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효성·롯데 등 ‘벌벌’ // 이미지 타격 비상…눈치 보기 여전
[일요서울ㅣ이범희 기자] CJ그룹 수사가 마무리 국면을 맞이하면서 다음 타깃 기업이 어디가 될지 재계의 촉각이 곤두서있다. 본지도 [지령 1003호-CJ그룹 다음 타깃 검찰 리스트는?]을 통해 롯데·한진·효성 등이 사정기관의 수사선상에 올랐다는 내용을 보도한 바 있다. 이들 기업중엔 세무조사가 진행중인 곳도 있다. 최근에는 현대중공업 수사설이 잠시 주목되는가 하더니 조용해 졌다. 여전히 사정기관 조사설만 들릴 뿐 아직 뚜렷한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고 있다.
그런데 최근 사정기관이 주목하는 기업들의 공통점이 있다. “임직원과 정치권이 연결돼 있다”, “지난 정권 수혜사업에 참여했다”, “갑작스럽게 3세 경영수업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우연의 일치라고 믿기엔 석연치 않을 정도다.
롯데호텔의 중역을 역임하고 현재는 다른 회사로 떠난 장모씨는 이명박 대통령과 친구사이로 알려진다. 그가 롯데를 지난정권의 수혜 기업으로 지목되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후문이 상당했다. 특히 노무현 정권에선 허가 서류조차 내밀기 어려웠던 제2롯데월드 건립 허가는 MB정부에선 큰 무리 없이 취득했다. 공군이 불편한 심기를 표출했음에도 불구하고 123층 제2롯데월드의 건립이 한창이다.
또한 롯데는 지난 정권 최대수혜사업인 4대강 사업에도 참여했고, 지난해부터 신격호 명예회장의 딸 신유미씨의 지분 확보가 늘어나면서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하지만 현 정부 출범 후로는 롯데에 대한 대대적인 세무조사가 실시중이고 롯데그룹 핵심 사업부문인 백화점, 마트, 슈퍼, 시네마 등이 대상이 됐다.
보통 정기세무조사에 30명 내외가 투입되는 것과 달리 150명 가량의 조사단이 파견됐고, 조사 담당 역시 특별 세무조사를 담당하는 조사4국이 나섰다.
효성도 마찬가지다. 효성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돈기업으로 유명하다. 사측은 “아니다”고 갈음하지만 이 전 대통령의 3녀인 이수연씨는 조범현 한국타이어 부사장의 아내이며 조범현 부사장은 조양래 회장의 차남이다. 조양래 회장은 조석래 회장의 동생이다. 따라서 이 전 대통령과 조석해 효성그룹 총수와는 아주 가까운 사돈관계다.
더욱이 효성 또한 전 정권의 수혜기업으로 꼽힌다. 그 중 가장 우선적인 것이 봐주기 수사 논란이다. 2009년 10월 검찰은 효성그룹 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한 수사를 종결한 바 있다. 당시 검찰은 효성그룹과 관련된 범죄첩보를 다수 확보해 놓고도 아예 수사하지 않았던 부분이 드러나 ‘대통령 사돈기업 봐주기’의혹이 파문을 일으켰다.
