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킹메이커 ↔ 롯데그룹의 검은 커넥션 의혹
“MB정부 최대 사업은 4대강 아닌 제 2롯데월드”

서울지방국세청은 지난 16일 롯데그룹의 주력사인 롯데쇼핑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국세청은 이날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슈퍼, 롯데시네마 등 롯데쇼핑 4개 사업본부에 대한 세무조사에 들어갔다. 서울지방국세청은 이날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잠실 롯데마트와 롯데시네마, 왕십리 롯데슈퍼 본사에 조사4국 직원 150명 가량을 투입해 회계장부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조사와 관련, 여러 관측과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세청의 조사가 시작되자 “롯데가 이명박 정부 시절 최대 수혜기업이라는 점에서 이번 조사가 검찰 수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추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검찰 주변에서도 여러 전망이 나돌고 있다. 재계에서는 “롯데그룹이 전 정권 비리와 관련해 검찰 등 사정기관으로부터 전방위 수사를 받을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하다. 롯데에 대한 여러 관측이 제기된 것은 지난 2월부터다. 검찰 뿐 아니라 공정위와 국세청 등 사정기관 전반에 걸쳐 롯데그룹에 대한 조사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재계에서는 “곧 모 기업이 수사를 받을 것”이라거나 “곧 국세청 뿐 아니라 검찰과 공정위 등 사정기관 전반에 걸쳐 롯데그룹에 대한 조사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확산되고 있다.
롯데는 MB정부때 가장 큰 수혜를 입은 기업으로 꼽힌다.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숙원사업인 롯데타워 건설허가를 받아냈기 때문이다.
대선을 앞둔 지난해 10월경부터 정치권에서는 제2 롯데월드(롯데타워)를 둘러싼 여러 소문이 확산됐다. 롯데 인허가 과정에서 정치권 실세의 입김이 작용했으며, 정권이 바뀌면 이에 대한 수사가 진행될 것이라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최근 진행되고 있는 국세청의 롯데쇼핑에 대한 조사를 롯데사정에 대한 신호탄으로 분석하고 있다.
청와대가 롯데 사정 기획 소문이 현실화 될지를 두고 정치권과 재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정기관에서 흘러나오는 여러 내용을 종합해 볼 때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국세청은 올 초 롯데그룹 계열사인 호텔롯데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여 약 20억 원을 추징했다. 여기에 롯데 계열사를 또 다시 이어 조사하는 것이어서 이번 조사를 예사롭지 않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에 롯데 수사를 통해 MB정부 최대 사업의 비리를 들추어내게 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조사4국은 특별 세무조사와 정기 세무조사 둘 다 벌인다. 롯데에 대한 정기 세무조사가 2009년 9월에 이뤄졌다. 이 때문에 이번 조사가 정기세무조사일 수도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수개월 전부터 롯데그룹에 대한 사정기관의 본격조사 임박설이 나돌았고, MB정권 최대 사업인 제 2롯데월드 인허가 비리의혹을 검찰이 들여다보고 있다는 관측이 파다했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조사가 검찰수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
또 롯데쇼핑이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오너 일가가 최대 지분을 갖고 있는 실질적 지주회사라는 점에서 총수 일가를 겨냥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재계에선 국세청 조사가 검찰수사로 이어질 경우 MB정권 비리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롯데그룹은 MB정부 때 잠실 제2롯데월드 인허가 비리 의혹을 비롯해 부산롯데타운 신축허가, 맥주사업 진출, AK글로벌(현 롯데DF글로벌) 면세점 지분 인수, 경남 김해관광유통단지 추가 개발 등 특혜의혹이 제기된 사업도 적지 않다.
검은 거래 정황 솔솔
참여정부 시절 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차장으로 제2 롯데월드 신축을 적극 추진했던 이종석 전 차장은 ‘노무현 정권이 제2롯데월드 건설을 포기해야만 했던 이유’를 소상히 밝힌 적 있다.
2003년 말부터 2004년 초 사이에 노 대통령은 매주 열리는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 때마다 고용 문제를 고민하면서 제2롯데월드 초고층 신축을 허용하면 일자리 2만8000개가 창출된다고 강조했다.
당시 이종석 전 차장은 대통령 뜻을 적극 받들어 롯데에 초고층 건물을 짓도록 허용해주는 방향으로 검토 작업에 착수했다. 대통령이 군 통수권자이고 군용 공항에 관한 문제이므로 민간 전문가 대신 공군 기술전문 장교 2명을 불러 초고층 건축 허용이 가능한 쪽으로 모든 기술을 검토하게 했다.
