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때문에…애절한 사연 올렸어요”
“돈 때문에…애절한 사연 올렸어요”
  • 서준 프리랜서
  • 입력 2013-08-05 11:37
  • 승인 2013.08.05 11:37
  • 호수 1005
  • 5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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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폰 받고 싶어하는 20대 남성들

[일요서울ㅣ서준 프리랜서] 소위 ‘스폰’이라는 것은 주로 여자연예인들이 돈이 많은 남성으로부터 일정한 금액을 받으면서 장기 섹스 파트너가 되는 것을 말한다. 수년 전만해도 연예계에서만 암암리에 알려져 있었던 일이었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이러한 사실들이 대중들에게도 많이 알려졌다. 그 과정에서 연예인 뿐만 아니라 룸살롱 아가씨나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스폰이 유행하곤 했다. 유흥가에서 가서 돈을 쓰느니 차라리 그런 돈을 모아 스폰을 하게 되면 훨씬 더 좋겠다는 판단 때문이다. 반대로 여자의 입장에서는 일정한 금액을 받으면 다른 남성을 만나지 않아도 되고 남는 시간에 미래를 위한 투자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서로가 ‘윈윈’하는 일이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관계가 역전되어 스폰을 받고 싶어 하는 남성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는 현재의 ‘불안한 20대의 모습’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스폰을 받고 싶어 하는 남성들, 도대체 그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최근 모 유흥 사이트에 이색적인 게시물 하나가 떴다. 자신을 ‘고시생’이라고 소개한 20대 청년이 ‘스폰서’를 찾는다는 내용이었다. ‘공부에 집중하려고 하는데, 알바를 해서는 도저히 안될 것 같아서 차라리 스폰을 찾는다’고 했다. 여기에 그간 꾸준한 운동으로 몸매관리를 해왔기 때문에 ‘배 나오고 머리 빠진 고시생’이 아니라 ‘키 크고 잘생긴 꽃미남 고시생’이라는 이야기였다. 특히 그는 “인생을 걸고 시작한 시험이라서 절대 중도에 포기할 수가 없었고, 그러다 보니 경제적인 어려움에 봉착해 결국 스폰을 구하게 됐다”는 애절한 사연까지 올렸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응은 차가웠다. ‘고시라면 법을 다루는 사람인데, 벌써부터 법을 어겨서 어떻게 하냐’, ‘대한민국 법조계의 앞날이 뻔하다’, ‘이 자식 고시에 불합격한다는 것에 1억 건다’ 등등의 비아냥이 올라왔다.

60만 명이 공무원 시험 그 불안한 청춘들

물론 이는 인터넷 게시판에 벌어진 해프닝에 불과하지만, 실제 이러한 스폰서를 구해서라도 각종 고시공부에 몰입하려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최근 발표된 한 자료에 따르면 29살 이하 청년층의 11%가 넘는 비율인 61만 명 정도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들 60만 명 대부분이 경제적인 풍요로움 속에서 공부를 하고 있을 리는 없다는 점에서 이러한 스폰을 구하하려는 일부 고시생들의 간절함도 엿볼 수가 있다.
그런데 꼭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남성이 아니더라도 실제로 이렇게 돈많은 여성의 스폰을 받고 싶어하는 남성들이 꽤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는 경제적으로 약자일수록 더욱 그러한 성향을 많이 가지게 된다. 취재진은 20대의 남성들에게 ‘만약 돈 많은 여성이 스폰을 해준다면 어떻겠느냐’를 물어봤다. 그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자.
“솔직히 고민이 될 것 같다. 스폰을 해준다면 비록 그 여성과 함께 잠을 자야하지만 그 만큼의 대가를 충분히 받는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그렇게 되면 편안하게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주변에 ‘나는 스폰을 받고 있다’고 말하기는 힘들겠지만, 그래도 그런 기회가 있다는 것은 행운이 아닐까.”
또 다른 남성 역시 ‘해볼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여자 싫어하는 남자 없고, 돈 싫어하는 사람이 없지 않은가. 그런 점에서 여자와 돈이 한꺼번에 들어오는데 뭐하러 그런 걸 굳이 거부하겠는가. 비록 얼마간 이용당하고 버림을 받더라도 그간의 노력에 대한 나름의 대가는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거기다가 내가 돈으로 뭔가를 투자하는 것이 없으니 손해 볼 일은 없지 않은가.”

