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현진 전매 특허 체인지업 추신수 방망이 잠재워
추신수 좌투수 약점 드러나 시즌 후 FA시장서 빨간불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추신수와 류현진이 팽팽했던 첫 투·타 대결로 한국야구의 위상을 한층 높였다. 특히 전반기 막판 다소 지친 기색을 보였던 몬스터 류현진이 완전히 되살아나면서 메이저리그 후반기 역시 청신호를 밝히고 있다. 다저스의 목소리로 알려진 빈 스컬리(86·다저스 전담 캐스터)는 류현진의 호투에 “한국말로 브릴리언트(brilliant)를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지만 지금 딱 그 단어를 쓰고 싶다”고 감동을 전했다.
류현진은 지난달 28일(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다저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신시내티 레즈와의 홈경기에서 선발 등판해 7이닝 동안 삼진 9개를 잡아내며 2안타 1실점으로 시즌 9승째를 기록했다. 평균 자책점도 3.25에서 3.14로 낮췄다. 이날 LA 다저스 팀은 4-1로 승리를 거뒀다.
류현진은 2회 제이 브루스에게 솔로 홈런, 3회 2사 뒤 2번 크리스 헤이지에게 3루타를 맞은 이후 3번 조이 보토부터 7회 6번 타자 토드 프레이저까지 삼진으로 처리하고 교체될 때까지 13타자를 연속 범타로 처리하는 위력적인 투구를 선보였다.
최고 구속 153km에 이르는 강속구를 던졌고 전매 특허인 체인지업과 슬라이더, 커브 등도 예리한 각을 그려냈다. 류현진의 투구는 지난 5월 29일 LA 에인절스를 상대로 완봉승을 거둔 경기와 최소 피안타 타이를 이룰 정도로 뛰어난 기량을 과시했다.
여기에 류현진은 4회 1사 후 브루스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빅리그 첫해 100개째 탈삼진을 기록했다.
특히 이날 최대 관심사였던 역대 15번째 한국인 투·타 대결에서 추신수를 상대로 2타수 무안타 1볼넷으로 막아 판정승을 거뒀다.
류현진은 1회 첫 타자로 나선 추신수와의 맞대결에서 직구 3개, 슬라이더 1개, 커브1개를 던져 볼넷으로 추신수가 우세했다. 하지만 류현진은 3회 두 번째 타석에서 투구 패턴을 바꿔 주무기인 체인지업을 선보이며 추신수를 압도했다. 초구는 시속 129km짜리 슬라이더, 좌타자 추신수의 바깥쪽을 크게 벗어나는 볼이었다.
이후 류현진과 포수 A J 엘리스는 바깥쪽 공으로 추신수를 유혹했다. 두 번째 공은 몸 쪽에서 더 몸 쪽으로 흐르는 137km짜리 체인지업을 선보였다. 그의 체인지업은 정확하게 제구돼 몸 쪽에서 조금 더 몸 쪽으로 휘고 아래로 뚝 떨어졌다. 결국 추신수는 1루 땅볼로 물러났다. 이어진 6회 마지막 대결에서도 류현진은 추신수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추신수는 9회 마지막 타석에서 다저스 마무리 켄리 얀센과 대결에서 유격수 땅볼로 경기를 마쳤다.
이에 추신수는 3타수 무안타, 볼넷, 1삼진에 그쳐 시즌 타율이 0.285로 약간 내려갔다. 다만 추신수는 6회 1사 1루에서 후안 우리베의 좌중간 안타성 타구를 슬라이딩 캐치로 걷어내는 호수비로 위안을 삼아야 했다.
류현진 좌타자 체인지업
진화
이날 류현진은 신시내티의 1번 추신수, 3번 조이 보토, 5번 제이 브루스 등 왼손 강타선을 진화한 패턴으로 잡아냈다. 앞서 류현진은 지난달 30일 필라델피아전을 마친 뒤 “앞으로 좌타자를 상대로 새로운 공을 던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새로운 공은 다름 아닌 좌타자를 상대로 한 몸 쪽 체인지업이었다.
