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가·친인척 숨겨놓은 비자금 4천억 원대
전두환 전 대통령이 납부해야 할 추징금은 1672억 원에 이른다. 총 2205억 원 중 약 24%만 냈다. 아직 76%는 내지 않고 있다. 검찰은 1997년 5월, 10월에 188억 원 규모의 무기명 채권과 124억원 규모의 현금 자산을 차례로 추징했다. 하지만 이후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
지지부진했던 추징금 아직 76% 안내
그러다 2000년 12월 9900만원에 낙찰된 1987년식 벤츠 승용차와 전재국 명의로 된 용평 콘도 회원권을 경매에 붙여 1억1000만 원 가량을 징수했다. 2003년에는 전 재산이라던 29만원과 연희동 자택에 있는 전자제품, 진돗개 두 마리까지 압류해 1억7000만원을 강제 집행했다.
전 전 대통령 비자금 환수 전기는 2004년이다. 2003년 10월 ‘현대 비자금’ 사건과 관련해 사채 시장의 자금을 추적하던 중 전재용 명의의 뭉칫돈이 발견된 것이다. 관련 수사를 진행하던 중수부는 당시 전재용씨가 아버지로부터 받은 167억 원을 차명으로 관리하면서 71억여 원의 증여세를 포탈했다며 그를 구속했다. 하지만 재용씨에 대한 수사가 마무리 되기 전에 이순자씨가 199억5000만원을 대납하면서 추가적인 수사는 진행되지 않았다. 하지만 당시 재용씨가 보유한 73억5500만원 상당의 채권은 추징되지 않았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비자금 사용처
검찰은 ‘전두환 추징법’ 통과로 압수수색 명분을 얻었다. 현재 전두환 전 대통령이 미납하고 있은 추징금은 1672억 원이다. 검찰은 40여일 동안 ‘전두환 추징금 환수 전담팀’을 꾸려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는 물론 그동안 차명 재산 의혹을 산 주변인들을 대상으로 압류 및 압수수색을 전격적으로 단행했다.
7월 16일부터 진행된 압수수색 과정에서 거둬들인 미술품만 400여 점에 달한다. 또 전 전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이 소유하고 있는 시공사 등 자녀 소유 회사의 감사보고서, 부가세 신고 내역, 이사회 회의록, 주주 명부 등을 확보해 강도 높은 자금 추적을 진행하고 있다.
이밖에 검찰은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의 해외은닉 자산을 찾아내기 위해 전 전 대통령 일가와 친인척, 주변 인물 등 40여명을 무더기로 출국금지했다. 또 최근에 밝혀진 전재국씨의 페이퍼 컴퍼니 ‘블루아도니스’의 아랍은행 싱가포르 지점 계좌를 주목하며 싱가포르,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미국 등에 조만간 사법공조를 요청할 계획이다.
‘블루 아도니스’는 전재국씨가 조세회피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세운 페이퍼 컴퍼니로 비자금 은닉처로 의심받고 있다. ‘블루 아도니스’는 자본금 5만 달러짜리 회사로 등록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1달러짜리 주식 1주만 발행해 회사의 설립 목적을 의심받고 있다. 전재국씨는 “1989년 미국 유학 생활을 일시 중지하고 귀국할 당시 가지고 있던 학비·생활비 등을 관련 은행의 권유에 따라 싱가포르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지 15년이 지나 다른 나라에 돈을 옮겼다는 것을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블루 아도니스’가 만들어진 시점이 ‘전두환 비자금’ 수사가 한창 진행될 때라는 점도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
미국에서 와이너리를 운영하고 있는 막내 전재만씨도 비자금 해외도피 의혹을 받고 있다. 그는 장인인 이희상 동아원 회장과 미국 나파밸리에서 ‘다나 이스테이트’라는 상호의 와이너리를 운영 중이다. 이곳 또한 비자금 은닉처로 의심받고 있다. ‘다나 이스테이트’는 약 1000억원대로 평가받고 있다. 이 와이너리는 포도밭 전체 규모가 53만4204㎡에 이른다.
측근들에게 향하는 검찰의 칼날
검찰의 칼날은 이제 전두환 전 대통령이 아닌 그의 측근들을 향하고 있다. ‘전두환 추징법’ 통과로 측근들에 대한 수사와 압류 등이 가능해 졌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전두환 전 대통령 측근들은 얼마나 많은 자산을 보유하고 있을까. 지금까지 밝혀진 것만으로도 약 4600억원이 넘는다.
먼저 전두환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씨의 남동생 이창석씨는 부동산만해도 평가액이 1260억에 이른다. 이창석씨가 보유한 부동산은 오산시 양산동에 위치해 있다. 이밖에 강원도와 제주도에 60억 원 규모의 콘도를 갖고 있다. 대표로 있는 삼원코리아와 기타 재산가치는 200억 원이 넘는다. 현재 전 전 대통령 측근중 가장 많은 재산을 갖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 이창석씨는 전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많은 비자금이 흘러들어갔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공사 대표를 맡고 있는 장남 전재국씨의 재산은 1000억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허브빌리지 200억 원, 시공사 사옥 80억, 서초동 빌딩 2채 100억 원, 평창동 전시관 60억 등 부동산 재산만 440여억 원이다. 현재 운영하고 있는 시공사, 리브로, 북플러스 등은 총 550억 규모로 알려졌다. 여기에 버진아일랜드에 설립한 페이퍼 컴퍼니 해외계좌 잔액까지 포함된다면 더욱더 늘어난다.
비엘에셋 대표인 전재용씨의 재산은 약 700억 원대로 알려졌다. 시공사 사옥 50억 원, 이태원 빌라 3채 90억 원 등 부동산 재산이 140억 원이다. 비엘에셋은 425억 원 규모며 시공사 주식으로 15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외에 과거 문제가 됐던 국민주택채권 167억 원도 보유중이다.
막내 전재만은 미국 캘리포니아에 운영중인 와이너리 1000억 원을 비롯해 시공사 주식 15억 원, 한남동 빌딩 100억 원, 연희동 저택 20억 원 등을 보유해 전재용씨보다 많은 재산을 갖고 있다.
이제 전두환 전 대통령 추징금 환수는 검찰의 손에 달렸다. 과거 전 재산이 29만 원뿐이라던 전 전 대통령의 말을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아무도 그의 비자금을 찾아내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 합법적인 절차로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조사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루머로만 존재했던 비자금의 존재와 사용처를 검찰이 어디까지 밝혀낼지 전 국민들이 주목하고 있다.
오두환 기자 freeore@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