젊은 남성 도와주는 돈 많은 ‘사모님’들

취재진은 실제로 여성을 위한 노래방에서 일을 하면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다는 한 남성을 만나볼 수 있었다. 그의 공부는 현재 3년째 여전히 진행 중이다. 하지만 그는 그렇게 해서라도 공무원이 될 수 있다면 충분히 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본다.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노래방은 정기적인 섹스 대상자가 되는 스폰의 방식은 아니지만, 어쨌든 비슷한 면은 있다고 본다. 하지만 공부를 꾸준하게 해야 하기 때문에 매일 밤마다 노래방에 나갈 수는 없었다. 그렇게 하면 내가 고시생이 아니라 화류계 날나리가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한달 치의 생활비가 모이면 또 공부에 집중하고 돈이 떨어질 때쯤이 되면 다시 돈을 버는 일을 반복했다. 물론 노래방에 나가지 않으면 더 공부해 집중할 수 있겠지만, 생활비를 스스로 벌어야 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다 보니 나 역시 스폰에 대한 유혹을 은근 느끼기도 했다. 노래방에서 일을 하면 이동을 해야 하고, 늘 새로운 여성을 만나야 하기 때문에 시간적인 투자가 많다. 하지만 스폰이라면 훨씬 더 쉽고 간단하게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일부 고시생들 중에서는 나처럼 알바로 유흥업소에서 일을 하거나 스폰을 원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현실에서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렇다면 꼭 고시생이 아니더라도 이렇게 스폰서를 통해서 생계를 유지하는 20대 청년들이 있을까. 취재진이 화류계를 통해서 들어본 바에 의하면 ‘많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분명히 그런 생활을 하는 남성들은 있다’는 것이다. 물론 스폰을 해주는 여성들은 돈이 많은 ‘사모님’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대개의 청년들은 호빠나 여성 전용 노래방 등에서 일을 한다고 한다. 요즘에는 여성들도 섹스를 밝히는 경우가 많고, 또 거기에 아낌없는 투자를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일부 사모님들은 스폰을 통해서 자신의 정기적인 섹스 파트너를 확보하려고 하고, 이에 경제적으로 힘든 청년들이 여기에 응한다는 이야기다.
또한 이 과정에서 이른바 ‘공사’를 치는 경우도 흔하다고 한다. 매월 정기적으로 얼마의 돈을 받는 것을 떠나서 아파트나 외제 자동차를 뜯어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물론 이는 강제로 빼앗는 것이 아니고 순수한 동의에 의한 것이다. 한마디로 ‘눈먼 돈’을 얻어낸다는 이야기다.
물론 이렇게까지 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남자들의 ‘섹스 스킬’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여성들이 원하는 것은 사소한 인간 사이의 정이나 비즈니스적 관계가 아닌 오로지 자신을 만족시켜줄 ‘섹스의 쾌락’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남성들은 어떻게 여성을 성적으로 만족시켜줄 것인지를 고민하고 자신의 능력을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다는 것. 한마디로 섹스와 돈을 둘러싼 ‘주인과 노예’의 관계가 형성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렇게 스폰을 받고 싶어 하는 이들이 설사 스폰에 성공했더라도 나중에 정상적인 생활을 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 이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우선 정상적인 사고방식으로 건전하게 세상을 살아가고자 하는 의지가 약해지면서 향후에도 비정상적인 행위들을 할 가능성이 많다고 볼 수 있다. 공무원이나 검사가 되어 신분이 갑자기 바뀌었다고 해서 이제까지 해왔던 사고방식 자체가 바뀌지는 않기 때문이다. 특히 고위 공무원들의 각종 비위 및 비리 행위들은 역시나 그 씨앗이 젊은 시절부터 잉태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고시공부를 한다’, ‘공무원 시험공부를 한다’는 명목으로 스폰을 받는다는 것은 결국 핑계일 뿐, 좀 더 편안하게 먹고 살자는 것의 다른 표현에 다름 아니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스폰 제안을 받아들이는 여성들이 있다는 점이다. 대개 40대 전후를 시작으로 50대까지의 연령으로 이어진다. 이런 여성들은 돈과 시간은 많지만 남편과의 섹스 때문에 트러블이 있거나 혹은 지나치게 바쁜 ‘골드미스’들이어서 따로 남자를 만나 관계를 만들거나 유지할 수 있는 여력이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사실 이렇게 스폰을 하는 여성들은 스폰을 하는 남성들과 거의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돈이면 그 어떤 것이든 할 수 있고, 또 언제든 자신의 취향에 따라 스폰을 바꿔서 또 다른 젊은 남자를 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스폰을 원하는 남성-돈으로 섹스를 사려는 여성’이 있는 한, 이런 ‘스폰의 악순환’은 계속해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서준 프리랜서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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