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고발]고온 유발 제습기?…소비자 불만 급증
[소비자고발]고온 유발 제습기?…소비자 불만 급증
  • 박시은 기자
  • 입력 2013-07-29 10:54
  • 승인 2013.07.29 10:54
  • 호수 1004
  • 3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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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쾌해지려다 불쾌지수만 오르겠네~”

[일요서울|박시은 기자] 길어진 장마철로 제습기 구매자가 늘어난 반면 관련 소비자 불만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2년 사이 잦은 폭우와 습한 날씨로 이어지는 아열대 기후 현상 지속으로 제습기는 가전업계 매출 고공행진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소음과 발열로 인한 반품·환불 요청과 허위·과장 광고 피해 사례도 급증했다. 또한 환경부가 지난 1월부터 가전제품 중 냉장고나 청소기 등의 소음 등급 표시 인증제를 도입할 것을 발표했으나 소음과 발열에 대한 객관적인 기준은 없고, 제조사 및 판매사의 정보 제공에 의존하고 있는 형국이다.

 

소음·발열 탓에 반품·환불 요청…판매사 “나몰라라”
에어컨보다 제습능력 떨어져…등급 평가기준 마련 시급

#사례1. A씨는 홈쇼핑에서 여러 색상의 테이프들이 흔들리며 시원한 바람을 날리는 모습에 제습기를 구매했다. 하지만 실제 작동에서는 더운 바람이 나와 실내온도를 높여 불쾌지수만 더 높아졌다. 제품 이상 확인을 위해 부른 AS기사는 “제품 자체가 열을 방출하며 공기를 건조시키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A씨는 반품을 요청했지만 ‘박스 개봉시 반품불가’라며 거부당했다. A씨는 “열 방출량 표시가 제대로 돼 있었다면 구매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제대로 제품 설명도 없이 판매하는 것이 어딨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사례2. B씨는 제습기 판매처로부터 소음여부까지 확인하며 “소음이 없다”는 확답을 받은 뒤 제습기를 구매했다. 또 B씨가 확인한 사용설명서에는 일시적인 소음만 있을 뿐 안정화된 뒤에는 소음이 없어진다고 적혀 있어 제습기 구매의 만족감이 높았다. 하지만 소음은 생각보다 길게 지속돼 B씨는 AS를 요청했다. 소음 측정 시 1m 떨어진 곳에서는 34~35dB이었고 가까이서 측정했을 땐 41dB까지로 나왔다. 이에 B씨는 “제조사에서는 다른 기기보다 소음이 심할 경우에만 반품이 가능하다고 했지만 다른 기기와의 비교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반품·환불 요청에 대한 답변을 어떻게 줄지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소음 불만 위닉스·LG전자順  

제습기를 찾는 소비자들이 급증하면서 에어컨과 선풍기가 차지하던 여름 가전제품의 판세가 제습기 위주로 변하기 시작했다.

업계에 따르면 제습기 판매량은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된 올 6월 작년동기대비 최대 700%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2008년 2만대에 불과했던 판매대수와 비교하면 10배 이상 증가한 폭발적인 판매량이다.

한 판매 매장 직원은 “경기가 좋지 않아 주요 제품은 특별 할인판매 실시가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제습기는 예외로 두기로 할 정도”라고 말했다.

이처럼 제습기는 에어컨보다 상대적으로 싼 가격과 이동성으로 여름철 가장 인기 있는 상품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소음과 발열에 대한 불만을 해결해줄 수 있는 기준이 없어 소비자들의 피해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회장 김연화)에 따르면 제습기 관련 소비자 상담 사례가 올 상반기에만 벌써 189건으로 조사됐다. 상담 내용 중 품질 관련 상담이 96건으로 가장 많았고 배송 관련 문제 17건, 수리서비스(A/S) 관련 상담 12건 등이 나머지를 차지했다. 전기요금 역시 제습기와 에어컨의 차이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품질관련 상담 내용 중에서는 소음, 발열 및 더운 바람으로 인한 불만이 가장 많았다. 소음 관련 사례에서 많이 나타난 국내 제습기 생산업체는 위닉스(17건), LG전자(7건) 순으로 나타났다.

제습기는 에어컨과 같은 ‘콘데싱’ 원리가 적용되고 있는데 이는 에어컨의 실외기가 제습기 내부에 들어가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제습기를 작동하면 더운 바람으로 인한 실내 온도가 1~5℃ 가량 상승하고 소음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가전제품의 소음 문제는 근거리에서 느끼는 소음으로 소비자들에게 민감한 사항이며, 주관적 판단이 이루어질 수 있는 특성이 있다. 하지만 현재 시중에 판매되는 제품들을 ‘조용한’, ‘저소음’ 등의 애매모호한 단어로 제품 설명이 이뤄지고 있어 소비자들의 피해가 증가해온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제습기로 냉방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생각은 잘못된 정보로 밝혀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선풍기와 제습기를 함께 틀면 에어컨 효과를 느낄 수 있다는 이야기는 유언비어다”며 “특히 30도 이상으로 기온이 상승하면 에어컨 대용으로는 더 힘들어 냉방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장소에 따른 구분 선택 필요

환경부는 지난 1월부터 가전제품 중 냉장고나 청소기 등의 소음 등급에 따라 ‘저소음 등급 표시 인증제’를 도입할 것을 2011년 발표했다. 하지만 앞서 밝혔듯이 애매모호한 표현들로 판매자들의 평가는 각각 달랐으며 공식적인 정보를 제공해주는 곳도 없었다. 때문에 매장에서 직접 제습기를 시험 가동해 제습 효과를 보여주면서 소비자의 염려를 해소해 주기도 했다.

소비자단체협의회는 “제도가 개선되기 전에는 제습기 제조사 및 판매사에서 소비자들에게 알려주는 정보에 기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며 “제습기 선택에서 가장 중요한 정보인 발열 여부 정보가 제공되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환경부의 지침대로 저소음을 비롯한 발열 부분에 있어서도 관련 표시정보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한국소비자원은 “제습기 구입 시 제습량·소음·물통 용량·편의성·이동성·가격·A/S·에너지효율등급을 종합적으로 따져봐야 한다”며 “거실용이면 1일 제습량이 10ℓ, 방에는 5~7ℓ 정도가 적당하며 업소용일 경우 15ℓ 이상의 대용량 제품을 선택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넉넉한 물통 용량을 확인하고 신선한 공기를 위해 필터를 자주 청소할 것을 당부했다.

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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