지 않았다. 여성과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담은 협상안을 마련해 국회 정치쇄신특위를 통해 새누리당과 협상을 하게 된다. 새누리당이 당론과 협상안을 마련하면 여야가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가지만 언제 어떤 방식으로 협상에 들어가게 될 지는 특위 활동 막바지인 9월초가 지나야 윤곽이 나올 전망이다.

안은혜 기자 iamgrac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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