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소형가전 돌풍
미니 소형가전 돌풍
  • 이범희 기자
  • 입력 2013-08-05 10:23
  • 승인 2013.08.05 10:23
  • 호수 1005
  • 3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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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러기 아빠 A부장 이번 달 구입 제품은…


<뉴시스>

“크기는 작게 기능은 뛰어나게” 1인 가구시장 인기
1인용 밥솥·나 홀로 여행서 금융상품까지 ‘다양’

[일요서울ㅣ이범희 기자] 저가의 대용량 제품이 잘나간다는 말이 이젠 ‘옛말’이 됐다. 장기불황과 맞벌이, 기러기 아빠의 등장 등 1인 가구의 증가로 소용량 제품의 매출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용량 제품은 1회 분량으로 포장돼 있어 낭비를 줄일 수 있고 부피와 용량이 적어 휴대성이 뛰어난 특성을 지니고 있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재계도 나 홀로족 맞춤형 제품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대기업에 다니는 기러기 아빠 A부장(45). 딸과 부인이 해외 유학중이라 혼자 회사 근처 오피스텔에서 생활한다. 점심과 저녁은 회사 동료들과 먹지만 아침과 주말 식사는 안 먹는 날이 많다. 가족과 함께한 시간이 길었던 탓에 혼자 먹는 게 편치 않다.
A부장은 “동료 여직원들은 혼자 잘도 먹는데 난 아직 쑥스럽다. 유통마트에서 장을 볼 때도 대용량으로 팔아 1/4먹고 나머진 버리는 경우가 많다”며 멋쩍어 한다.
그러나 이젠 이런 걱정에서 탈피하는 1인 가구를 위한 상품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굶주린 배를 채워주는 기획 상품으로 편의점 간편 도시락이 떠오르고 있다. 국내 주요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도시락의 매출은 매년 평균 40%가 넘는 높은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국내 편의점 1위 사업자인 CU편의점에서 도시락 매출 신장률은 2011년 42.4%, 지난해 43.2%로 해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GS25 역시 올 상반기 도시락 누적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0% 이상 늘어날 정도로 급성장했다. CJ제일제당의 햇반은 이미 솔로들의 필수품이 됐다. 간편하게 데워 먹기만 하면 돼 2011년엔 매출 1000억 원을 돌파했다. 2010년 800억 원 수준에서 25% 이상 늘어난 것이다.

1인 고객 맞춤형 상품
출시…만족도 높아

여기에 끓이기만 하면 조리되는 간편 탕류나, 전자레인지에 데우면 조리되는 간편 냉동식품, 각종 찌개 양념, 손질 해산물, 소포장 과일 등의 신상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1인 가구가 거주하는 실내 공간을 최적화시킨 가전제품들도 인기다. 미니 밥솥, 미니세탁기, 소형TV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기존의 4인분 정도의 밥을 지어야 했던 전기밥솥은 혼자 사는 가구에겐 불필요하게 자리를 차지해 전기를 소모하고, 밥이 남으면 오히려 음식물쓰레기만 늘어나는 애물단지였다.
하지만 1~2인분이라는 소량의 밥만 지을 수 있는 미니 전기밥솥이 출시돼 혼자 먹을 양의 밥을 하는 것이 편리해졌다. 세탁기도 1인 혼자의 옷만을 자주 빨기에 적합한 작은 사이즈가 출시됐다.
옷은 적은데 불필요하게 물 소비를 많이 할 필요가 없어지고, 세탁시간도 단축됐다.
이 밖에도 뛰어난 기능을 자랑하는 스마트 TV가 1인가구를 위해 소형으로 출시되거나 각종 조리기구 등도 1인용으로 출시됐다.
인터넷쇼핑사이트 쿠팡에서서는 ‘나 홀로’ 가구에 적합한 상품인 소형 가전을 내놓기가 무섭게 완판 되기도 한다. 작은 공간에 둘 수 있도록 만든 미니오븐은 행사 하루만에 3000개 가량 판매됐고, 지난달에 내놓은 ‘싱글족 전용 소형 청소기’는 1000개 모두 완판 됐다.
나 홀로 여행객을 위한 1인 전용 여행상품도 있다. 싱글족 전용 여행 상품은 기존 여러 명이 떠나는 여행 상품과 달리 비용이 더 비쌀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나홀로 여행객들이 늘어남에 따라 비용을 상쇄할 수 있다는 게 여행업계의 설명이다. 인터파크는 올해도 ‘혼자 여행하기 좋은 동남아 자유여행’ 등 1인 여행객들을 위한 상품을 내놨다.
금융권도 1인 상품시장 대열에 합류했다. 고객 한 명의 입맛에 맞게 설계하는 1인 전용 상품이 주목 받는다. 특정 상품 출시보단 고객의 뜻을 최대한 반영하고 있다.
A은행을 찾은 모 자산가는 사모펀드에 환헤지 기능을 넣어 달라고 요청했다. 상품 수익률에서 환율 리스크를 제거해달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향후 환율 변동을 예측해 일정 수준이 될 때 이익을 실현토록 해야 한다. 환헤지 기능은 일반적인 상품에는 들어가지 않는다. 리스크가 높기 때문이다. 고액이 환율에 대한 전문 지식을 가지고 확신이 있을 때만 가능한 상품 구조다.
이런 탓에 A은행의 경우 올해 들어 일반 펀드 상품의 인기가 급락했지만 은행 전용상품인 사모펀드의 상반기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30% 가까이 늘었다.
A은행 PB관계자는 “예전에는 ‘투자’라고 하면 색안경을 끼고 봤던 자산가들이 투자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며 “그만큼 돈 굴릴 곳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0년 전체 인구의 24%(414만 명)를 차지하던 1인 가구 비율이 2030년에는 2배 이상 증가한 34.3%(709만 명)으로 2인 가구 등 다인 가구를 앞설 전망이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싱글족이 크게 늘면서 해외 틈새시장 공략도 가능해졌다. 수명이 늘어나고 경제적으로 자립한 개인 중에는 일이나 취미생활에 더 높은 비중을 두면서 결혼을 늦추는 경우는 우리나라만의 일이 아니다. 대우일렉, 모뉴엘 등은 이런 추세에 발맞춰 크기를 줄이고 성능을 강화한 제품으로 해외에서도 성공 사례를 만들었다.

‘나 홀로 시장’ 확산
 해외 진출 가능성 높아

이은미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소비지출 측면에서는 최근 수년 간 2인 이상 가구의 평균 소비성향은 하락세를 지속한 반면, 1인 가구의 평균 소비성향은 상승세를 이어갔다”며 “이는 1인 가구의 경우 소비지출 중 주거비, 식료품비 등 필수소비의 비중이 높아 소득 악화에 맞춰 소비를 줄이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따라서 소득수준은 높지만 소비성향이 낮은 중년 1인 가구를 위해 다양한 고급형 상품을 개발하고, 소득이 낮은 청년층과 고령층 1인 가구에 대해서는 간편하고 알찬 실속형 맞춤상품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skycros@ilyoseoul.co.kr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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