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대한항공의 중국 항공화물 시장 진출의 꿈이 공중분해됐다. 대한항공이 수백억 원을 들여 세운 현지 합작회사는 동전 한 닢에 팔렸다. 한때 전 세계 1위이던 대한항공의 화물 실적은 나날이 쪼그라들고 있으며 지난 분기에 이어 이번 분기도 적자를 면치 못할 전망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급작스럽게 화물사업본부장을 겸임하게 된 조원태 부사장의 고민이 깊어가고 있다. 난국을 맞은 화물 부문이 정상 궤도를 찾지 못하면 자신의 후계순위도 밀릴 수 있기 때문이다.
![]() |
||
현지 합작회사 사실상 무상매각…초기 투자금 모두 날려
매년 화물운송 실적 8~10% 감소…과거 영광은 어디에
대한항공이 중국 현지에 세운 합작회사인 그랜드스타카고가 중국 화물항공사 유니톱에어에 인수됐다. 인수가격은 단 1위안(한화 약 180원)이다. 가격을 낮추다 못해 무상으로 떠넘겨지듯 팔린 모양새다.
앞서 대한항공은 2007년 중국 최대 물류회사 시노트랜스와 현지 합작으로 그랜드스타카고를 세우면서 2380만 달러(약 266억 원)를 투입했다. 수백억 원의 투자금이 중국 상공으로 날아간 셈이다.
대한항공과 시노트랜스는 이미 지난해부터 그랜드스타카고 보유자산 청산을 추진해왔으나 마땅한 인수자가 없어 사실상 무상매각으로 방향을 굳히게 됐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 매각은 지난달 말 완료됐으며 현재는 중국 정부의 승인만을 남겨두고 있다.
6년 만에 266억 중국 허공으로
그랜드스타카고에는 대한항공의 중국 항공화물 시장 진출의 꿈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그랜드스타카고는 중국 톈진을 거점으로 상하이와 홍콩 및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취항했으며 2011년에는 공동운항으로 인천까지 범위를 확장했다. 비록 화물기는 보잉사의 747-400F 1대가 전부였지만 곧 10대 이상으로 확장시키겠다는 야심찬 계획도 세웠다.
하지만 당초 예상보다 부진한 실적으로 그랜드스타카고의 적자폭은 해마다 늘어났다. 고심 끝에 대한항공과 시노트랜스는 자산을 정리하고 회사를 팔기 위해 지난해 10월부터 매각 깃발을 내걸었지만 인수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대한항공은 합작회사를 사실상 무상매각함으로써 중국 진출 6년 만에 266억 원을 허공에 흩뿌리고 향후 중국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상실하게 됐다.
본사도 합작사도 적자투성이
이 배경에는 중국 정부가 외국 항공사의 자국 내 물류 선점에 대한 날선 눈초리를 세운 것도 한몫 했다.
현재 중국의 화물 수출량은 세계 최다로 다국적 IT기업들의 공장이 집결된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그러나 2010년까지만 해도 항공화물 시장에서 외항사들이 차지하는 비율이 70%에 육박했다.
이때부터 중국 정부는 정책적으로 에어차이나·동방항공·남방항공 등 자국 항공사들이 항공화물 시장에서의 비중을 늘릴 수 있도록 장려하기 시작했다. 이 ‘빅3’ 항공사들이 각 사의 화물 부문을 합병해 본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선 것도 같은 2010년이다.
반사적 불이익을 받은 쪽은 대한항공이다. 2004년 이래 5년 연속 국제 항공 화물수송량 1위에 빛나던 대한항공의 화물 사업은 점점 축소되기 시작했다. 이후 대한항공의 정기화물 운송량은 매년 8~10%가량 줄어들었으며 지난 1분기에는 전년동기 대비 16% 줄어들었다.
이외에도 전 세계적인 항공화물 감소와 유류비 증가로 인한 운항비 부담도 대한항공과 그랜드스타카고의 실적부진 배경으로 자리했다. 대한항공은 올해 2분기에도 적자를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화물사업 부진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후계자 시험대 다시 오른 조원태
이러한 가운데 조원태 대한항공 부사장이 화물 부문을 전격적으로 맡아 눈길을 끌고 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아들인 조 부사장은 지난 18일부터 화물사업본부장을 겸임하게 됐다.
결국 조 부사장이 난국 속에서 경영능력을 입증함으로써 후계자 시험대를 통과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는 해석이다. 항공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의 화물 실적 개선은 단기간에 이뤄지기가 쉽지 않고 한진 삼남매가 모두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만큼 승계 구도가 바뀔 가능성에 대해서도 주목하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그렇지 않아도 적자인 대한항공이 잘못된 계산으로 자금 손실은 물론 중국 시장 진출까지 되돌이표를 찍었다”면서 “향후 화물 실적에 따라 후계 판도가 뒤집힐 수도 있는 리스크를 안으면서까지 조 부사장의 겸임 발령을 낸 이유를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