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박수진 기자]‘라면전문업체’인 삼양식품이 경쟁사에 밀려 추락하는 모습이다. 여기에 지속되는 실적악화와 이어지는 주가하락 그리고 이를 극복할 돌파구마저 없어 안팎으로 위기에 처했다. 국내 최초로 라면 사업을 시작해 붙여진 ‘라면종가’라는 타이틀이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특히 올해는 삼양식품이 국내에 라면을 출시한지 50년, 전인장 회장이 2세 경영을 펼친 지 4년째 접어드는 해이기 때문에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오너 2세인 전 회장 체제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50년 자존심 고작 3년 만에 무너져
사업보다 오너 배불리기에만 집중한 탓
전 회장이 2세 경영을 펼친 이후 회사 안팎으로 잇따른 악재가 발생하고 있다.
최근 삼양은 1985년 농심에 1위 자리를 내준 이후 줄곧 지켜오던 2위 자리를 뒤따라오던 오뚜기에 빼앗겼다.
지난 24일 시장조사업체인 AC닐슨에 따르면 올 상반기 각 기업의 라면시장 점유율은 농심 67.7%, 오뚜기 13.2%, 삼양 11.0%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삼양식품이 오뚜기에 처음 밀린 이후 7개월째 3위로 하락하면서 사실상 라면시장의 판도가 ‘농심-오뚜기-삼양’ 순으로 재편된 것. 수십 년간 고착화된 라면업계 순위에 지각변동이 일어난 셈이다.
여기에 실적도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삼양식품의 지난해 매출액은 2987억 원에서 3258억 원으로 9.1% 늘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2010년 141억 원, 2011년 148억 원에서 지난해에는 75억 원으로 급감했다. 당기순이익도 2010년 101억 원, 2011년 96억 원, 2012년에는 52억 원으로 줄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주가도 연일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2011년 나가사키 짬뽕 영향으로 부쩍 올랐던 주가가 다시 내려앉고 있다. 지난 26일 종가는 2만1200원으로 지난해 거래일 첫날 4만1500원과 비교하면 반 토막이 났다.
이에 삼양식품은 실적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으나 여전히 부진에 허덕이고 있다. 지난해 지상파 광고비로 집행된 36억 원을 부분 간접광고(PPL)로 전환해 비용을 절감했고, 생산직 직원 90여명의 구조조정을 통해 28억 원의 인건비를 줄이는 등 나름의 자구책을 골몰했으나 이렇다 할 효과는 보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삼양식품의 이와 같은 부진이 전 회장이 시장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나가사키짬뽕이다.
계속되는 부진 누구 탓
2011년에 출시된 나가사키짬뽕은 삼양이 하얀국물 라면의 인기를 틈타 출시됐다. 당시 매출액 100억 원을 넘기며 간판 제품 삼양라면의 월 매출을 훌쩍 넘어서는 등 큰 인기를 얻었다. 이에 당시 삼양은 나가사키짬뽕 판매라인을 증설하는 등 투자 확대에 나섰다. 기존 4개라인을 통해 월 2100만개 생산량을 증설해 한 달에 2만6000대까지 확대했다. 그러나 점차 하얀국물 라면이 인기를 잃으며 과잉공급 문제에 직면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양식품이 앞만 보고 너무 섣불리 투자에 나서면서 시장 상황을 정확히 예측하지 못했다”며 “하얀국물 라면 열풍이 사그라들면서 나가사키짬뽕 한 제품을 중심으로 올라갔던 점유율이 빠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일각에서는 전 회장이 신제품에 대한 연구개발 투자와 공격적인 마케팅을 쓰지 않으면 옛 명성을 되찾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이는 경쟁사인 농심의 경우 ‘짜파구리’ 열풍을 살려 흥행에 성공, 적극적인 마케팅에 돌입했으며 오뚜기 역시 진라면의 꾸준한 인기와 함께 참깨라면을 ‘봉지면’으로 출시하면서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 전 회장은 삼양라면 외에 내세울만한 주력제품이 없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제기됐다. 나가사키짬뽕의 후속으로 지난해 ‘돈라면’을 출시하고 1800원대의 프리미엄급 라면인 ‘호면당’ 브랜드를 내놓았지만 시장 반응은 싸늘했다.
업계 “이미 예견된 일”
업계에서는 이러한 결과가 이미 예견됐다는 분석이다. 전 회장이 주력인 라면 사업보다는 오너 배불리기에만 집중해 제대로 된 투자가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이다.
그동안 전 회장은 아들인 정병우(19)씨가 100% 지분을 보유한 기업 비글스를 통해 오너 일가 배불리기에 나섰다며 논란을 겪어 왔다. 비글스는 2011년 7월 나가사키짬뽕으로 삼양식품 주가가 오를 당시 집중적으로 삼양식품 지분을 팔아 42억 원의 시세 차익을 누린 바 있다.
이에 대해 삼양식품 관계자는 “이번 5월 말쯤 신제품이 출시될 예정이다. 타브랜드는 3·4월 생산을 많이 했기 때문에 몇 개월 차이가 났지만, 신제품 출시되고 프로모션을 진행하면 여러 가지로 나아질 것으로 본다”며 “신제품 출시가 늦어져서 그런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전 회장의 리더십 관련 부분에 대해서는 “최근 라면 시장이 정체기를 겪고 있고, 정부에서 가격 통제를 하는 등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전 회장이 최근 프리미엄 라면 외식사업인 호면당 확장에 나서고 있고, 제주우유를 인수하는 등 사업 다각화에 힘쓰고 있다. 리더십과는 상관없는 문제”라고 밝혔다.
박수진 기자 soojina6027@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