하지만 그들은 종합 검토한 결과 국가 안보 문제와 항공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고 보고했고, 그대로 대통령께 보고를 올렸다. 노 대통령은 ‘무척 아쉽지만 중대 국가 안보가 걸리니 초고층 허용은 접자’라고 결론을 내렸다.
실제로 롯데타워 신축허가는 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정부로 이어지는 동안 매 정부에서 거부돼 왔던 사업이다. 롯데는 허가를 받기 위해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상당한 로비와 설득작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군사적인 이유로 허가는 문턱에서 좌절됐다.
MB정부 때 불가능해 보였던 인허가가 나자 정치권에서는 롯데 타워를 둘러싼 여러 소문이 나돌았다. 롯데타워 인허가 과정에서 정치권 실세의 입김이 작용했으며, 다음 정권에서 이에 대한 수사가 반드시 뒤따를 것이라는 전망도 야권에서 나왔다.
2008년 10월 8일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제2롯데월드 건설을 둘러싸고 “안보를 포기한 특혜 아니냐"는 야당의 비판이 나오는 등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최인기 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수조 원에 이를 수십만 명의 건축제한으로 인한 재산피해와 서울공항 활주로 이전비 600~800억 원을 국민에 떠넘기면서까지 제2롯데월드 건설을 허가해 주고자 하는 저의가 정경유착이 아니고 무엇이냐"고 따졌다.
최 의원은 "공군이 제2롯데월드 건설과 관련 협의에 안 나서다가 이명박 대통령의 지시로 뒤늦게 협의에 나선 뒤 허용 명분이 필요하니까 활주로 변경을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며 "서울시는 공군과의 협의만 끝나면 건축위원회를 열어 건축허가를 내 줄 계획 아니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서울시는 애초부터 중앙정부 결정에 따른다고 밝혔다"며 "행정협의 조정을 통해서 국토해양부와 국방부가 방침을 정하면 도시계획 측면에서는 문제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때 국회 국방위의 국방부 국정감사에서도 제2롯데월드는 논란이 됐다.
안규백 민주당 의원은 이날 자료를 내고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재벌에게 제2롯데월드 건립을 허용해주는 것은 이명박 대통령의 안보불감증이 불러일으킨 안보게이트"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의 서종표 의원도 "세 차례 정부가 교체되는 14년 동안 국가 영공 방위를 위해 금지됐던 것을 이명박정부 출범 6개월 만에 긍정적 재검토를 표명한 것은 국가 안보 측면에서 매우 중대한 위협"이라고 주장했다. 군을 비롯해 재계에서는 이 건물 신축 사업은 정치 경제 안보 등 여러 면에서 향후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전망한다.
제2롯데월드와 관련 국방부는 강하게 반대하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특히 공군은 강한 반발을 했다. 바로 성남비행장 때문이다. 롯데월드타워와 관련해 제기되는 문제를 살펴보면 이렇다. 성남비행장은 김포비행장과 함께 유사시 북한으로 향하는 서부전선 최북단에 위치한 비행장이다. 또 유사시 대통령, 정부요인 탈출을 비롯해 서부지역 항공교통을 유지하는데 중추적인 시설이므로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인허가 어떻게 가능했나
MB정부는 허가를 내 주면서 활주로 구조를 조금 바꾸면 별 문제는 없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활주로를 약간 옆으로 비틀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군은 이 주장에 대해서도 어림없는 수준이라도 반발했다.
활주로를 3도 기울이는 것만으로는 충분한 안전 확보가 어려워서다. 기상악화를 비롯한 돌발 상황에서 충분한 안전성을 확보하려면 주변 어느 정도 영역은 고도제한이 불가피하다. 높이가 555m 나 되는 거대한 마천루가 비행장 진입로상에 세워진다면 비행장 이용에 큰 지장과 위험이 뒤따른다. 위치를 다른 곳으로 옮기거나 높이를 200미터 정도로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제2롯데월드가 생김으로서 발생되는 문제는 크게 성남비행장이 갖는 전략적 측면, 그리고 이용에 있어서 생기는 직접적인 기능적 측면 둘로 나눠볼 수 있다. MB정부 실세들을 비롯해 찬성론자들은 타워건설로 비행이 아예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들었다. 말하자면 고도제한은 위험을 줄이기 위한 조치로 필수가 아니라 선택이라는 것이다.
