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해요] 이순자씨 ‘30억 연금예금’
[궁금해요] 이순자씨 ‘30억 연금예금’
  • 이범희 기자
  • 입력 2013-07-29 11:14
  • 승인 2013.07.29 11:14
  • 호수 1004
  • 2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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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대 상속 자금, 비자금일까? 아닐까?

전두환 30억·이재현 1700억 세금 납부…법망 교묘히 이용
뒤늦게 신고 후 세금내면 가중 징수 뿐…솜방망이 처벌 여전

“선대에게 물려받은 돈은 비자금이 아니다.” 과연 그럴까. 궁금했다. 29만 원 밖에 없다던 전두환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씨는 30억 원 연금예금과 관련해 “선대에게 받아 법적 문제가 없다”며 당당해했다. 이에 앞서 이재현 CJ회장도 검찰의 비자금 수사와 관련해 2008년 “선대에게 받은 돈이며 뒤늦게 세금을 내 문제없다”고 일축했다. 공교롭게도 재계의 비자금 수사가 있을 때마다 한 번씩은 거론되는 해명이 “선대의 돈이고 세금을 내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법적처벌을 받았다는 이야기 역시 듣지 못할 뿐 아니라, 단순 의혹으로만 제기되면서 그 논란만 가중될 뿐이다. 이에 [일요서울]은 선대에게 물려받은 돈이 정말 문제가 없는지 알아봤다.

결론부터 말하면 판례와 조세범처벌법상 단순히 납세 신고를 하지 않거나 허위 신고를 하는 행위는 조세포탈 행위로 처벌되지 않는다. 세액 산출의 기초가 된 소득을 고의로 숨기거나 조세 징수를 면하려고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를 한 경우만 처벌된다. 뒤늦게 밝혀져도 세금만 내면 조세포탈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세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증여세를 신고하지 않을 경우 증여세신고세액공제(10%)를 받을 수 없고 무신고가산세(20%)를 내야 한다. 또한 신고를 했다 하더라도 축소 신고한 경우 과소신고가산세(10%)를 물어야 한다. 미납세금에 대해서는 납부불성실가산세(연 10.95%)로 경과일수에 따라 일할 계산까지 부과될 뿐이다”라고 설명했다. 즉 고의로 숨기다가 적발되면 부과 금액이 커질 뿐 법적 제지는 불가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29만 원 밖에 없다던 전두환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씨는 최근 “30억 연금예금은 선대로부터 받은 것”이라고 발언해 주목받았다.

전두환·이재현·이호진 상속재산 주장

이씨는 검찰이 이씨 명의의 30억 원짜리 연금정기예금에 대해 묻자 “선대로부터 받은 돈이고 비자금과는 무관하다는 명확한 증거가 있다”고 주장하며 “부친(이규동씨)으로부터 1983년 무렵 많은 유산을 받아 그중 일부는 남편 돈과 함께 투자했는데, 남편 돈과 섞인 돈은 모두 (검찰에) 빼앗겼다. 여기에 따른 세금은 모두 납부했다”고 해명했다.

이씨 측은 지난 23일 사저를 방문한 정주교 변호사에게 “증빙 자료를 갖춰 검찰에 압류 해제를 요구해 달라”고 말했다. 이씨는 지난해 말 NH농협은행 신촌지점에서 30억 원짜리 연금 정기예금에 가입한 뒤 매달 1200만 원을 수령해 왔다.

공교롭게도 특수경제범죄가중처벌법 상 횡령 및 배임 등의 혐의로 최근 구속 기소된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불법 비자금 6200억 원의 종자돈 또한 이 회장이 선대인 故 이병철 회장으로부터 받은 상속재산이라고 주장한다.

검찰은 지난 18일 “이 회장의 비자금은 선대로부터 받은 돈을 장기간 운용해 조성한 것으로 이 돈이 비자금에 혼재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도 검찰 조사 결과 이 회장은 해외 비자금으로 2600억 원, 국내 비자금으로 3200억 원을 조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중 국내 비자금은 선대 상속재산 약 3000억 원과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수 백 원의 돈을 횡령한 것을 운용해 조성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 회장은 또 해외 비자금의 경우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해외법인에서 종자돈을 마련해 주식 등에 투자해 증식하는 방법으로 조성했다.

이 회장의 비자금과 상속재산의 관계는 2008년 검찰의 표적이 된 적이 있었으나 이 회장이 자진해서 상속에 따른 양도세 1700억 원을 국세청에 납부하면서 수사를 피한 적이 있다. 뒤늦게라도 세금을 내면서 법망을 피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의 검찰 수사 당시에도 선대의 돈이 비자금으로 활용됐을 것이란 의혹이 제기됐다.

검찰은 이 회장이 1996년 부친으로부터 물려받은 차명주식을 현금화 해 적어도 2000억 원을 비자금으로 관리해왔고, 아직도 수천억 원의 차명주식으로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파악 중이다. 또 이렇게 조성된 비자금의 일부가 2008년 케이블방송 사업을 확장하면서 청와대와 방송통신위원회 등에 로비자금으로 흘러갔을 가능성을 염두하고 수사를 진행한 바 있다.

고소득·대재산가 탈세 엄정 대처

이 때문에 선대 회장의 돈을 받았더라도 이를 제대로 신고하지 않은 것에 대한 법적처벌이 제정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짐에 따라 국세청은 고소득자영업자, 대재산가의 탈세에 엄정히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국세청은 대재산가·대기업 사주의 주식 등 재산변동 내역을 체계적으로 통합분석하고, 탈루 혐의를 신속히 조사해 ‘세금 없는 부의 대물림’을 차단하기로 했다. 특히 대기업 그룹 사주일가, 대재산가를 대상으로 인별 누적관리를 강화할 방침이다.

기업자금 불법유출을 통한 비자금 조성, 우회상장·차명주식 등을 통한 변칙 상속·증여에 대한 검증도 강화한다.

국세청 관계자는 “일부 고소득자영업자, 대재산가 등 세법 질서를 저해하는 탈세자에 대해 엄정히 대처해 나가야 한다”며 “성실 납세자에 대해서는 국민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못했던 불편까지 찾아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skycros@ilyoseoul.co.kr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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