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대적인 면세 공략…정용진 웃었다
대대적인 면세 공략…정용진 웃었다
  • 김나영 기자
  • 입력 2013-08-05 11:00
  • 승인 2013.08.05 11:00
  • 호수 1005
  • 3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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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롯데 텃밭 김해공항 진출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신세계그룹(부회장 정용진)이 면세사업에 진출한 지 10개월 만인 지난달 30일 김해공항 면세점 사업권을 따내며 대대적인 면세시장 공략에 나섰다. 신세계가 이번 입찰에 써낸 임대료는 연간 640여억 원으로 기존 사업자인 롯데가 연간 500억 원을 냈던 것과 비교하면 약 30%가량 높다. 김해공항 면세점의 연간 매출액이 1600억 원대이고 롯데가 매년 200억 원대의 적자를 본 것을 감안하면 신세계는 일종의 도전장을 던진 셈이다.

 

파라다이스 인수부터 공항 입점까지 4000억 웃도는 투자금
백화점보다 면세가 알짜?…단순 확보 넘어서야 안정권 들 것

이처럼 신세계가 김해공항 면세점에 공들이며 운영권을 확보한 것은 공항면세점 진출에 대한 숙원과 롯데와의 앙금이 혼합된 것으로 분석된다.

신세계가 파라다이스 면세점(현 신세계면세점)을 인수한다는 것이 알려진 지난해 9월, 관련 업계에서는 신세계의 행보에 대한 예측이 줄을 이었다. 그간 정용진 부회장이 면세점 진출을 오래도록 염원해왔던 만큼 면세사업에 크게 베팅할 것이라는 점은 동일했다. 그러나 롯데와 신라가 양분하고 있는 면세시장에 어떻게 파고들지를 두고 의견이 갈렸다.

결국 신세계는 파라다이스 면세점 지분 81%를 931억5000만 원에 사들이며 면세시장에 첫 발을 디뎠고 김해공항 면세점 임대에도 5년간 3200여억 원을 쏟아 붓는 과감한 선택을 했다. 현재 김해공항 내 면세점 매장 규모는 총 1085㎡(약 328평)로 신세계는 이중 60%에 해당하는 651㎡(약 196평)의 매장을 운영하게 된다.

노른자위 공항에 불황 없는 면세?

일단 인천공항에 자리가 없는 만큼 신세계가 국내 제2의 국제공항인 김해공항을 노리는 것도 효과적이라는 평이 우세하다. 올해 상반기 김해공항을 거친 출입국자는 약 227만명으로 전년동기 대비 11% 증가했다. 이는 전국 공항 출입국자 증가율인 5.4%를 두 배나 뛰어넘는 숫자다. 특히 중국 국적의 출입국자는 14만1520명으로 지난해보다 12.1%나 늘어나 중국 관광객으로 재편된 현 여행업계 추세에 부합한다.

또한 같은 유통업계 라이벌인 롯데와 선의의 경쟁 차원을 넘어 감정싸움으로 치달았던 과거도 한몫했다. 원래 김해공항은 부산의 관문이자 영남권의 대표 공항으로 롯데가 선점하고 있었다. 갈망했던 면세사업에는 진출했으나 공항면세점을 확보하지 못해 애가 탔던 정 부회장으로서는 공항도 얻고 롯데도 밀어낼 수 있다는 계산을 했다는 후문이다.

실제로 이번 김해공항 면세점 임대 입찰설명회에 12개 업체가 참가했고 본입찰에는 롯데·신라·신세계 등 대기업 4개사가 참여했다. 그중 신세계는 롯데를 비롯한 타 업체에 비해 높은 입찰금액을 써내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고 다소 비싸지만 원하는 결과물을 얻었다는 전언이다.

와신상담이 공격경영 토대 됐나

앞서 신세계가 롯데와 벌인 사업부지 확보 전쟁은 거의 10년을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역사가 깊다. 양측 모두 표면상으로는 모두 사업전략상 매입일 뿐 감정적인 부분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단순한 사업부지 확보를 넘어선 자존심 싸움으로 치부 중이다.

그 증거로는 신세계 광주점 임대차 계약 연장, 강남점 센트럴시티와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지분 인수 등을 들 수 있다. 광주신세계는 지난 4월 신세계 광주점이 자리한 전남 광주 금호터미널 내 백화점 부지와 건물 임대차 계약을 20년간 연장했다. 이를 위해 신세계는 이례적으로 회사채와 기업어음(CP)까지 발행했다.

또 신세계는 같은 달 계열사인 센트럴시티를 통해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지분을 인수하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난해 10월에는 신세계 강남점이 속한 센트럴시티 지분의 60%를 1조 원대에 사들여 역시 최대주주가 됐다. 서로 연결된 센트럴시티와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을 모두 차지한 신세계는 반포에서 독보적인 타운을 형성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같이 신세계가 자사 백화점이 입점한 부지를 매입하고 임대차 계약을 연장한 것은 롯데에 인천점을 뺏기는 굴욕을 당했기 때문이다. 롯데는 지난해 9월 신세계 인천점이 자리한 인천종합터미널 부지와 건물을 인천시로부터 8751억 원에 사들였다.

이로 인해 신세계는 지난 15년간 공들인 인천 상권을 한순간에 날릴 뿐 아니라 2017년까지 매년 롯데에 건물 임대료를 꼬박꼬박 낸 후 백화점을 통째로 고이 바쳐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억울한 마음에 신세계는 법원에 인천터미널 매매계약 이행중지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기각 당했고 공정거래위원회마저 롯데의 편에 서며 고립됐다. 이에 신세계는 강남점과 광주점마저 인천점처럼 뺏길 수 없다는 위기의식을 느꼈던 것이다.

영남권 진출은 전략적 도발?

억울한 것은 롯데도 매한가지다. 롯데는 20년간 장기 임대차 계약까지 맺었던 경기도 파주의 아울렛 부지를 2009년 신세계가 매입하는 바람에 당황한 적이 있다. 2004년 센텀시티 부지 입찰에서도 자신의 텃밭인 부산에서 신세계에 밀려 지역 주민들의 조롱 아닌 조롱을 받기도 했다.

의기양양해진 신세계는 롯데 부산점과 겨우 5m 떨어진 곳에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백화점인 센텀시티점을 열기에 이르렀다. 이때부터 롯데와 신세계의 부지 싸움은 예견된 것이나 다름없었는데 최근 신세계가 면세사업에 출사표를 내자 백화점과 아울렛은 물론 면세점으로까지 확장된 모양새다.

게다가 신세계는 부산에서의 입지를 끌어올리면서 끊임없이 롯데의 심기를 건드리고 있다. 현재 신세계는 부산 센텀시티 백화점 외에도 기존에 보유한 부산 웨스틴조선호텔, 지난해 인수한 해운대 신세계면세점, 이달 29일 개점 예정인 부산 프리미엄아울렛에 이르기까지 점차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신세계가 아낌없이 자금을 투입하고 있지만 곧 자금력으로 밀어붙이는 데는 한계가 오는 것이 수순”이라며 “면세시장에서 동화를 제치고 3위로 올라서도 여전히 롯데·신라와의 격차가 큰 만큼 새로운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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