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폭우로 인해 시중 물가가 요동을 치고 있다. 특히 수해의 여파는 농산물을 중심으로 서민 밥상에 비상경보를 울렸다. 또 장마 기간 동안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는 채소·과일류의 경우 폭등 현상이 현저해 시민들의 불안감 역시 높아지고 있다. 더욱이 이번 물가 폭등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아 향후 적절한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생육기 피해 지속…품질저하 우려 높아
향후 물가 오름세 전망…늘어나는 한숨
장마철 중부지방에 내린 집중호우는 주요 채소 도매가격을 최대 5배까지 뛰게 만들었다.
이에 대해 업계는 채소의 수확 및 출하작업이 지연되면서 큰 폭의 상승세를 만들어 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아울러 품목에 따라서 품귀현상마저 발생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수도권 인근 저지대에서 주로 재배되고 있는 상추와 시금치 등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오이, 양상추, 시금치, 토마토 등 침수 피해가 심각한 작물 대부분은 폐기해야 할 처지기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 대형마트 관계자는 “농산물 생산지에 많은 폭우가 쏟아지는 바람에 올해 피해가 더욱 심각해졌다”며 “소비자들이 점점 농산물을 사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모습이 눈에 띈다”고 말했다.
올해 체감 물가부터 달라
한 대형마트 농산물 코너에서 만난 주부 김모(38·여)씨는 “작년에도 물가가 조금 오른 듯한 느낌이어서 살까말까 고민을 했던 기억이 난다”면서 “그런데 올해는 아예 고민도 못하겠다. 만 원짜리 몇 장 가지고는 장 볼 엄두도 안 난다”고 하소연했다.
서울 소재 재래시장인 중부시장의 한 상인 역시 “채소뿐만이 아니라 과일값도 오를 대로 올랐다”며 “대형마트 같은 곳이야 다른 물건 팔면 된다고 하지만 우리 같은 영세업자들은 판매할 수 있는 품목이 다양하지 않아 타격이 정말 크다”고 거들었다. 이 외에도 몇몇 소비자들과 상인들도 마찬가지 생각을 내비쳤다.
실제로도 지난 23일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인천지사 등에 따르면 22일 시금치 4㎏ 도매가격은 3만1800원으로 본격 장마가 시작되기 전인 지난 8일(1만5400원)보다 무려 106%나 올랐다. 같은 기간 상추 4㎏의 도매가격은 1만6000원에서 3만8000원으로 137% 상승했고, 오이 15㎏의 도매가격은 2만3500원에서 3만2500원으로 38%, 호박 8㎏ 가격은 1만400원에서 2만3200원으로 123%까지 상승했다.
이처럼 적게는 두 배에서 많게는 다섯 배까지 오늘 물가에 소비자들과 상인들 모두 적응 하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전문가격조사기관인 한국물가정보(회장 노영현) 관계자는 “아무래도 주부들이 가장 많이 느끼지 않겠냐”면서 “더 큰 문제는 지금 시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도 당분간 상승세를 유지할 전망이라는 점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생육기에 제대로 수확하지 못함에 따라 수확량이 줄어든 것은 물론, 품질도 좋지 못해 문제가 심각하다”며 “향후 대책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앞으로의 대응책은
한편 다음 주에도 장맛비가 계속될 것이라는 예보가 이어지고 있다. 더불어 장마가 끝난 뒤에도 물가가 안정되는 데 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 대응책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가을철 태풍이 몰아치는 추세까지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도 다수다.
이에 따라 식탁물가를 잡기 위한 유통업체의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롯데마트는 식물공장(햇빛과 토양 대신 발광다이오드(LED)와 영양액을 공급하는 시설)에서 재배한 길러먹는 상추를 선보였다. 이와 함께 로컬푸드·물류센터 등을 활용해 농산물 가격 안정화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판매하는 품목이 다양해 마트 매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지만 소비자의 생활에 직결되는 만큼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마트도 상황을 계속 주시, 장마 이후 구체적인 대응책을 마련해 나갈 계획으로 알려졌고 롯데슈퍼는 빠른 시일 내 계약재배를 통해 마련한 배추를 내놓을 예정으로 전해졌다.
농림축산식품부도 분주하기는 마찬가지다. 갑작스런 물가 폭등과 이에 따른 민원이 다소 과대평가 되고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물가 안정에 최선을 다한다는 입장이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폭등현상이 심한 상추의 경우엔 저장이 어렵기 때문에 생산량 자체를 늘려야 해 어려움이 따른다”며 “토지에 수분을 빨리 빼내기 위한 작업과 배수로를 통한 강수량 배출을 지속적으로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물가 안정화 작업은 생산 뿐 아니라 유통과정에서 가격을 낮추는 방법도 있다”며 “다각도로 대책을 마련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배추와 같은 일부 경우에는 올 봄 많은 출하로 인해 가격이 상당히 낮아져 있는 상태에서 오른 것”이라며 “여기저기서 말도 안 되는 폭등처럼 비춰지는 것은 다소 과대포장 된 부분이 없지 않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전력수급에도 안정과 위험 단계라는 것이 있지 않냐”며 “현재는 안정 단계에 가깝다. 만약 배추 공급이 위험단계에 이르면 출하시킬 수 있는 물량을 충분히 확보한 상태기 때문에 필요 이상의 걱정은 안 해도 될 것”이라고 밝혔다.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