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촌한옥마을 리모델링 중?
북촌한옥마을 리모델링 중?
  • 오두환 기자
  • 입력 2013-08-05 11:13
  • 승인 2013.08.05 11:13
  • 호수 1005
  • 2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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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존·개발 둘러싼 갈등 '시끌 시끌'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걷고 싶은 마을 북촌한옥마을. 북촌한옥마을은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들에게 인기있는 관광지다. 600년 역사를 가진 만큼 볼 것도 많다. 북촌한옥마을을 찾는 관광객은 2006년 1만3000여 명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59만여 명에 달했다. 지난해 집계는 관광안내소에 들려 안내책자나 관광 상담을 받은 관광객수다. 실제 북촌한옥마을을 다녀간 관광객은 70만 명이 훌쩍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북촌한옥마을이 인기를 끌면서 다양한 개발 소식도 들리고 있다. 하지만 인기만큼 주민과 구청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최근 북촌한옥마을에는 고갯길 깍기 논란이 있었다. 약 100m 길이의 화동고갯길을 깎아 길을 완만하게 하는 방안을 두고 지역 주민 의견이 나뉘었다. 안전과 편리함을 위해 깍아야 한다는 주민과 옛 정취를 살리고 전통을 보존하기 위해 그대로 둬야 한다는 주민들이 팽팽하게 대립했다.

화동고갯길 깎기 공사로 한바탕 홍역


화동고갯길 깍기 논란은 2011년 시작됐다. 고갯길 주변 주민들과 상인들은 활등처럼 휜 고갯길의 경사가 급해 교통사고 위험이 높다면서 종로구에 고갯길의 경사를 낮춰달라는 건의와 민원을 5차례 냈다.
4000여 명이 넘는 주민들의 서명을 받으면서 고갯길 깍기 위한 노력이 시작됐다. 그결과 지난해에는 서울시 주민 참여예산 사업의 하나로 선정했다. 이후 종로구청은 3억6000만 원의 예산을 배정해 경사 15도의 언덕길을 약 1m 깎아 경사를 완만하게 하는 공사를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사업결정 이후 문제가 발생했다. 곡선길을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조성되기 시작한 것이다. 당시 주민 참여 예산 사업을 주도적으로 신청한 사람들은 북촌에서 다양한 상업시설을 운영하던 사람들이었다. 
결국 고갯길 깍기 반대측 주민들은 5500여 명의 서명을 받아 고갯길 지키기 운동을 시작했다. 관광객들에게 기존 사업의 문제점을 알리기 시작했고 전문가들은 신문 칼럼을 통해 화동고갯길 보존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김영종 종로구청장에게 공사를 재검토할 것을 요청했다.
최근 종로구는 사업 추진을 보류하고 북촌한옥마을의 시민단체들과 미팅을 갖고 주민 의견을 수렴했다. 또 교통·도로 전문가들과 함께 현장을 점검했다. 그결과 고갯길 밑에 상하수도와 전기통신시설 등이 매설돼 있어 고갯길을 깎을 경우 단전·단수 등과 함께 추가예산이 들 것이라는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됐다. 고갯길을 깎기 위해서는 이러한 시설까지 모두 손 데야 하는데 결국 예산도 추가로 더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결국 종로구청은 화동 고갯길을 그대로 두기로 결정했다. 대신 교통사고 예방시설을 설치하기로 결정했다.
옥선희(54) ‘북촌을 아끼는 사람들’ 대표는 “북촌은 느림의 미학과 함께 역사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거리가 많다. 비록 역사를 간직한 유형의 건물이 많지는 않지만 북촌의 길거리 하나하나는 우리나라의 근대 역사를 간직하고 있어 충분히 보존할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구청, 재동초 지하에
체육관·주차장 건설 제안


북촌한옥마을이 인기를 끌다보니 평일, 주말할 것 없이 많은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당연히 주차장, 화장실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 또한 북촌 여행의 장점이자 특징이다. 북촌을 여행하는 관광객들은 불편함을 감수하고 옛것을 찾는 맛으로 이곳을 방문한다. 
하지만 최근 종로구청이 개교 118주년을 맞은 재동초등학교가 다목적 실내체육관 건립을 추진하자 지하주차장 개발 등을 제안하면서 북촌 개발을 둘러싸고 또 다른 논쟁이 붙었다. 종로구청은 재동초등학교 지하에 다목적 실내체육관 건립 시 151면 규모의 지하주차장을 함께 설치하자고 제안했다.
종로구청은 지하주차장 건설비로 102억 원에 이르는 주차장 건설비 전액과 체육관 건설비 52억5천만 원 중 절반을 서울시와 함께 지원하겠다고 제안한 상태다. 재동초등학교는 줄어드는 학생 수와 노후시설 개선 등을 위해 좋은 기회라 생각하고 구청의 제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러한 방침에 반대하는 학부모들이 많다. 한 학부모는 “실내체육관을 지하에 짓는다는 점, 주차장이 건설될 경우 학교 시설에 외부인들이 무단으로 드나든다는 점, 차량통행이 많아져 교통사고의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현재 재동초등학교 지하 다목적 실내체육관 문제는 답보상태다. 지난 7월 달에 학교운영위원회가 개최됐지만 학부모와 학교, 구청 사이 갈등만 확인한 상태다. 결국 구청 관계자는 “현재로써는 학교 측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재동초등학교 측에서 이 사업을 시행하겠다고 한다면 계획대로 진행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사업은 시작할 수가 없다”고 전했다.
한편 이와 별도로 종로구청 주차관리과는 부족한 주차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근 홍익대학교와 방송통신대 등과 협조를 통해 주차시설을 늘려가고 있다.

화장실 짓는데 10억원?

종로구청은 화동고갯길 깍기, 재동초등학교 지하주차장 건설과 함께 정독도서관 일부 부지에 10억 원을 들여 대형화장실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관광객 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화장실을 짓겠다는 것인데 지역주민들은 필요성에 의문을 제시하고 있다.
종로구청은 정독도서관 내 일부 부지에 화장실과 관광안내소 등이 포함된 297㎡ 규모의 단층 건물을 지을 계획이다. 이 건물에는 99㎡ 규모로 한번에 6명이 사용할 수 있는 여성·남성화장실이 조성될 계획이다. 그 외 갤러리와 관광안내소, 주민 쉼터 등이 들어서게 된다.
하지만 지역 주민과 일부 시민단체들은 종로구청이 북촌한옥마을의 특성을 감안하지 않고 개발만을 추진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옥선희 대표는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전통문화와 주거시설을 지켜왔기 때문에 지금의 북촌한옥마을이 인기를 얻고 있다. 관광객을 위한 화장실이 필요하다면 인근 공공건물의 화장실과 상업시설의 화장실을 이용하는 나눔화장실을 확대하는 것이 더 낫다. 새로운 시설을 짓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종로구청이 새 건물에 넣겠다는 관광안내소의 적절성도 문제다. 이미 정독도서관 인근에는 관광안내소 2곳이 운영되고 있다. 갤러리도 마찬가지다.
북촌한옥마을은 옛것이 그대로 보존돼 있어 인기를 끄는 관광지다. 현대적인 도시 속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과 정취를 느낄 수 있다. 그래서 불편한 점도 있지만 이 또한 북촌한옥마을의 특징이자 장점이다. 북촌한옥마을을 제대로 가꾸기 위해서라도 장기적인 마스터플랜이 필요한때다. 종로구청과 서울시청은 주민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지금이라도 올바른 마스터플랜을 만들어야 한다. 

오두환 기자 freeor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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