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인 마케팅’ 숨겨진 진실은?
‘유명인 마케팅’ 숨겨진 진실은?
  • 강휘호 기자
  • 입력 2013-08-05 10:25
  • 승인 2013.08.05 10:25
  • 호수 1005
  • 3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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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마담’ 통해 투자 유도 사고 나면 보상길 ‘막막’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연예인 OOO이 투자한 기업이다.”, “운동선수 OOO가 차린 회사다.”

특정 기업에서 유명인을 내세워 투자를 받은 뒤 이를 횡령하는 등의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또 한술 더 떠서 유명인을 활용, 주가를 올리고 이른 바 ‘먹튀(먹고 튀다. 이익만 챙기고 무책임하게 도망가다)’하는 경우도 허다해 논란은 겉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달 31일에도 前 국가대표 축구선수 박지성(32)이 억대의 횡령 피해 사건에 휘말렸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물론 해당 사건에서 박지성이 마케팅에 참여하거나 부당이익을 챙긴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횡령을 저지른 가해자가 박지성의 이름값을 이용했을 가능성이 높아 유명인 마케팅을 실시하고 있는 일부 기업들은 불똥이 튈까 눈치 보기에 급급해 졌다는 전언이다. 이를 통해 [일요서울]은 걸어 다니는 중소기업으로도 불리는 유명인 마케팅의 허와 실을 되짚어봤다.

‘박지성 축구교실’ 운영자금 횡령 사고 발생
끝없는 피해자 등장…개인투자자 “억울하다”

박지성의 억대 횡령 피해 사실이 판결문을 통해 알려졌다. 서울동부지법 형사4단독(이규훈 판사)는 지난달 31일 “박지성 유소년축구교실 운영자금을 몰래 챙긴 혐의(횡령)로 기소된 JSFC인터내셔널 전 대표이사 홍모(52)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홍씨는 2007년 3월부터 2011년 말까지 박지성 유소년축구교실 관련 회사인 JSFC인터내셔널의 대표이사로 재직한 바 있다. 해당 업체를 운영했던 홍씨는 2010년 9월 박지성 축구교실의 위탁 교육료 5500만 원을 자신 소유의 또 다른 회사 법인계좌로 송금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같은 해 10월 한 정유사의 후원 계약금 11억5500만 원 등 역시 같은 계좌로 받아 보관하다가 이 가운데 1억1000만 원을 빼돌려 자신의 회사 경비로 사용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러나 박지성 축구교실 운영을 책임지던 박지성의 아버지 박성종씨는 재판 과정에서 고소를 취하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는 양형이유에 대해 “박씨가 고소를 취하해 홍씨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고 있으며 홍씨의 연령과 성행, 범행의 동기와 경위, 범행 후의 정황 등 제반사정을 고려해 형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해당 사건은 박지성을 믿고 돈을 후원한 이들과 박지성이라는 이름 아래 후원을 받아야 할 축구 꿈나무들의 뒤통수를 한 업체의 대표가 제대로 친 격이었다. 

유명인의 이름값을 빌려 이익을 낸 뒤 피해자를 만들어 낸 경우는 과거에도 비일비재했다.

지분·경영 참여 피해사례 다수
 
가장 대표적인 예가 엔터테인먼트 계열 회사다. 일례로 영화배우 배용준씨의 키이스트는 한때 주가가 급락해 많은 피해를 남겼다. 또 가수 정지훈(비)씨는 연예기획사 제이튠엔터테인먼트의 지분 인수에 참여했지만 본인 소유의 주가가 당시 77억 원에서 25억 원으로 줄었던 바 있다.

MC 신동엽씨도 2008년 당시 워크원더스의 주식을 배당 받은 지 1달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주식가치가 반토막이 났었다. 당시 회사의 주주로 참여한 연예인으로는 MC 강호동씨와 가수 윤종신씨가 있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본인이 투자를 하고 본인이 피해를 입은 것을 비난할 수 없다는 옹호론도 펼쳐졌지만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이러한 기업이나 업체 가운데 연예인 효과로 주가를 있는 대로 올려놓고 대표이사가 도망을 가는 경우가 있었고, 사실상 이름값만 빌려주는 연예인도 문제가 된 적이 많았다. 또 피해자들 대부분이 개인투자자였다는 점이 더 큰 문제로 지적됐다.

이밖에는 직접 업체의 광고모델로 나섰다가 불똥이 튄 경우도 있다. 배우 최송현씨는 한 소셜커머스의 광고모델로 활약했으나 해당업체가 사기업체로 밝혀지면서 아직까지 곤욕을 치르고 있다.

또 최근 재계의 이슈로 떠오른 페이퍼컴퍼니가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비영리 독립언론 뉴스타파와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발표한 조세피난처 명단에는 한국의 대표적인 금융인, 예술인, 기업인, 교육인 등이 두루 포함돼 있었다. 대기업뿐만 아니라 재계 전반에서 각계각층 인사를 이용,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운영 중인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줬다.

이처럼 재계가 소위 유명인이라고 불리는 이들과 짠 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모으고 빼돌리는 모습은 그동안 수면 위에 그대로 나타났다.

전문가 “자체경쟁력 보고 판단해야”

이러한 문제점들을 두고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원론적인 접근이 피해를 막는 가장 좋은 예방법이라고 진단했다.

기업자체의 구조가 튼튼할 경우 유명인 마케팅을 쓸 이유도 없고 증권시장에서도 유명인 마케팅은 일회성 이벤트에 지나지 않는다는 조언이다.

이와 관련 국내 대형증권사의 한 연구원은 “유명인들이 지분을 갖든 경영에 참여하든 관심을 끄는 목적이 강할 뿐 기업이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해당 기업의 펀더멘털을 보고 투자를 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 볼 때 전혀 도움이 되는 않는 것이 유명인 마케팅으로 사기나 불법이 아닌지 의심해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전했다.

한 재계 관계자 역시 “기업이 튼실한 구조를 갖고 있다면 그러한 이벤트가 왜 필요하겠냐”면서 “물론 단순 홍보일 수도 있지만 각 기업들의 맹점을 가리기 위한 수단일 수도 있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아울러 유명인의 이름으로 홍보했지만 사실상 유명인의 참여가 없었을 경우에는 법률상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것으로도 조사됐다.

한 법무법인 관계자는 “유명인들은 그 이름만으로도 어떠한 신뢰를 주고 투자를 이끌어 낼 수 있는 힘이 있다”며 “때문에 피해를 당했을 때 유명인의 지분이나 경영참여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는 경우 명의대여책임을 기업과 유명인 양측 모두에게 물을 수 있다. 다만 정확한 정황을 따져보기는 해야 한다”고 밝혔다.

hwihols@ilyoseoul.co.kr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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