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봅시다] 임동원 전 통일부장관
[들어봅시다] 임동원 전 통일부장관
  • 안은혜 기자
  • 입력 2013-07-29 09:24
  • 승인 2013.07.29 09:24
  • 호수 1004
  • 18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노무현, 북한 설득 NLL 평화 협력지대 조성 계획”

▲ 임동원 전 장관<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일요서울 | 안은혜 기자]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실종 사태에 따라 정치권에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새누리당의 여의도연구소 자체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 66% 이상이 검찰수사를 통해 대화록 실종에 대한 사실 관계를 밝힐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나타났다. 여야의 NLL(서해북방한계선) 정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일요서울]은 지난 7월 6일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의 싱크탱크인 동아시아미래재단에서 국민의정부때 국정원장을 지낸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임 전 장관은 NLL 사태에 대한 개인 소회와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의 남북정상회담 뒷얘기를 허심탄회하게 밝혔다.

“NLL 1970년대 제일 먼저 논의했다”
“NLL 사태 정치적·정략적으로 이용하면 문제”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은 27여 년 간 군에서 군사전략가로 근무하고 대통령 외교안보수석비서관과 국정원장,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별보좌역을 거쳐 현재 한겨레통일문화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임 전 장관은 40여 년 간 지속된 국제냉전의 종식과 함께 탈냉전의 새로운 남북관계를 모색하는 남북고위급회담에 대표로 참여하여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와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의 산파 역할을 수행했다.
임 전 장관은 김대중 전 대통령을 도와 미국 클린턴 행정부와의 남북 정책공조를 통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추진했다. 그 결과 분단 사상 최초로 2000년도에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키고 ‘6.15 공동선언’을 채택해 남북화해와 협력의 시대를 열었다.

“NLL은 영토선이 아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관련 발언에 대해 정치권에서 한창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임동원 전 통일부장관은 [일요서울]과 만난 자리에서 “남북정상회담 내용은 기록만 하되 녹음은 못하게 했을 것”이라며 “그 자리에 누가 가서 기록하고 누가 정리를 했는지 모르겠지만 아마 국정원이 했을거다. 그리고 청와대의 검수를 받았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는 이어 “김만복 국정원장이 직접 참여했으니 그가 지휘해서 기록을 작성했을 것”이라며 “정치적·정략적으로 이용하려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NLL을 ‘영토선’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힌 바 있는 임 전 장관은 “바다는 ‘영해선’이지 ‘영토선’이 아니다. NLL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NLL은 UN군 사령부가 전쟁이 끝나고 난 뒤 일방적으로 그어놓은 통제·제한선이다. 당시 국제 해양법상 영해의 범위는 3해리였다. 그런 상태가 휴전 이후 1973년까지 20년 간 계속된 것이다. UN 해양법이 개정되고 영해의 범위가 12해리로 변경됐다. 12해리에는 백령도, 연평도, 대청도가 포함되는데, 이곳을 한국 배가 다니기 힘들었다.

60년대 말 70년대 초에 북한 간첩이 그 지역에 많이 들어와 우리는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북한이 넘어올 수 없게 통제선을 봉쇄선으로 바꿨다. 그때부터 이 선을 지키기 위해 충돌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런데 1991년 남북 고위급 회담하면서 문제가 됐고, 당시 합의된 내용이 해양경계선은 앞으로 남북이 협의 하에 해결한다는 것이었다. 협의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지만 군부가 반대하고 조중동 보수언론이 들고일어나 국경선, 영토선 운운하며 반대했다. 이러는 사이 국민들 의식이 완전히 그런 식으로 돌아섰다”고 NLL 문제가 1970년대초반부터 논의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노무현 전 대통령은 서해를 평화의 바다로 바꿀 방법을 고민했다. 노 전 대통령은 NLL을 기준으로 남북 포함 공동어로지역을 만들어 평화협력지대로 만들 것을 제안했다.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고 경제적 공동 이익도 취하는 좋은 방안이었다. 놀라운 것은 12해리를 주장했던 북한의 양보를 얻어내고 설득했다는 것이었다”며 “지금은 NLL이 국토선, 영토선이니 ‘절대 양보 못한다’ ‘현상유지’ 라고 주장한다. 분쟁을 방지하고 평화를 이룩하기 위해 해결책을 마련하자는 평화해결위주의 주장과 그대로 붙잡고 안보제일로 가자는 주장이 맞붙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재정, “NLL 평화수역 설정해야”

한편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 역시 임 전 장관과 유사한 주장을 내놓았다. 7월3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가 주최한 한반도 평화 관련 토론회에서  “NLL을 ‘영토선’으로 보지 말고, NLL과 북한이 주장하는 해상경계선 사이를 ‘평화수역’으로 만들자”는 주장이 제기한 것이다.

이 전 장관은 “NLL은 ‘피’로 지킨 곳으로 목숨을 걸어야 한다고 하는데, 그것이 정말로 ‘영토선’이라면 지켜야 하겠지만 어떻게 지킨다는 말인지…. 군함을 NLL선상에 배치할 수도 없고, 실제로 NLL을 무력으로 지킬 수 있다는 말인가”라고 언급했다. 이 전 장관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의 대화록을 법률이 정한 바에 따라 국회의 재적의원 2/3의 찬성으로 열람한다는데, 이런 결과가 NLL을 지키고 남북평화에 기여할 것인가. NLL 지역을 평화수역으로 설정해, 어민들의 서해 어로 활동을 보장하고 남북경제협력의 새 틀을 만들어야 한다. 또 한강 수역의 공동개발 등을 통해 군사적 대결과 우발적인 충돌을 막는 것이 평화로 NLL을 지키는 방법”이라고 역설하기도 했다.
 

임동원 전 장관이 본 김대중·김정일 스타일

“김정일, 즉흥적이고 재밌어” “DJ, 차분하고 치밀”

김대중 전 대통령의 2000년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회고를 하면서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은 “곁에서 모셔본 입장에서 보면 김 전 대통령은 매우 신중한 스타일이다. 김 전 대통령은 다음날 누군가를 만나게 되어 있다면 전날 무엇을 이야기 할지 수첩에 순서대로 적는다. 그리고 머리에 입력해둔다. 그래서 얘기할 때 막말이 없다. 대학교수가 강의하듯 논리정연하다”고 설명하고 김정일 위원장과 김 전 대통령은 차이가 있었다며 “김 전 대통령은 이성적이고 논리정연한 사람인 반면 김 위원장은 즉흥적이고 감성적이다. 또한 재밌는 사람”이라고 했다.

임 전 장관은 개성공단 건설에 합의할 당시의 에피소드를 얘기해주기도 했다. 그는 “남북정상회담 직후 현대 정주영 명예회장이 총대를 메고 원산에서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 경협사업 문제를 협의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측이 원했던 해주지역이 아니라 개성을 제안했다. 우리 같으면 개성 같은 군사요충지를 개방하지 않을 텐데 ‘뭔가 속임수가 있다’고 생각했다. 두 달 후 현대는 마스터플랜을 보여주며 설명했고 김 위원장이 대만족을 했다. 현대가 조건으로 제시한 것이 필요한 노동력이 최소 35만 명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공사완료까지 8년이 걸리니 그때가 되면 남과 북은 평화공존하며 군축이 이루어질 것’이라며 ‘군대를 감축하여 노동력을 공급할 수 있을 것’이니 안심하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임 전 장관은 이어 “그렇게 김정일 위원장은 자신의 결단으로 군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양보했다. 안보를 위해 북측은 전략적 요충지인 이 지역에 주둔해 있던 군부대와 장거리포를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안>


 

안은혜 기자 iamgrace@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