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사, 연예인, 경찰, 조폭, 검사, 변호사, 의사 각양각색”
“눈 마주치기가 무섭게 손잡고 방에 들어가 성관계 맺는다”
서울에는 동성애자들을 위한 술집만 어림잡아 100여 곳에 달한다. 이 술집들을 중심으로 동성애자들이 이용하는 휴게텔, DVD방들이 들어서 있다.
특히 종로와 이태원 일대는 해가 지면 남자들끼리 팔짱을 끼고 애정행각을 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그럼에도 아직은 싸늘한 일반의 시선 때문인지 대부분의 동성애 전용 업소들은 간판도 초라하고 발견하기도 쉽지 않다.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동성애자 사이트 및 카페는 40여 곳으로 일부사이트는 회원 수만 수만 명에 이를 정도로 성업 중이다. 이런 사이트에서 채팅이나 게시물을 통해 동성애자들을 대상으로 한 휴게텔과 DVD방, 바 등 ‘이반 업소’를 지도형태로 상세 정보를 추가해 공유하고 있다고 한다.
“직업 연령 다양”
기자는 수소문 끝에 비가 쏟아지던 지난 23일 오후 직접 ‘게이 휴게텔’을 찾아가봤다. 이 휴게텔은 건물도 허름하고 간판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지만 한쪽 구석 박스에 우산을 담아둔 비닐들이 수복이 쌓인 것으로 보아 성업 중임에는 틀림없었다. 입구의 붉은 조명이 ‘휴게텔’의 분위기를 짐작케 했다.
이 휴게텔을 운영하고 있는 업주 역시 동성애자였다. 그에 따르면 이 업소는 한번에 80명 가까이 수용이 가능한 규모로 방문이 없는 방 수십 개와 공중 샤워실을 갖춘 구조다. 방은 방문이 없는 대신 커튼이 자리하고 있다. 휴게텔의 풍경은 일반 남성들이 이용하는 여느 휴게텔과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이 업주의 설명이다.
이 업주는 기자에게 “우리 가게는 주로 중년층이 이용하지만 20대부터 80대까지 이용고객의 연령대가 다양하다. 직업 역시 미용사, 연예인, 경찰, 조폭, 검사, 변호사, 의사 등 각양각색이다”라며 “이런 업소를 이용하는 동성애자들 중에는 이름만 대도 대중이 알만한 유명 인사들도 많다”라고 털어놨다.
중견급 연예인 S씨 K씨 H씨, 톱스타 S씨 L씨 K씨, 모델 L씨, 정치인 L씨, 개그맨 S씨 등이 바로 그들.
그는 “잘못된 신고로 단속을 나왔던 경찰이 다음 날 손님으로 찾아온 적도 있었다. 십여 년 넘게 이곳을 운영하다 보니 별의 별 일이 다 있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대부분의 동성애자 업소는 이태원과 종로에 밀집돼 있다.
신촌의 경우는 ‘레즈비언’의 ‘핫플레이스’다. 서울 지역 레즈비언 바 등은 신촌 지역에서 성업 중이다. 특히 신촌 지역의 한 공원은 레즈비언들 사이에서 만남의 장소로 유명하다고. 그는 “신촌의 A공원에는 레즈비언들이 몰려있다. 중학생부터 80대 할머니까지 파트너를 만나기 위해 그 공원을 찾곤 한다”고 전했다.
일반술집을 제외한 대부분의 업소들은 성행위까지 다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그는 “대부분의 게이 휴게텔은 주간 5000원, 야간 1만 원 수준으로 저렴하고 강남의 새로 개장한 휴게텔 역시 여기보다 조금 비싼 1만3000원 수준이다. 이용 비용은 저렴하지만 여기서는 합의하의 성관계까지 이뤄진다”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휴게텔을 찾는 게이들의 목적 중 대부분은 ‘성관계’다. 한마디로 ‘눈 마주치기가 무섭게 손잡고 방에 들어가 성관계를 맺는다’는 것이 그의 설명.
공중샤워실 등에서 샤워를 하다 눈이 맞아 방을 찾아들어가 성관계를 맺기도 하고 옆방의 신음소리를 듣고 커튼을 젖히고 보다 흥분해 ‘쓰리섬’을 맺는 장면도 흔한 풍경 중 하나라고 한다.
그는 “성관계를 한시간 한다고 가정할 때 한 사람과 하는 것보다는 같은 시간에 여러 사람과 하는 편이 더 낫지 않냐”고 반문하며 “문란하다 어쩐다 말이 많은데 다 큰 성인이 합의하에 관계를 맺는 것을 타인이 왈가왈부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고 딱 잘라 이야기 했다.
그는 “이성애자인 일반인들이 키스까지 가는 시간에 5초를 더 주면 동성연애자들은 성관계까지 맺는다. 그 정도로 스킨십의 속도가 일반인들의 배 이상으로 빠르다. 일반인들처럼 법적으로 묶이지 않아서인지 만남과 이별의 속도도 빠르다. 대부분의 커플들이 3~4개월을 넘기기가 힘들다”라고 말했다.
이곳에는 콘돔과 젤이 수북이 쌓여 있다. 에이즈(후천성 면역결핍증) 감염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그는 “가게에서 별도로 구매해서 손님에게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에이즈퇴치연맹 iSHAP 이라는 곳에서 주기적으로 젤과 콘돔을 무료로 제공해준다. 떨어졌다고 전화만 하면 콘돔은 400~800개, 젤은 800~1200여개 정도를 보내준다”라고 했다.
기자는 휴게텔을 나와 게이들이 자주 간다던 한 DVD방을 찾아갔다. 기자의 취재 요청에 대해 곤혹스러움을 표시하던 그는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는 “요즘 이런 업소들도 불황이다. 예전에는 휴게텔이나 디비디방, 게이바 등을 통해서 만남을 가지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요즘에는 어플리케이션으로 1대1로 만나는 등 만남의 경향이 바뀌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고 전했다.
“손님 대부분 유부남”
그는 이어 충격적인 사실도 털어놨다. 그는 “내가 운영하는 DVD방은 동성애자들만 출입하는 곳이다. 그런데 손님 대부분이 유부남이다. 밖에 나와 이야기하는 것을 들어보면 여느 가장과 다를 바 없다. 가정을 꾸렸지만 뒤늦게 정체성을 안 사람,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고 결혼을 한 사람들인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 “유부남이지만 들키는 것에 대한 겁은 없어 보인다. 한마디로 자기 인생 자기가 산다는 것인 셈이다. 나도 동성애자지만 동성애자들의 성생활이 문란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성애자들도 그렇듯 사람 나름이지 않겠는가”라며 “연애기간이 3~4개월 남짓으로 짧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동성애자들은 커뮤니티가 좁기 때문인지 헤어진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헤어지고 나서는 ‘형제’가 된다”라고 전했다.
최은서 기자 choie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