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외국의 포르노를 봐도 큰 감흥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다 보니 이제 서서히 한국여성들의 실제 모습으로 관심이 옮겨가는 것 같다.”인터넷 성인사이트 업계의 사람들은 이를 두고 ‘아마추어 코드’라고 말한다. 성인사이트를 운영중인 박모 사장은 “언제나 대중들은 새로운 것을 원한다. 연예인 누드도 이제는 관심을 끌 수 없고 포르노마저 시장 구매력을 잃은지 오래다”며 “평범한 직업을 가진 평범한 아마추어의 생생한 모습이 누드 사진의 새로운 코드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네티즌들이 보다 교묘한 방법으로 법망을 피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마추어 누드 갤러리의 광범위한 확산에는 한국 사회에 불어닥쳤던 몇 차례의 누드 파동이 큰 ‘원동력(?)’이 되고 있다. ‘성인의 표현의 자유’를 둘러싸고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과연 어떤 사진들이 문제가 되는지에 대한 기준이 백일하에 드러났던 것. 즉 이제는 많은 네티즌들이 ‘헤어(음모)’만 보이지 않으면 상관없다는 기준을 알아차리게 된 것이다. 따라서 네티즌들은 헤어를 제외한 보다 과감한 누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직장인 최모씨는 “다른 사람의 애인이나 아내의 사진을 보는 것은 은근한 관음증을 유발한다”며 “음모와 얼굴이 공개되지 않는 한 큰 문제될 것은 없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또 여성들도 매우 과감해졌다. 아름다운 자신의 몸매를 대중에게 공개하는데 있어 더 이상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옷입은 포르노(?)’새로운 장르 급부상여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옷입은 포르노’라는 새로운 장르도 급부상하고 있다. 사실 포르노라고 하면 으레 옷을 벗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인터넷상의 검열이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페티시적 성향이 강한 훔쳐보기류의 사진들도 인기를 얻고 있다. 멀쩡하게 옷을 입고 있는 여성들이지만 이 자체를 노골적인 시선으로 바라봄으로써 소위 ‘옷입은 포르노’라는 새로운 장르를 탄생시킨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패션모델이 등장하는 신제품 발표회. 이곳에서는 노출이 심한 옷은 거의 등장하지 않지만 모델들의 섹시한 자세와 포즈가 오히려 남성들의 감성을 자극한다는 이야기다. 또한 백화점, 지하철역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서 약간의 노출이 있는 여성들의 사진을 인터넷에 올림으로써 호기심을 유발시키기도 한다.
물론 소위 ‘옷입은 포르노’는 법적으로 전혀 하자가 없다. 사진 자체로는 그저 평범하기 그지 없기 때문이다. 모 사이트에 ‘벗어야만 필을 받는가’라는 글과 함께 대량의 사진을 올린 적이 있는 L씨는 “요즘 어떻게 벗지 않은 사진을 보고도 느낌을 가질 수 있나 테스트 중이다”라며 “다양한 취향이 있는 요즘, 새로운 사진의 영역을 개척해보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러한 경향은 국내에만 머물지는 않는다. 최근 유럽의 한 사진작가는 ‘하드코어 포르노’ 사진집을 펴냈다. 하지만 이 사진집에서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알몸의 남녀는 등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단정한 양복과 정장을 입고 사무실에서 일을 하고 있는 남녀의 모습뿐이다. 다만 몸의 자세나 분위기만을 은근하게 포르노적 형식을 차용함으로써 전혀 색다른 감흥을 준다는 것. 향후 이러한 류의 ‘신누드 열풍’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남의 애인’, ‘남의 아내’의 알몸 보기라는 원초적인 호기심을 자극할 뿐더러 누구든 사진 제작에 참여할 수 있다는 자발성이 결합되어 네티즌들을 끌어당기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인터넷 사이트의 수익성 악화가 이러한 누드 갤러리의 확산을 앞당기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일반적인 콘텐츠로는 사람들을 모을 수 없게 되자 이러한 색다른 내용으로 사람을 끌어 모으는 포털사이트들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 따라서 겉으로 볼 때는 ‘멀쩡한’ 사이트임에도 불구하고 실제 ‘19세이하 입장 불가’의 코너로 가면 각종 성인정보와 누드 갤러리가 창궐하고 있다. 웬만한 포르노 사이트 정도는 저리 가라고 할 정도. 직장인 조모씨는 “모 포털 사이트에서 운영하는 19세 이상 입장가 코너를 가보고는 놀란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며 “성인들이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종류의 음란한 정보들이 담겨 있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신누드 열풍은 ‘관음증의 생활화’라는 점에서는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쉽게 누드를 접하는 만큼, 여성을 성과 쾌락의 도구쯤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확산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박경민 프리라이터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