또한 효성 세 아들들이 가지고 있는 골프장 부지 인근에 경제성이 떨어지는 IC가 설치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일은 바 있다. 박기춘 민주당 의원은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중부고속도로에 건설되는 남이천IC와 관련된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해 9월 설치가 결정된 남이천IC 인근에 이 전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씨 가족 소유의 목장(영일울릉목장)과 이 대통령의 선영이 있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었다. 박 의원은 “이 곳은 수년간 여러차례 사업 불가 판정이 났었는데, 일주일 만에 허가가 났다. IC에서 5분 거리에 이 대통령과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 소유의 목징이 있어서 특혜 의혹이 짙다”며 “남이천IC 건설로 상당한 부동산 가치 상승이 예상되는데 이 근처에는 효성의 골프장 두미C.C가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3월에는 차남인 조현문 효성중공업PG(퍼포먼스그룹)부사장이 법무법인 현의 고문변호사로 취임했다. 조 부사장은 그동안 맡고 있던 효성의 각종 이사직도 사임했다. 동시에 보유한 효성 지분 전량도 매각키로 하면서 장남 조현준과 3남 조현상의 경영 쟁탈전이 한창이다. 최근 들어선 세무조사와 검찰 수사가 동시에 진행된다는 풍문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현대중공업도 주목된다. 현대중공업의 최대주주는 정몽준(MJ)이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3월말 현재 현대중공업의 지분 771만7769주(10.15%)를 소유하고 있다. 경영에서 상당기간 떨어져 있어 사업적 지탄은 피하지만 그의 보이지 않는 정치적 영향력은 상당하다. 사측이 나서서 “전혀 무관하다”는 입장이지만 MJ는 오랜기간 정치권에 발을 담고 있어 현대중공업의 한 단면엔 그의 정치적 영향력이 공존한다는 주장은 정설처럼 굳어져 있다. 그러나 현대중공업은 현재까지 한전비리 사업에 연루돼 홍역을 치르고 있다.
일부 로비 정황이 드러난 UAE 바라카 원전의 경우 이 전 대통령이 임기 말까지 착공 기념식에 직접 참석할 만큼 애정을 쏟아온 곳이기도 하다.
국내 검찰이 현재도 전방위적으로 수사를 하고 있는 현대중공업 임직원의 원전 비리는 재계순위 7위(공기업 제외)라는 체급이 무색할 정도다. 검찰은 현대중공업 김 아무개 전무(영업담당)가 한수원의 송 아무개 부장에게 돈을 건넨 대신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1~4호기의 변압기와 비상발전기 납품과 관련된 이득을 얻어갔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일단 사측의 조직적인 개입 여부 가능성에 대한 추측은 자제해달라고 부탁한다. 사측 관계자는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을 아꼈다.
게다가 3세 경영수업이 최근 다시 시작됐고 MJ의 장남 정기선씨가 현대중공업으로 복귀한 것에도 시선이 모이고 있다. 특히 정기선씨는 7개월이라는 재직기간에도 불구하고 31세에 부장으로 재입사해 재계의 고질병인 오너家 초고속 승진 논란을 재점화했다.
앞서 정씨는 2009년 1월 현대중공업 서울사무소에서 재무팀 대리로 입사했다가 그해 휴직을 신청하고 유학길에 올랐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에서 MBA를 마친 후 2011년 귀국한 그는 현대중공업을 사직하고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입사하기도 했다.
CJ의 경우는 이재현 회장과 전 정권 인사들이 두터운 친맥을 유지했고, 최근에는 자녀들이 그룹에 입사해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우연의 일치라고 믿기엔 석연치 않을 정도다.
오너리스크 될까 ‘노심초사’
이런 탓에 재계 수사소식이 들릴 때 마다 세가지 범주에 속한 기업들의 마음 졸임 현상이 늘어나고 있다. “먼지 털어 나지 않는 곳이 어디있겠냐”는 푸념이 이제는 동정론을 만들고 있을 정도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이젠 국세청·검찰·금감원·공정거래위원회 등 재계의 감시 역할을 하는 곳들의 다발적인 움직임에 긴장의 고삐를 풀지 못하고 있다”며 “박근혜 정부의 강한 의지가 재계의 숨통을 막고 있다”고 말한다. 지난달 국세청이 올 해 재계수사를 1000건 이상 줄이겠다고 발표했지만 이마저도 믿기 어렵다는 반응들이다. 특히 정권과 친밀했거나 올해 들어 3세 경영이 시작된 기업들의 눈치싸움이 상당하다는 후문이다. 사정기관의 수사망에 걸리면 기업이미지 타격이 불가피함은 물론 자칫 오너의 불미스러운 일이 적발이라도 되는 날이면 회사의 경영차질로 연결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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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