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자신만만한 사람도 영적인 위안이 필요할 때가 있다. 《신을 찾아 떠난 여행》의 저자 에릭 와이너는 미국 공영방송 NPR의 해외특파원으로 일하며 전 세계의 전쟁과 가난, 질병 등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봤다. 그 때문에 만성적인 불안증과 우울증이 더욱 악화됐지만, 그렇다고 자신의 인생을 신에게 의지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신의 이름으로 자행된 각종 폭력들을 목격하며 종교와 더욱 거리를 두었다. 그런 삐딱한 합리주의자도 죽을병일지도 모른다는 이유로 병원에 입원했을 땐 결코 태연할 수 없었다. 두려움에 떨고 있는 그에게 한 간호사가 묻는다. “아직 당신의 신을 만나지 못했나요?” 이런, 그에게도 신이 필요한 순간이 온 것이다. 그리하여 전작 《행복의 지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를 찾아 떠났던 그는 이번에는 영혼이 가장 따뜻해지는 곳을 찾아 두 번째 기발한 세계일주에 나선다. 가장 효과 좋은 영혼의 처방전을 찾으려는 그의 궤적은 이스라엘, 터키, 네팔, 중국, 미국 등지를 종횡무진 가로지른다.

그 무엇과도 열렬한 사랑에 빠지라는 이슬람 수피즘, 세상은 고(苦)라는 불교, 가난이 기쁨의 원천이라는 가톨릭 프란체스코회, 엄청나게 즐거운 삶을 살라는 라엘교, 가만히 앉아 모든 것을 잊어버리라는 도교, 기도보다는 마법이라는 위카, 자연 그 자체가 되라는 샤머니즘, 그리고 지금 모습 그대로 있어도 괜찮다는 유대교 카발라까지, 저마다 다른 메시지를 던지는 신들 중 과연 나에게 꼭 맞는 신이 있을까.
가슴보다 머리를 믿는 합리주의자가 긴 여행의 끝에 발견한 놀라운 위안의 정체는 무엇일까.
여기 해외특파원으로 근무하며 지구에서 벌어진 온갖 종류의 불행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남자가 있다. 게다가 그가 목격한 많은 불행은 모순적이게도 종교로부터 비롯된 것이었다.
신의 이름으로 자행된 전쟁과 테러가 얼마나 많았던가. 그에게 신은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는 존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의 딸에게 불신을 가르칠 수 없었다. “하느님이 우리를 책임지는 거야?”라는 딸의 질문에 그는 잠시 생각에 잠긴 후 “하느님은 우리가 스스로를 책임지는 데 필요한 모든 걸 우리한테 주셨어”라고 대답한다.
에릭 와이너의 《신을 찾아 떠난 여행》은 불신을 가르칠 수도, 믿음을 강요할 수도 없는 시대에 꼭 필요한 “훌륭한 이야기”다.
그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특정 종교의 옹호자도, 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무신론자도 아니다. 그는 편견 없이 모든 것을 배우고 경험해볼 준비가 된 가장 진지한 구도자이다.
기자 출신답게 취재는 방대하고 문장은 정확하다. 또 깐깐한 합리주의자답게 모든 가르침을 무작정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은 확실하게 질문을 하고 넘어가고, 그래도 납득이 되지 않는 건 억지로 받아들이지 않고 그냥 그 자리에 남겨 둔다.
무엇보다 그가 전하는 훌륭한 이야기에는 재치 넘치는 유머와 따뜻한 시선이 담겨 있으며, 여러 종교에 대한 지식과 삶과 죽음에 대한 통찰이 가득하다. 그러니 이 책을 읽으면 사는 것도 죽는 것도 불안했던 마음에 놀라운 위안이 찾아온다.
존경받는 종교지도자에서 의심 많은 합리주의자까지 사로잡은, 세상에서 가장 유쾌하고 따뜻한 여행에 지금 바로 동참하자.
이 책에 따르면 세계에는 9900여 개의 종교가 있다. 자신이 “영적인 응급상황”에 처해 있음을 인정한 뒤 자신만의 신을 찾기로 결심한 그는 여러 기준을 세워 탐색 대상을 추린다.
그는 개종자를 받아들이지 않는 종교, 환각제를 사용하는 종교, 신앙을 조롱하기 위해 만들어진 종교, 지나치게 범위가 좁거나 광범위한 종교, 신자들을 위압적으로 대하는 종교를 제외한다. 그 결과 그의 앞에는 여덟 개의 종교가 남는다. 이중에는 일신교, 다신교, 무신론적 종교가 섞여 있고, 주류 종교와 비주류 종교가 섞여 있다. 그리고 그는 이슬람 대신 수피즘을, 가톨릭 대신 프란체스코회를, 유대교 대신 카발라를 이해의 대상으로 설정한다. 한 종교의 전체를 이해하기보다는 그것의 조각을 이해하는 편이 더 쉬울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책을 덮고 여행 가방을 싼다. 종교 역시 직접 경험하고 고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물며 옷 한 벌을 살 때도 그렇게 꼼꼼히 따져보는데, 자신의 삶과 죽음을 책임질 신을 고르는 일을 어찌 직관이나 독서에만 맡길 것인가. 그는 자신에게 꼭 맞는 옷을 찾기 위해 여러 벌 입어도 보고, 거울에도 비춰보고, 옷감을 만져보기도 하고, 다른 매장을 둘러보기도 하는 것처럼, 여덟 개의 종교를 직접 경험하고 선택하기로 결심한다.
그가 구상한 여정은 이스라엘, 터키, 네팔, 중국, 미국 등 여러 대륙에 걸쳐 있었다. 세상에서 영혼이 가장 따뜻해지는 곳은 어디에 있을까. 그곳에 가면 자신만의 신이 그를 기다리고 있을까.
에릭 와이너 지음
김승욱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인터넷팀 기자 ily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