경기 직후 추신수는 “왼손투수가 왼손타자에게 체인지업을 잘 안 던진다. 더구나 그 상황에서는 더 그렇다”면서 “기록에 보니 류현진도 한번도 그런적이 없는데 거기서 체인지업이 들어왔다”고 말했다. 통상 좌투수가 좌타자에게 던지는 체인지업은 자칫 장타로 연결되는 위험성이 커 잘 사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류현진은 힘 붙은 패스트볼이 위력적으로 들어가자 과감한 베팅을 걸어 성공했다. 류현진은 “직구에 힘이 있으니 변화구가 살아났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돈 매팅리 다저스 감독은 “긴장되는 경기였을 텐데 침착하게 잘 던졌다”며 “위기를 헤쳐 나가는 능력이 있다”고 높이 평가했다. 더스티 베이커 신시내티 감독도 “대단한 체인지 업을 가졌다. 체인지업 다음에 패스트볼이 더 빠르게 보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경기 후 류현진에 대한 평가는 더욱 긍정적이다. 미국 ESPN은 “류현진의 재능이 현재까지 잘 옮겨오고 있다”는 기사를 통해 “이 페이스라면 매팅리 감독의 신임을 재확인한 류현진이 향후 포스트시즌(PS)에서도 막강한 선발진의 한축을 담당할 것이 유력시 된다”고 밝혔다.
매팅리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류현진이 솔직히 이렇게까지 잘할 줄은 몰랐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그는 “몇몇 비디오와 류현진을 진짜 좋아하던 스카우트들 외에 우리가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지 정말 알고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면서 “명백하게 스카우트들은 아주 좋은 투자라고 할 만큼 그를 충분히 좋아했고 믿었다. 이제야 그가 기대 이상으로 잘해줬다는 걸 인정해야 될 것 같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또 “올 시즌 대부분 류현진에게는 ‘클레이트 커쇼-잭 그레인키’와 함께 다저스 투수진의 트리오 역할이 주어졌고 지배할 역량이 있음을 보여줬다”면서 “조금 더 내다본다면 이들 3명은 가공할 포스트시즌 로테이션을 형성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미국 스포츠 전문매체인 SB 내이션은 다저스 스타디움에서 막을 올린 LA다저스와 뉴욕 양키즈의 역사적인 2연전을 맞아 뉴욕 양키스 팬들에게 다저스의 최근 동정을 상세하게 소개하는 기사에서 “류현진은 올 시즌 다저스의 가장 행복한 놀라움”이라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후반기에 접어들면서 류현진이 10승 고지를 넘어설 수 있느냐도 큰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아직 한국인 메이저리거가 루키 시즌에 두 자릿수 승리를 달성한 적은 없었다. 2002년 뉴욕 메츠에서 데뷔한 서재응이 2005년 9승(12패)를 올린 것이 한국인 메이저리거 루키 최다승 기록이다.
또 류현진은 시즌 초부터 꾸준히 선발로 등판해 많은 이닝을 소화해 내면서 한국인 메이저리거 루키 최다 이닝과 최다 탈삼진 기록도 갈아치울 태세다. 류현진의 꾸준함을 고려하면 200이닝을 넘기는 것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이외에도 최다 탈삼진 기록(박찬호 119개), 가장 낮은 평균자책점 기록(서재응 3.82)도 류현진의 것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추신수 좌투수 약점
안개 속
하지만 추신수의 후반기는 점점 안개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우선 추신수가 좌투수에 대해 극명한 약점을 보이면서 반쪽 타자로 전락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류현진과의 맞대결에서도 침묵으로 일관했고 지난달 31일 샌디에이고 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베이커 감독은 7회 1사 1루 찬스에서 상대 투구가 좌완으로 바뀌자 주저 없이 추신수를 교체했다. 이는 베이커 감독이 좌투수 앞에서는 추신수를 믿을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더욱이 이번 결장도 부상 후유증뿐만 아니라 이날 샌디에이고의 선발 투수가 좌완인 에릭 스털츠였던 점 때문에 제외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결국 추신수는 좌투수 상대 통산 타율을 끌어올리는 것이 급선무가 됐다. 추신수는 현재 좌완 상대 시즌 타율이 0.176로 시즌타율 0.283에 비해 턱없이 부진하다. 올해도 지난해(0.119)에 이어 2년 연속 1할 대에 그칠 확률이 커지면서 빨간불이 들어왔다.
올 시즌이 끝나면 FA자격을 얻게 되는 추신수에게 좌투수 약점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추신수는 현재 1억 달러로 예상되는 가운데 반쪽짜리 타자에 대해 천문학적인 액수를 투자할 구단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로써 추신수는 성공적인 FA를 위해서도 이번 시즌을 통해 좌투수에 대한 공략법을 찾아야하는 숙제를 않게 됐다.
한편 첫 맞대결을 펼친 류현진과 추신수는 오는 9월 6~8일 신시내티 레즈의 홈구장에서 열리는 3연전 중에 다시 맞붙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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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