미국연방항공청의 경고가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당시 한국 건교부(현 국토부) 항공안전본부는 제2롯데 초고층 신축 허용 가능성 검토를 위해 항공 선진국인 미국연방항공청(AFS-420 소속) 항공 안전 특별 전문가 3명을 초빙했다. 이들은 2003년 10월 23일 한국 군용기에 탑승해 성남공항 ㅅ자형 활주로 중 주 활주로(서편)를 이륙해 제2롯데월드 상공을 비행한 뒤 다시 같은 활주로로 착륙하는 절차(ILS RWY20)를 밟았다. 성남공군비행장 서편 활주로를 통해 비행 실험한 미국연방항공청은 충격적인 결과를 내놓았다. 미국연방항공청 전문가들의 현지 실사 후 보고서를 작성했다. 그 보고서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겨 있다.
위험한 도박 사고 가능성
“성남공항 서편 주 활주로를 북쪽 방향에서 남쪽으로 착륙하는 군용기의 비정밀 접근(VOR/DME RWY 20) 과정에서 최종 접근 코스는 건축 예정인 제2롯데월드 빌딩을 포함하게 된다. 활주로에서부터 호텔까지 짧은 거리는 착륙 때 현재의 ‘최저 강하고도’까지 강하를 허용하기 위한 단계 강하 픽스(Step Down Fix)의 설정을 불가능하게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절차의 재설계가 필요하다. 초고층 호텔이 착륙 시 안전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려면 항공기 접근 각도를 현행보다 5도 가량 틀어야 한다.”
이 대목은 국방부가 내놓은 ‘(서편 활주로는 그대로 두고) 동편 활주로 3도 변경으로 충분히 안전하다’는 주장이 권력자들과 기업의 ‘위험한 장난’이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미국의 전문 기술진은 항공기가 이륙할 때 장애물 회피 구역을 벗어나 비교적 안전하다는 서편 활주로에 대해서조차 착륙 각도를 변경하지 않으면 위험하다고 지적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편 활주로(190도)는 서편 주 활주로(200도)보다 10도나 제2롯데월드 초고층 방향으로 기울어 있으니 그 위험성이 훨씬 높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국방부는 ‘서편 주 활주로는 현재 상태로 그냥 두고 동편 보조 활주로만 3도가량 손대면 안전에 문제가 없다’라고 주장했다. 문제는 국방부의 이 같은 주장이 과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정권에서 펼쳤던 주장과 배치되는 것이라는 데 있다. 국방부는 지금까지 타워건설을 결사반대했으나 MB정부 들어 권력자들의 입맛에 맞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이는 국방부가 개별 기업인 롯데를 돕기 위해 얼마나 무리수를 쓰고 있는지를 그대로 대변한다.
또 미국 항공 안전 자문단의 보고서에는 제2롯데월드가 들어서면 현재 국방부가 가만 둬도 안전하다며 활주로 각도 변경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는 서편 주 활주로조차 착륙 항공기의 일직선 운용은 불가능하고, 25도 이상 선회해 들어와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는 현직 공군 전투기 조종사들을 통해서도 드러난 바 있다. 한 조종사는 “착륙 시 최종 접근 경로를 25도 이상 오프셋해야 한다면 구름을 뚫고 내려올 때 활주로 연결선과 맞추기가 어려워 사고 위험이 높다.
그 위험을 피하려다 보면 조종사는 마지막 착륙 과정에서 포기하고 급상승해 선회 비행을 해야 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해 충돌 위험 또한 높다”라고 염려했다. 결국 항공 선진국인 미국연방항공청이 참여정부 당시 성남공항과 제2롯데월드 신축 부지 사이를 직접 비행해보고 내린 결론은 ‘항공 안전을 위협하는 인공적인 위험시설물’이라는 것이다. 현재 200도 각도인 서편 활주로조차 제2롯데월드가 들어설 경우 비정밀 착륙 시 비행안전에 위험하므로 5도 이상 틀어 접근해 들어와야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는 것이 미국 측 조사 결론이다.
그러나 MB 정부 들어 국방부는 별다른 전문 기관 조사나 항공 안전 영향평가도 거치지 않고 서편 활주로는 그냥 둔 채, 현재 각도 190도인 동편 활주로를 3도 틀어 193도로 바꾸면 제2롯데월드를 신축하더라도 다른 계기 장비를 보강하므로 성남공항의 비행 안전이 보장된다고 주장했다.
오병호 프리랜서 ily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