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처벌 대상은 현실의 균형에 맞출 필요”
민주당 ‘원안고수’국회 심의 과정 진통 예상
공직 부패를 잡기 위해 정부가 추진하는 이른바 ‘김영란법’ 제정안이 지난 7월 30일 국무회의를 통과해 국회로 넘어갔다. 논란 끝에 국무회의를 통과했지만, 사실상 당초 국권위의 원안에서는 크게 후퇴한 것이어서 논란이 되고 있다.
국권위, 원안 입법화로 공직사회 청렴성 기대
김영란법이 국회로 넘어왔지만 향후 국회 심의 과정에서의 진통을 예고하고 있다. 우선 당초 입법예고안과 비교했을 때 공직자 금품수수에 대한 형사처벌 범위가 줄어들었다며 야당이 반발할 가능성이 있다. 이미 정무위 소속 민주당 김영주, 이상민 의원 등이 입법예고안 내용을 그대로 살린 법안이 대표 발의된 상태다.
관련 법안을 발의한 민주당 이상민 의원은 지난 2일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민주당은 김한길 대표가 말했듯이 김영란법 원안의 취지를 관철할 것”이며 “국회 논의 시 발의한 법안을 토대로 수정하여 통합 심의를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또한 “내가 낸 법안과 정무위 김영주 간사의 법안에 약간의 차이가 있는데, 내 법안은 당초 원안보다 강화됐다”며 “이해관계자가 직접 로비하는 경우는 처벌을 안 받게 되어 있는데 그건 말이 안 된다. 더군다나 이해관계자가 제3자를 통해 부정청탁 할 경우 제3자보다 이해관계자가 약하게 처벌받게 되어 있어 법체계가 맞지 않다고 보고, 김영란법 원안을 보강해 이해관계자와 제3자 모두 처벌하되 이해관계자가 제3자보다 무거운 처벌을 받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향후 전망에 대해 “국민 여론에 의해 결정될 일”이라면서 “공직자들의 비리를 원천봉쇄하고 발본색원하기 위해 원안의 취지가 관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란법은 각급 행정기관은 물론 입법기관인 국회도 적용을 받는다. 그래서 의원들이 자신의 발목을 잡을 조항을 그대로 통과시키려 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인사 등 각종 청탁과 민원에 노출된 의원들은 부정청탁 행위에 과태료를 물리는 조항을 우려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정무위 여당 간사를 맡고 있는 새누리당 박민식 의원은 같은 날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김영란법의 취지는 100만 원 이상 받은 공무원은 무조건 형사처벌 대상이라고 보고 공직사회의 부패척결 차원에서 철저히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회로 넘어온 법안은 원안에서 후퇴한 것이므로 두 가지를 어떻게 볼지가 논의의 핵심”이라며 “당론을 나누어 볼 것이 아니라 법안 심사 위원들의 각자 의견이 있으니 심사 과정을 거치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법안 심사 소위원장으로서 원안의 취지와 국민의 기대를 무겁게 받아들이면서도 법안의 실효성을 중요시 생각한다”며 “건별로 검토할 사항이 많다. 범위를 줄이기 위해 규제 대상자를 공무원 전체로 하는 것이 맞는지 검토해야 한다. ‘모든 공무원’을 대상으로 할 경우 공무원 전체를 잠재적 범죄자로 생각한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으니 국민적인 정서와 현실과의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향후 전망에 대해 “정기국회에서 철저히 심사해 공직사회 부패구조를 일신할 수 있는 법안을 만들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법안을 만든 국권위 청렴총괄과 안준호 과장은 같은 날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정부안이 국회로 넘어간 것이 위원회의 기본 입장이자 정부 입장이다. 의원 발의 법안 2개가 계류 중이니까 보관 심사나 공청회가 있을 때 우리 입장을 충분히 말할 것”이라며 “(발의된 법안)내용은 위원회 안을 바탕으로 만든 유사한 법안”이라고 전했다. 향후 전망에 대해서는 “향후 결과에 대해 발언하기는 부적절하지만, 우리가 만든 안에 대한 필요성과 외국 사례 등을 앞으로 충분히 말씀드리면서 정부안이 입법화 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국권위는 국회에서 제정안이 원안 통과한다면 공직사회의 청렴성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회 논의에서 재수정 될 가능성도
김영란법의 정확한 명칭은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 이해충돌 법안’으로 공직자에 대한 부정청탁, 공직자의 금품수수, 공직자의 사적 이해관계와 충돌되는 직무수행 등 크게 세 가지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그동안 형법에 따라 공무원 금품 수수에 대해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이 모두 인정된 경우에만 뇌물죄로 처벌됐다. 그러나 지난해 8월 김영란 당시 국민권익위원장은 직무 관련성 여부를 따지지 않고 지위·직책의 영향력을 통해 100만 원 이상 금품을 수수한 공무원은 3년 이하 징역 또는 수수 금품 5배 이하 벌금에 처하는 법안을 내놓았다.
제3자를 통해 공직자에게 부정한 청탁을 하는 행위도 제재 대상이다. 청탁한 제3자는 2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제3자가 공직자면 3000만 원 이하), 청탁을 의뢰한 이해당사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부정청탁을 들어준 공직자는 2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선고 받는다. 가족이 금품을 받은 사실을 알면서도 소속 기관장에게 신고하지 않거나, 금품을 반환하지 않는 공직자도 처벌 대상이다.
특히 새로 임용되는 차관급 이상 공직자, 지방자치단체장, 공공기관장 등 고위공직자는 임용 전 3년 동안 이해관계에 있던 고객과 관련된 재정보조/인허가/감사/조세/공사계약/수사 등의 업무를 2년 동안 맡을 수 없도록 했다. 이밖에 ▲대가를 받고 직무 관련자에게 사적인 자문을 제공하는 행위 ▲직무 관련자에게서 돈을 빌리거나 관련자와 부동산/용역/공사 계약을 체결하는 행위 ▲고위공직자·인사담당자가 가족을 소속·산하기관에 특별 채용하는 행위 ▲고위공직자·계약담당자 가족과 소속·산하기관의 수의계약 행위 ▲공공기관 공용물이나 부하직원을 사적으로 동원하는 행위 ▲부동산 개발정보 등 직무상 비밀을 이용하거나 재산상 이익을 얻는 행위 등을 엄금하는 내용도 담겼다.
김영란법은 공직자가 특정 사람의 스폰서로 전락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기 위해 만들어진 법안으로써 기존의 법률로는 처벌이나 제재가 불가능한 각종 공직비리를 겨냥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부처 협의 과정에서 핵심조항이 완화됐다. 법무부는 김영란법이 ‘과잉금지 원칙’에 어긋나는 법안이라며 형사처벌에 반대했다. 처벌 수위와 관련해서 국권위와 법무부는 1년간 줄다리기를 했다. 공직사회 부정부패를 경미한 사안으로 보고 있다며 여론도 들끓었다. 논란이 커지자 국무총리실은 국권위, 법무부와의 회의를 통해 지난 7월 3일 공직사회 부패를 막기 위해 대가성 없는 금품 수수에 대해서도 형사처벌 할 수 있도록 법안을 수정했다. 결국 여야가 정부 수정 법안의 미흡한 점을 지적함에 따라 김영란법은 국회 논의 과정에서 재수정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안은혜 기자 iamgrace@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